거리에 함부로 버려진 일회용컵의 모습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57번째 사진은 길 위에 양심을 내놓고 가버린 두 사람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쓰레기 꼭꼭 눌러담아 곱게(?)버려두고 간 일회용컵 두잔의 모습. (이한 기자 2021.5.2)/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 꼭꼭 눌러담아 곱게(?)버려두고 간 일회용컵 두잔의 모습. (이한 기자 2021.5.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일회용컵 두 개가 줄 맞춰 나란히 길 위에 서 있다. 아무렇게나 던져 버린 게 아니고 신경 써서 잘 놓아둔 모습이다. 그런데 왜 저기에 놔뒀을까? 하나도 아니고 두 개를, 종이와 플라스틱을 분리하지도 않고, 심지어 먹다 남은 음료에 담배꽁초까지 섞어서.

분리배출 가이드를 너무 많이 어겼고, 버리지 말아야 할 곳에 버린 것도 문제다.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그랬다는 게 더 충격이다. 한 사람이 저기에 쓰레기를 놓아 두는데 같이 있던 사람이 아무 말도 안 했다는 뜻이니까. 유유상종인가보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건 유치원 때도 배운다.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린다면 그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최소한의 사회적인 교육도 받지 않았거나, 아니면 남들이야 어떻게 되들 말든 나만 편하게 된다는 마음을 가진 이기적인 사람이거나. 거리에 양심을 버리지 말자. 하긴, 그럴 마음이 있었으면 애초에 저렇게 버리지도 않았겠지만 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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