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버려진 생수병의 모습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56번째 사진은 길 위에 버려진 생수병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 송파구 한 주택가 이면도로에 버려진 생수병. (이한 기자 2021.5.13)/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송파구 한 주택가 이면도로에 버려진 생수병. (이한 기자 2021.5.1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생수 기업과 음료업계 등에서 ‘무라벨’ 열풍이 분다. 플라스틱 PET병이 제대로 재활용되려면 라벨과 PET를 잘 분리하는 게 중요하므로 처음부터 라벨 없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자원순환 과정에서 라벨을 제거하는 기술도 있고, 라벨을 잘 제거해 버리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지만 처음부터 만들지 말자는 움직임이다.

라벨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실제로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저렇게 아무데나 버리면 그런 논의가 무의미해진다는 의미다. 플라스틱 부피를 줄여도, 라벨을 없애 재활용이 잘 되게 만들어도 제대로 버려지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누군가 함부로 길에 버린 게 아니라, 분리배출된 페트병이 바람에 날렸거나 수거 과정 중에 떨어진 것일 수도 있다. 저만한 크기의 생수병은 가지고 다니기보다 집에 두고 먹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일반쓰레기든 재활용품이든 함부로 버려지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라벨이 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버려졌느냐가 더 중요하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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