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축산을 줄여보려는 아주 작은 실천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아니고 차선책으로 ‘로우웨이스트’입니다. 서른 네 번째는 육식을 줄이기 위해 술을 끊은 사연입니다. [편집자 주]

인간이 동물을 사육하고 먹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인간 역시 동물의 한 종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혹자들은 ‘동물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라는 서로 평등한 느낌의 단어로 둘을 구분하기도 한다. 공장식 축산이 가지고 있는 문제도 이들은 이런 시선으로 바라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공장식 축산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높다. '채식은 무조건 환경적'이라고 주장하는 건 무리가 있고, 타인에게 채식을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다만 고기 섭취를 줄여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름의 방법으로 실천하면 된다. 정해진 방법을 따라야 할 필요는 없고 스스로 선택하면 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 주위에는 비건을 지향한다는 사람이 많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환경 관련 매체에서 일하면서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예전보다 더 자주 듣다보니 그렇다. 실제로 지난 4월 기자가 인터뷰했던 청년기후수호대 가오클 멤버들은 “전원이 비건지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들은 “한 사람의 완벽한 비건보다는 다 함께 비건지향으로 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주위에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했다.

채식 위주의 식단을 꾸리는 사람들은 크게 4가지 이유가 있다. 다이어트나 건강 유지 등을 위해 식단을 바꾸려는 이유, 동물권이나 다른 종에 대한 차별 등에 관심을 두는 윤리적인 이유, 공장식 축산이 기후변화 원인 중 하나라는 시선에서의 환경적인 이유, 그리고 종교적인 이유 등이다. 기자도 고기를 줄이려고 마음 먹었다. 세 번째 이유 때문이다.

2021 P4G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이 한겨레 등을 인용해 만든 홍보자료에 따르면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매년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지구 전체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브라질에서만 7억평의 땅이 사료용 콩 재배를 위해 쓰인다. 경작지를 확보하기 위해 열대우림이 벌목되는 경우도 있다.

소고기 1Kg을 얻기 위해 1만 5,500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소 1만마리를 사육하는 곳에서 나오는 유기폐기물은 인구 11만명 도시의 쓰레기 양과 같다. P4G 준비기획단과 서울환경연합에서만 이런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 이미 많이 알려진 얘기들이다.

◇ 고기반찬 줄이기 어려워서, 술과 안주를 끊었다 

기자는 사람들에게 고기 먹지 말라고 주장할 생각이 없다. 먹거리 취향은 제각각이고 모두 각자의 자유니까. 그리고 기자도 고기를 끊을 마음이 없다. 기자는 고기를 정말 좋아한다. 지치고 피곤한 날 저녁엔 고기를 구우면 힘이 나고 신나거나 기념해야 하는 날도 고기를 먹으면 그 기분이 두배로 좋아진다. 지금도 그렇다. 단백질을 두부나 콩에서만 섭취할 생각도 없고, 제육볶음이나 갈비같은 ‘소울푸드’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고기를 줄이기로 했다. 위에서 언급한 이유에서다. 비건이 되기는 어렵지만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시도다. 높은 기준의 채식 식단을 유지하겠다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조금 줄이자는 취지였으니 쉬운 방법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봤다. 날짜를 정해 일주일에 하루는 고기를 먹지 않기로 마음 먹었는데 그것도 처음에는 어려울 것 같아 ‘일주일에 두끼’로 정했다.

문제가 있었다. 고기반찬을 매일 삼시세끼 먹는게 아니어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식습관을 완전히 바꿀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상징적이고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한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술을 끊기로 했다. ‘반찬’으로서의 고기를 줄이는게 어렵다면 ‘안주’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고기를 줄이겠다는 딱 한가지 이유만 가지고 술을 끊은 건 아니다. 건강을 좀 챙기자는 생각도 컸고 코로나 사태 이후 외식을 전면 중단한 탓도 있으니까. 하지만 술을 줄이는게 아니라 완전히 끊기로 결심한 건 고기 안주를 줄이자는 마음에서였다. 습관처럼 찾던 삼겹살에 소주, 치킨과 맥주의 조합을 줄여보겠다는 의미다.

그런 마음을 먹은게 작년 5월 넷째주 즈음이니 이제 1년이 됐다. 기자가 (지난 주 제로웨이스트 도전기에 소개한) 비닐봉투를 안 버리고 계속 쓴지 1년이 됐는데 바로 그 즈음에 술도 끊었다. 그러면 1년 동안 술을 한 잔도 안 마셨느냐고? ‘그렇다’

고기를 정확히 얼마나 줄였는지, 그걸로 탄소발자국을 얼마나 줄였는지는 알 수 없다. 기자가 술과 안주를 끊었다고 공장식 축산이 크게 줄었을리도 없다. 다른 사람에게 술을 줄이라거나 고기를 먹지 말라고 강요할 마음도 전혀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무언가를 줄여보려는 시도다. 기자는 앞으로도 술은 마시지 않을 계획이다. 반찬으로 고기를 자주 먹겠지만 일주일에 최소한 2끼는 채식을 이어갈 예정이다.

공장식 축산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채식은 무조건 환경적'이라고 주장하는 건 무리가 있다.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에서 수입된 과일은 지역에서 생산한 육류보다 탄소배출이 더 높다고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게다가 타인에게 채식을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다만, 고기 섭취를 줄여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름의 방법으로 실천하면 된다. 정해진 방법을 따라야 할 필요는 없고 스스로 선택하면 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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