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 부문에서의 탄소배출 줄이기, 세계적 숙제
“혼자 타는 내연기관차...친환경차로 바꿔라”
‘무공해차’ 늘리고, 전기차 인프라 확대 추세
CEO직접 나서 전기차 등 계획 밝힌 현기차
내연기관차 정말 빠르게 사라질까....‘글쎄요’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나 수소차의 보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친환경 미래차 보급을 늘리려는 정책이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앞으로는 주유소가 모두 사라지고 차들은 모두 기름을 넣는 대신 배터리를 충전해서 달릴까? 그러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나 수소차의 보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친환경 미래차 보급을 늘리려는 정책이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전기차 등이 내연기관차를 빠르게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자동차는 대부분 휘발유나 경유로 달린다. 며칠 전 차를 새로 산 기자의 지인도 “전기차는 아직 불편하잖아”라며 휘발유를 태워 달리는 승용차를 골랐다. 차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기자에게 “내연기관차가 2060년까지는 도로 위를 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적인 문제 등을 고려하면 전기차나 수소차로 빠르게 교체될 것처럼 보이는데 왜 그렇지 않은걸까? 전기차가 정말로 내연기관차를 곧 대체할 것인지 짚어본다.

내연기관차의 입지가 빠르게 축소되는 건 맞다. 주요 기업과 기관들이 환경적인 이유를 앞세워 일제히 휘발유차와 경유차를 줄이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지난해 9월, “2035년부터 가솔린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캘리포니아에서 신차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가 지난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노르웨이가 2025년, 독일과 이스라엘, 그리고 인도가 2030년, 영국이 2035년, 프랑스, 스페인, 싱가포르, 대만은 2040년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판매 금지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은 2030년까지 시내에서 경유나 휘발유차가 다니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예정된 프랑스 파리는 2025년까지 시내버스 4700여대 모두를 전기차나 바이오 연료 차량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 운전자 혼자 탄 내연기관차, 친환경차로 바꿔라

내연기관차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생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교통 분야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이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시선, 그리고 현대 도시인들의 교통수단 이용이 환경적인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다. 도심을 달리는 자동차들이 대부분 내연기관차고 그 차 중 상당수가 운전자 혼자만 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본지에서도 올해 초 ‘환경제 키워드’ 특집 기사와 ‘트렌드 키워드 속 환경’ 관련 기사에서 이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해외 유명 자동차 기업이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적 있다. 포르쉐가 지난 2019년 자사 매거진을 통해 소개한 사례다. 당시 포르쉐는 보스턴대학 지속가능한 에너지연구소 조사 결과를 인용해 아래와 같은 내용을 전했다.

당시 기준 미국 보스턴을 생활권으로 두는 인구는 약 450만명 정도고 이 지역에서는 평일 기준 최대 100만 명이 자가용으로 출퇴근한다. 보스턴 운전자들은 연간 164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는데, 이 숫자는 뉴욕(133시간)이나 LA(128시간)보다 길다. 매거진은 “보스턴에서 나오는 배출가스 대부분이 매일 도심을 오가는 차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매거진은 도심을 오가는 전체 교통량의 70%가 자가용이고 대부분 내연기관차이며 운전자 혼자 타고 있는 차가 가장 많다고 지적했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보스턴 인구가 꾸준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차 운행을 감소시키는 건 필수”라고도 언급했다.

하지만 자동차의 이동 자체를 줄일 수는 없다. 매거진은 “보스턴은 차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차로 운행하도록 할 계힉”이라고 밝혔다. 운전자 혼자 타고 다니는 내연기관차의 비율이 높고, 이 수요를 친환경차로 바꾸는 것은 많은 도시가 가지고 있는 공통의 문제이자 숙제다.

◇ ‘무공해차’ 늘리고, 전기차 인프라 확대한다

친환경 미래차 시장은 빠르게 올까? 일단 움직임은 많다. 환경부는 지난 4월 14일 6개 금융업체와 20개 제조업체, 한국자동차환경협회와 함께 ’2030 무공해차 전환100‘ 선언식을 개최했다. 이 선언식은 지난 3월 25일 자동차 렌트·리스업의 무공해차 전환 선언에 이은 두 번째 행사다.

환경부는 참여기업을 대상으로 무공해차 보조금을 우선 지원하고, 사업장 내 충전기반시설(인프라) 설치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더욱 많은 기업들이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100’ 선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업종별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전환과정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추가적인 지원과 협력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같은날, 현대자동차그룹은 서해안고속도로 화성휴게소에서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E-pit’ 개소식을 열었다. 그리고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서 초고속 충전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E-pit 충전소는 장거리 운전 고객들의 전기차 충전 편의성을 높이고 국내 전기차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구축한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다.

현대차는 최근 충전 서비스를 강화하고 초급속 충전기를 보급하는 등 전기차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도심 주요 거점에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8개소(48기)를 추가로 선보이고 충전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 구축해 전기차 선도 기업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은 친환경차인 전기차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미래차 시장은 환경과 경제 이슈가 함께 섞여 여러 전망을 불러오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CEO직접 나서 전기차 등 계획 밝힌 현기차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2월 10일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기차 분야 관련 계획을 자세히 밝힌 바 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1년 아이오닉 5 출시를 시작으로 전기차 전용 라인업을 본격 확대한다.

전기차 전용 플랫인 E-GMP 기반 전기차와 파생 전기차를 포함해 2025년까지 12개 이상의 모델을 출시하고 연 56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2040년까지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제품 전 라인업의 전동화도 추진한다. 2030년부터 우선 유럽, 중국, 미국 등 핵심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전기차로의 라인업 변경을 추진하고 인도와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도 전기차 보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도 2021년 전용 전기차 모델 및 파생 전기차를 선보인다. 국내 및 미국 시장에 이어 향후 중국, 유럽 등으로 확대 진출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고, 전동화 모델을 통해 럭셔리 친환경차 이미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아는 지난 2월 9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전기차와 친환경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당시 기아는 “Plan S를 통해 단순히 내연기관 차량 중심에서 전동화 차량 중심 구조적 변화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서, 혁신적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통해 모빌리티 생태계 전반에서 새로운 브랜드로의 재탄생을 도모한다”고 밝혔다.

당시 기아는 EV 전환 구체화를 위해 26년까지 11종 풀 라인업 구축하고 30년 친환경차 연간 160만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통해 오는 2030년 연간 160만 대의 환경차를 판매하고, 전체 판매 중 환경차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오는 2030년 연간 88만 대 이상의 판매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일류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 내연기관차 정말 빠르게 사라질까....‘글쎄요’

반면, 내연기관차가 최근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만큼 빠르게 ‘퇴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의 효율성이나 최근 생산되는 자동차의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내연기관차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이 문제와 관련해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전기차 역시)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나 태양광 무공해로 얻는 것 보다는 화력에서 얻는 경우가 많아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빠르게 옮겨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율주행이나 IT쪽에서 자동차 산업 의 큰 패러다임 변화가 올 수 있지만, 파워트레인에서는 내연기관이 의외로 오래 유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수명과 실제 사용 연한을 고려하면 이 전망은 힘을 얻는다. 이 교수는 “국내 자동차 평균 수명이 9.5년이고 유럽은 3년 전 기준 10.4년”이라고 전제하면서 “기능을 생각하면 20년 이상 타는 사람도 있고 경우에 따라 30년 된 차들도 도로를 다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내연기관 판매를 2040년에 금지한다고 가정해도 2039년에 구매한 차가 2060년까지는 도로 위를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위기 등이 닥친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자동차 평균 수명이 11년을 넘는다.

업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발표한 적 있다. 한국자동차공학회는 지난 2019년 3월 개최된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발표회에서 “2030년에도 내연기관이 주요 동력원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학회는 2030년 내연기관차 점유율이 80%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매일경제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학회는 “상대적 저비용 및 고효율에 따라 내연기관은 2030년에도 80% 이상의 주 동력원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본격화하기 이전에 친환경적인 전기 생산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도 지난해 11월 영국 자동차산업협회와의 화상회의에서 위와 같은 의견을 밝혔다. 당시 정 회장은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에너지에 의해 좌우되는 점을 고려할 때, 각국 정부는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선언 이전에 친환경적 전기 생산에 대한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내연기관차 미래...환경과 경제에 두루 영향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차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내연기관차의 전기차(또는 수소차) 전환은 환경만의 이슈가 아니라 경제적인 이슈에서 영향을 미쳐서다. 그린피스서울사무소가 올해 1월 13일 공개한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수출에 미치는 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이 기후위기 대응 전략 중 하나로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하고 있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국경세 시행 원년으로 예상되는 2023년 즈음에는 한국 주요 수출 업종에서 3개국과의 교역을 위해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금액이 6,100억 원에 달한다. 아울러 오는 2030년에는 그 금액이 훌쩍 뛰어 1조 8,700억 원을 추가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린피스는 “특히 온실가스 다배출업종인 철강, 석유화학 등 산업계의 긴밀한 준비가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경제적인 영향이 늘어나는 이유는 온실가스 관련 규제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보고서에서 “기존에 도입된 내연기관차 CO₂ 배출량 제한, 배출가스 규제 등에서 더 나아가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정책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캘리포니아주 사례도 언급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주요 수출품목 중에서도 내연기관 자동차는 탄소배출량이 많아 별도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2023년 대미 수출에 부과되는 탄소국경세가 자동차 업종에만 1320만 달러(147.3억원)규모일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은 4220만 달러(470.8억원)이다.

당시 그린피스는 “EU의 이산화탄소 규제는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2050년 탄소순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동차 규제를 추가 강화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규제 강화가 있을 경우 자동차 제조사는 규제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 판매 비중을 더 높이는 사업 포트폴리오에 조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래차 시장은 환경과 경제 이슈가 함께 섞여 여러 전망을 불러오고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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