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책임 투자’라고 언급되기 시작해 최근 ESG로 진화...투자 시 리스크 판단 기준으로도 삼아

ESG 평가 규제, 공시 기준을 확립하고 평가 절차상 투명성을 높이는 데 초점둬야

흔히 주식 투자에는 ‘저평가 가치주에 투자하라’든지, ‘우량주가 결국 살아남는다’라는 말이 있다. 즉, 무작정 투자를 시작하거나 한 순간의 이슈를 따르기 보다는,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이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보고 투자하라는 말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흔히 주식 투자에는 ‘저평가 가치주에 투자하라’든지, ‘우량주가 결국 살아남는다’라는 말이 있다. 즉, 무작정 투자를 시작하거나 한 순간의 이슈를 따르기 보다는,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이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보고 투자하라는 말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물건을 살 때는 품질을 확인하고 기업에 투자할때는 그 기업의 가치를 살펴야 한다. 어떤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게 좋을까? 2021년의 화두는 ESG다. 그런데, ESG가 도대체 뭘까? 

흔히 주식 투자에는 ‘저평가 가치주에 투자하라’든지, ‘우량주가 결국 살아남는다’라는 말이 있다. 즉, 무작정 투자를 시작하거나 한 순간의 이슈를 따르기 보다는,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이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보고 투자하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업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눈 여겨봐야 할 기준은 무엇일까? 최근의 화두는 ESG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다. 즉, 투자 의사 결정 시 '사회책임투자' 혹은 '지속가능투자'의 관점에서 공시된 재무적 요소들과 함께 고려하는 방법이다. 

◇ ESG, 왜 중요할까?

그렇다면 ESG는 왜 주린이가 알아야 할 필수 용어가 됐을까? ESG는 단순히 근래 들어 중요해진 용어는 아니다. 예전부터 ‘책임 투자’라고 언급되기 시작해 최근 ESG로 진화해 온 것이다. 과거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자산이나 업종을 투자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최근에는 주주들이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이는 주주행동주의라고도 하는데, 주주행동주의는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과거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주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부실 책임 추궁, 구조조정, 경영투명성 제고 등 경영에 적극 개입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행위다.

또한,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 시 리스크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ESG를 활용하기도 한다. ESG 기준이 낮은 기업에 투자할 경우 향후 파업이나 소송, 부정적 여론과 같은 다양한 위험에 투자 포트폴리오가 노출돼 수익이 낮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투자 대상 기업의 ESG 관련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져가고 사회적인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ESG 투자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5조 유로(한화 6만1928조 1000억 원)로 보고되고 있다. 그 중 2.5조 유로는 평가 기관에 의해 부여된 ESG 등급을 추종하는 기관투자자의 자금이다.

국내에서는 ESG 펀드는 연초 이후 5867억원(5월 기준)의 자금이 몰렸다. 1년 기준으로는 92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국내 ESG 등급 반영 주식형 펀드 설정 금액은 지난 6일 기준 1조 2208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8배나 늘었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3000억원, 1년 기준으로는 13조5800억원의 자금이 이탈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익률이 높다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연초 이후 ESG 펀드 수익률은 7.19%로 국내 주식형펀드(5.78%) 성과를 앞섰다. 1년 기준으로도 따져보면 6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펀드별로 보면 1년 기준 우리자산운용의 우리지속가능ESG증권자투자신탁이 77.73%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브이아이FOCUSESGLeaders150(77.15%), 브이아이사회책임투자증권투자신탁 (73.83%), 키움올바른ESG증권투자신탁(72.54%), 한화코리아레전드ESG증권자투자신탁(70.63%), 삼성ESG착한책임투자증권투자신탁(66.49%), 미래에셋좋은기업ESG증권자투자신탁(64.6%) 등이 뒤를 이었다. 

◇ ESG,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그렇지만 ESG 평가는 국제 준칙에 의해 작성한 회계 기반한 신용등급 평가와는 다르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 정보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방법론 상의 투명성과 평가자 간 결과의 비교가능성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SG를 표방하는 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러한 기준의 부재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 ESG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진 기업인지를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자원의 왜곡이나 불완전 판매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당국이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시연 연구위원은 “ESG 투자에 대한 관심과 투자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이와 관련된 투자자 리스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평가의 불투명성과 투자 기준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위 ESG 워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즉, ESG 워싱 또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은 기업, 상품 등이 실제 환경이나 ESG 요소에 미치는 영향 또는 전략 실행 수준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의도적, 비의도적인 명칭 부여, 홍보, 마케팅 등만으로 ESG 친화적 기업 또는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는 위험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과 ‘K-ESG 지표 간담회’를 열고 ESG 지표 초안을 공개했다. 이는 ESG 평가 지표가 너무 많고 다양해 혼란스럽다는 산업계의 불만을 반영한 움직임이다. 산자부는 이에 따라 의견 수렴·보완 작업을 거친 뒤 올 하반기에 최종 지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ESG 평가 관련 규제는 그 기반이 되는 공시 기준을 확립하고 평가 절차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둬야하고, 정책적으로 평가 지표나 방식을 표준화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ESG 요소는 시대나 사회 현상, 국가적 특성이나 산업 전반에 따라 평가 기준이 달라지는 등 복잡한 구조를 띄고 있다”며 ESG 평가 기준을 세우는 데 있어 이같은 점이 고려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특정 분야에 자본이 몰리는 등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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