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져가도 되는 곳 or 따로 구매해야 하는 곳
세탁세제・섬유유연제는 전용 용기만 가능
샴푸・바디용품은 용기 제약 없어 기업에서 기준 설정

아모레퍼시픽이 이마트 자양점에 선보인 샴푸・바디워시 리필 스테이션. (아모레퍼시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아모레퍼시픽이 이마트 자양점에 선보인 샴푸・바디워시 리필 스테이션. (아모레퍼시픽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세탁세제나 섬유유연제, 샴푸나 바디워시 등을 새로 사지 않고 내용물만 용기에 소분해 판매하는 리필 문화를 주도하는 일명 ‘리필 스테이션’이 늘고 있다. 리필 스테이션은 원하는 만큼만 내용물을 소분해 구매할 수 있어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의 리필 스테이션에서는 내용물을 담을 수 있는 용기도 함께 판매하고 있는데 어떤 곳은 판매 중인 전용 용기만 사용해야 하고 어떤 곳은 집에서 가져간 빈 용기에도 소분을 해준다.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된다고 하니 헷갈린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건지 알아봤다. 

◇ 세탁세제・섬유유연제 리필 스테이션에선 전용 용기만 사용 가능

국내 유통업계에서 리필 스테이션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지난해 9월 대형마트 최초로 세탁세제・섬유유연제 리필 자판기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4월 역시 대형마트 최초로 샴푸・바디워시 리필 스테이션을 오픈했다. 

먼저 선보인 에코 리필 스테이션은 이마트·슈가버블·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협업해 선보인 세탁세제·섬유유연제 리필 자판기다. 전용 리필용기만 있으면 친환경 세제 및 섬유유연제를 충전해 구매할 수 있다. 전용 리필 용기란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를 60% 이상 사용해 제작한 것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500원에 구매 할 수 있고 다른 용기 사용은 불가능하다. 

이마트는 본지에 “세제와 섬유유연제는 화학용품으로 분류돼 이를 판매하려면 법적으로 용기 안전성을 검증 받아야 한다”라며 “이런 이슈로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협의해 전용 용기만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집에서 가져온 빈 용기의 경우 어떤 재질로 구성돼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안전성을 검증받은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세제 리필 스테이션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지난 2월 여의도 더현대서울 식품관에 16번째 리필 스테이션을 오픈한 에코스토어도 마찬가지다. 뉴질랜드 친환경 세제 브랜드인 에코스토어가 운영하는 리필 스테이션에서는 세제를 비롯한 생활용품을 리필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리필 전용 용기를 구입한 후 매장에 비치된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필요한 만큼 용기에 담아 용량에 따라 값을 지불하면 된다. 

추가 리필이 필요하면 해당 리필 용기를 갖고 가까운 에코스토어 리필 스테이션을 방문하면 된다. 리필 스테이션에 재사용해온 리필 용기를 반납하면 폐기까지 도와준다. 에코스토어에 따르면 반납된 용기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리필용 대용량 용기들과 함께 깨끗이 세척한 후 ‘플라스틱방앗간’으로 보내 새로운 재활용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에코스토어 관계자는 “환경부 방침에 따라서 개인 용기 사용은 금지하고 있다”라며 “집에서 용기를 세척했더라도 혹시 모를 위생적인 문제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환경부에서 용기에 대해서 규제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환경부에서 용기 안전성을 검증 받은 다른 리필 스테이션의 용기와 교차 사용할 수는 없을까? 이와 관련해 에코스토어 관계자는 “합리적으로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다른 용기 사용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장 운영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편의점 업계 최초로 문을 연 GS25의 리필 스테이션에서도 전용 용기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GS25가 에코스토어와 손잡고 GS25 건국점에 오픈한 리필 스테이션에서는 500원에 전용 리필 용기를 판매하고 있다. 다회 용기로 100% 재활용 되는 사탕수수 플라스틱으로 제작됐다. 다만 이곳에서 전용 용기만 사용하도록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GS25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개인 용기가 오염됐을 가능성과 변질에 대한 우려로 전용 용기를 마련한 것”이라며 “이밖에 상품뿐만 아니라 용기 자체도 친환경적으로 제작한 만큼 전체 콘셉트인 친환경을 유지하려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일 브랜드, 즉 에코스토어에서 제작한 용기라면 사용이 가능하다. 판매되는 전용 용기가 재활용이 용이한 구조로 제작된 만큼 해당 용기를 사용해야 폐기까지 친환경이 이뤄진다는 입장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유해성이 있는 화학제품의 경우 유해성 평가를 받고 안전기준을 설정하도록 돼 있다. 시험검사기관에 안전적합확인검사를 받고 적합확인을 받으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제품 용기에 대한 안전기준도 포함된다. 세제의 경우 화학제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법규상 안전적합확인 신고를 한 용기만 사용하도록 돼 있다.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 관계자는 “현행법상 리필 스테이션에서는 안전기준에 적합한 용기만 사용할 수 있다“며 “제품에 따라 주의사항이 다른 만큼 원료 물질에 따라 적합확인시험검사를 받고 용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최근 탈플라스틱 운동에 공감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이마트와 지난해 12월 자발적 협약을 맺어 시범사업 중으로 올해 말경 쉽고 간편하게 소분 판매할 수 있는 개선방안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샴푸・바디용품은 용기 제약 없어 기업에서 기준 설정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샴푸와 바디워시의 경우는 어떨까? 화장품의 경우 화학제품과 달리 식약처에서 관리하는 품목으로 법으로 정해진 용기 기준은 없지만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는 기업에서 각자의 재량으로 용기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지난달 이마트 자양점에 선보인 샴푸・바디워시 리필 스테이션에서 전용 용기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아모레스토어 헤어&바디’샵으로 불리는 헤어・바디용품 리필 스테이션이다. 리필 용기를 구매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해 충전하고 이후 내용물을 모두 사용하고 난 뒤에는 직접 용기를 세척・건조시켜 매장을 방문하면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가 용기를 살균해 재충전해준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전용 리필 용기는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PCR(Post-Consumer Recycled) 플라스틱 용기다. PCR 플라스틱은 소비자가 사용하고 버린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만든 소재를 말한다. 300ml, 500ml 용량에 따라서 선택하면 되고 개당 500원에 판매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해당 매장에서 판매하는 용기는 투명 용기로 내용물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데 소비자가 갖고 오는 용기는 위생상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전용 용기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안전성 차원에서 용기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부터 이마트 죽전점에 문을 연 ‘빌려쓰는지구 리필 스테이션’은 어떨까. 빌려쓰는지구 리필 스테이션은 LG생활건강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편집 매장인 ‘L.Heritage1947’ 내에 위치하고 있다.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가 상주하며 리필을 도와준다.

이곳에서는 판매하는 전용 용기 외에 소비자가 직접 가져간 용기도 사용 가능하다. 기존에 사용하던 용기를 미리 세척해 가면 조제관리사가 한 번 더 소독한 뒤 내용물을 소분해 담아준다. 

물론 이곳에서도 전용 용기를 판매하고 있다. 코코넛 껍질을 사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30% 절감한 것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다. 소분 후 품목과 제품명, 제조일, 사용기한 등 정보를 써주는 라벨 또한 재활용 과정에서 물에 쉽게 분리되는 ‘수(水) 분리 라벨’을 적용해 분리배출에 용이하게 만들어졌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판매하는 전용 용기를 구매해도 되고 집에서 사용하던 용기를 세척해서 가져와도 되는데 크기나 재질은 크게 상관 없다”며 “리필 스테이션으로 문을 연 알맹상점 등에서도 소비자가 갖고 온 용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 화장품정책과 담당자는 “화장품법에서 소비자가 포장 용기를 가져와 맞춤형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지만 화장품 용기가 내용물과 직접 접촉해 제품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자는 혼합 및 소분 전 제품을 담을 포장 용기의 오염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내용물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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