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비닐?...문제는 '일회용품'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아니고 차선책으로 ‘로우웨이스트’입니다. 서른 세 번째는 이 기사에서 몇 번 다뤘고 이제 사용한지 1년째가 되어가는 일회용 비닐봉투입니다 [편집자 주]

기자가 1년째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비닐봉투. 2020년 5월부터 지금까지 매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집 근처에서 급히 장 볼때 장바구니로 쓴다. 가볍고 부피가 작은데 의외로 질기고 튼튼해서 아직도 거뜬하다. (이한 기자 2021.5.21)/그린포스트코리아
기자가 1년째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비닐봉투. 2020년 5월부터 지금까지 매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집 근처에서 급히 장 볼때 장바구니로 쓴다. 가볍고 부피가 작은데 의외로 질기고 튼튼해서 아직도 거뜬하다. (이한 기자 2021.5.21)/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는 플라스틱이나 비닐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인류가 가는 곳에는 어디든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글을 여러 번 읽었고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한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플라스틱과 비닐은 지구를 망치는 주범인 것처럼 생각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터다.

생각해보면, 문제는 플라스틱이나 비닐이라는 소재 자체가 아니다. 흔히 그런 것들은 일반쓰레기가 아니라 ‘재활용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결국 많이 버려지는게 문제인데 그 이유 중 하나는 ‘한번 쓰고 버리는 습관이 들어서’다. 쉽게 말해서 일회용품 비율이 높다는 얘기다.

기자는 플라스틱 텀블러가 있고 플라스틱 빨대도 있다. 소재가 플라스틱이지만 여러 번 사용하니까 아직도 쓰레기가 아니고 ‘내 물건’이다. 일회용품을 가능하면 쓰지 않기로 마음 먹은 것, 혹시 일회용품을 사용하게 되더라도 그걸 가능하면 여러번 사용하고 버리자고 마음 먹은게 1년 전이다.

작년 5월 20일 전후였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만 1년이 딱 지났을 것 같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비닐봉투 하나를 받았고, 그걸 안 버렸다. 여러 번 접어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장바구니로 사용했다. 기사로 몇 번 언급한 적 있는데 장점이 많다. 가볍고 얇아서 아무데나 넣고 다니기 편한데 의외로 질기고 튼튼하다. 미처 몰랐던 비닐의 장점이다.

7개월쯤 사용했을 때, 그러니까 작년 연말에 비닐봉투 하나가 더 생겼다. 식당에 음식을 전화로 주문해놓고 받으러 갔는데 이미 포장이 완료돼 비닐로 묶여있었다. 굳이 그걸 열고 다시 받아오기가 애매해서 그냥 가져와 지금은 (가지고 다니는) 비닐봉투가 두 개다 하지만 주로 쓰는건 여전히 1년전 그 봉투다. 식당에서 받은 봉투는 너무 크다.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는 지난 4월 열린 제2차 열린소통포럼에서 “한번쓰고 버리거나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이 문제”라고 말했다. 플라스틱이라는 소재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의 습관, 그리고 그 구조를 만드는 정책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동학 대표는 2년 동안 세계일주를 하면서 전 세계 여러나라의 쓰레기 문제를 직접 보고 돌아온 인물이다. 그는 기부·나눔 장터가 동네마다 운영돼 물건이 잘 버려지지 않는 덴마크 사례,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고치는 리페어 카페가 많은 네덜란드 사례 등을 공유하면서 국내에도 그런 곳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유컵 보증금제도나 다회용기 배달서비스 등을 통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도 덧붙인 바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방법은 하나다. 그걸 사용하지 않고 다회용품을 대신 쓰는 것. 기자는 일회용 비닐봉투를 다회용으로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고 1년째 그걸 해왔다. 매일 무거운 물건을 담아가지고 다녔으면 조금 더 일찍 버렸겠지만, 동네에서 가끔 급하게 장 볼 때 쓰는 용도로는 지금까지 충분했다. 비닐봉투는 아래 부분이 조금 닳아 찢어졌지만, 며칠 전에도 빵 3개와 총 무게 2Kg이 넘는 식재료를 담아 집까지 오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가 많다. 썩지 않아서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사용하지 않는게 불가능하다면 그걸 여러번 사용해서 덜 버리면 어떨까? 그러니까 ‘일회용’을 줄이자는 얘기다. 어렵지 않다. 한번 더 쓸 수 있는걸 찾아보면 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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