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에서 다시 쓸모를 찾는 물건들
멸균팩 기부하면 종이팩 되살림 휴지로 재탄생

얼마 전,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기후 재난의 원인이 지금 배출하는 탄소가 아닌 20~30년 전에 배출한 탄소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오늘 나의 행동은 20년 후의 미래에 또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을까요? 미래까지 가지 않더라도 오늘날의 환경 문제에도 제 몫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겠지요.

<슬기로운 환경생활>은 개인이 할 수 있는 환경적인 생각과 행동을 체험기로 기록해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되었습니다. 환경을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가볍게 하나씩 적어봤더니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론이 아닌 현실에 발 붙이고 서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네 번째는 재활용되지 않는 물건을 모아서 ‘기부하는 습관’입니다. [편집자주]

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에 기부된 우유팩과 플라스틱 뚜껑.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에 기부된 우유팩과 플라스틱 뚜껑.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지난해 알맹상점을 취재할 때 상점 내에서 제로웨이스트 활동의 일환으로 다양한 기부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상점을 방문할 때 우유팩이나 두유팩, 커피가루, 손바닥보다 작은 PE, PP플라스틱, 실리콘 등을 기부하면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시킨다고 했다. 알맹상점에서는 이곳을 ‘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로 부르고 있었다. 알맹상점은 불필요한 일회용 포장재 대신 제품만 구매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숍이다. 

◇ 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에서 다시 쓸모를 찾는 물건들

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에서는 폐기물을 재사용 및 재활용하고 있다. 재활용 되지 않는 폐기물 가운데 상점에서 정한 물건들을 기부하면 되는데 회수센터에서 받고 있는 물건은 세척해서 말린 우유팩, 말린 커피가루, 플라스틱 병뚜껑을 포함한 PE·PP, 실리콘, 새 운동화 끈 등이다. 

재활용을 위해 분리배출하더라도 너무 작아서 재활용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병뚜껑, 렌즈통, 빨대 등 작은 PE·PP 플라스틱을 이곳에 기부하면 치약짜개나 색다른 생활용품으로 다시 쓸모를 찾게 된다. 

우유팩이나 두유팩 역시 종이와 섞어서 배출하면 재활용이 되지 않는데 이를 따로 모아서 알맹상점에 기부하면 화장지로 다시 태어난다. 다만 멸균팩이나 우유팩의 경우 다 마신 후 팩을 평면으로 오려서 깨끗하게 씻은 후 말리는 과정까지 끝낸 뒤 가져가야 한다. 

물건을 기부하고 나면 무게에 따라서 ‘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 쿠폰에 도장을 받을 수 있다. 하루 최대 4개까지 도장을 받을 수 있고 12개가 채워지면 대나무 칫솔, 화장지, 치약짜개 등 플라스틱 프리 선물을 받을 수 있다. 

그냥 버려질 수 있는 폐기물들은 다시 새로운 형태를 찾게 되고 이를 꾸준히 모아서 기부한 사람은 플라스틱 프리 선물까지 받게 되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 멸균팩 기부하면 종이팩 되살림 휴지로 재탄생

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에 기부한 멸균팩과 플라스틱 병뚜껑. 무게를 재고 도장을 받고 각각 마련된 자리에 분류하면 된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에 기부한 멸균팩과 플라스틱 병뚜껑. 무게를 재고 도장을 받고 각각 마련된 자리에 분류하면 된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이러한 리사이클이 흥미로워서 기자도 그날부터 집에서 우유를 마시고 남는 멸균팩과 음료수나 생수병 뚜껑을 차곡차곡 모았다. 어느 정도 모일 때마다 알맹상점을 찾았는데 지난 3월과 5월 방문하게 되었다. 

기부 과정은 간단하다. 매장 안 쪽에 마련돼 있는 회수센터에 가서 기부 품목을 말하고 각각 무게를 달고 난 뒤 도장을 받고 각각 마련된 자리에 분류하고 오면 된다. 매장에 갈 때마다 기부를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있었는데 어떤 이는 벌써 12개 도장을 다 채워서 플라스틱 프리 선물을 고르고 있기도 했다. 기자는 현재까지 4개의 도장을 모았다. 

두 번째 방문 시에는 ‘병뚜껑 안에 실리콘이나 종이가 있으면 재활용이 안 되기 때문에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기도 했다. 작은 플라스틱은 치약짜개나 마그넷 등으로 탄생하는데 불순물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매장 내에는 기부된 우유팩과 멸균팩을 재활용해 만들어진 휴지가 보였다. 우유팩 외부에는 ‘종이팩 되살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설명에 따르면 해당 휴지는 200ml 우유팩 약 300개를 재활용해 만들었다. 이를 통해 약 2kg의 펄프를 아낄 수 있다고 한다. 보통 휴지는 나무를 사용하니까 그나마 친환경적이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열대우림을 훼손하고 탄소가스와 수질오염을 야기하는 천열펄프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자는 단순히 멸균팩과 병뚜껑만 모아서 갔지만 매장에는 다양한 기부 물품들이 보였다. 어떤 사람은 원두가루를 말려서 종이봉투에 담아오기도 했다. 이렇게 기부된 말린 원두가루는 커피화분, 연필, 방향제 등으로 재탄생된다. 이밖에 재활용이 되지 않는 실리콘을 기부하면 스테인리스 도시락 패킹으로 재활용된다. 

기부된 우유팩과 멸균팩을 재활용해 만들어진 휴지.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기부된 우유팩과 멸균팩을 재활용해 만들어진 휴지.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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