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육식 전시를 하지 않은 지 2년 가까이 되어간다. 육식 전시는 타인에게 노출되는 온라인 영역에서 고기에 대한 언급과 사진을 업로드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살펴 보니 기자가 개인 SNS에 고기와 관련한 음식 사진을 마지막으로 올린 건 2019년 6월 30일이다. 방콕 여행길에 먹은 요리 사진이다. 그날 이후 육식과 관련한 사진은 올리지 않고 있다. 

처음부터 목적을 갖고 육식 전시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별한 계기, 이를테면 공장식 축산업에 관한 책을 읽었다거나 채식주의자의 인터뷰를 봤다거나 하는 경계선이 있었던 건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비건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겨나던 때였고 타인이 올린 낚시 사진과 날 음식 아래에 달린 ‘맛있겠다’, ‘먹고싶다’라는 댓글들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던 때였다. 

살아있는 바다 생명을 죽이는 과정을 생중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것만 이상한 걸까? 살아있던 생명을 죽여서 만들어진 ‘고기’를 소비하고 이 모습을 전시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걸까? 그 이상함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았다. 

물론 작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을 못 가게 되고 외식도 하지 않으면서 고기를 소비할 기회가 크게 줄어든 영향도 있다. 그러나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육식 전시의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타인이 올리는 음식 사진이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이미지로 인해 생기는 ‘없던 욕망’ 때문이다.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누가 라면을 먹고 있으면 괜히 먹고 싶어지는 심리가 있다.

고기도 마찬가지다. 별 생각이 없다가도 누군가가 올린 치킨 사진을 보면 ‘내일 저녁은 나도 치킨을 먹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기 때문에 욕망이 생기고 무분별하게 고기를 소비하게 된다는 의미다. 기자만 하더라도 그렇게 소비를 한 적이 꽤 있다. 

누군가는 그래서 고기를 소비하는 게 왜 나쁜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육식을 전시하지 않는 사람들 상당수의 관점을 빌려오면 육식 전시는 동물 착취를 가볍게 소비하고 권장하는 일이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공장식 축산업을 종용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에는 미국의 유명 레시피 사이트에서는 소사체를 사용한 요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혹시 아프리카돼지열병 기사에 돼지고기 값 오르는 것만 걱정하는 사람들과 조류인플루엔자로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고 있는데 계란 값과 치킨 값 오르는 것만 걱정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여겨진다면 육식 전시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것은 결을 함께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면 기자를 비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다만 자주 고기보다는 채식 식단을 선택하려고 하고 대체할 수 있는 음식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고기를 먹게 되더라도 그것을 ‘전시’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2년 가까이 육식 전시를 하지 않으면서 고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는 횟수도 확실히 줄어들었다. 

얘기가 사라진 자리에 서서 자주 식탁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다행히 고기가 아니더라도 즐길 거리는 많다.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영양학적으로 고기에 뒤처지지 않는 식물성 식품과 대체식을 찾을 수 있다. 

기자 역시 지금 바로 식탁 풍경을 전부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육식 전시를 하지 않는 것을 첫 걸음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육식 전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채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육식의 문제를 되돌아볼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살고 있다는 것을 들여다보게 했다.

그런 면에서 육식 전시를 하지 않는 습관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작은 실천이기도 하다. 어렵지 않게 비건 지향을 실천하는 소소한 방법은 생각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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