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먼저 움직여야 할 사람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이탈리아 남부 작은 섬마을에 바다가 보이는 큰 창이 있는 작은 방을 하나 얻을거다. 그리고 1년 중 절반은 그곳에서 글을 쓰면서 보낼거다. 거기서 쓰는 글이 돈벌이가 되지 않아도 아무 상관이 없는 상태로 사는 게 내 꿈이다.

소박해 보이지만 따져보면 큰 꿈이다. 이 꿈이 이뤄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글 써서 먹고 살던 사람이 글로 돈 벌지 않아도 괜찮으려면 그만큼 충분한 돈이 있어야 한다. 돈 욕심을 부리지 않고 검소하게 살아도 되지만 그렇다고 돈을 쓰지 않고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결국, 경제적인 여력이 갖추어져야 가능한 꿈이다. 돈벌이를 하지 않아도 좋다는 꿈은 돈을 많이 벌어야 가능하다는 아이러니다.

바다가 보이는 큰 창을 내려는 건 그 바다가 예쁘고 깨끗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쓰레기로 뒤덮인 해안가나 대규모 어업 등으로 생태계가 망가진 바다의 풍경을 보고 싶은 건 아니다. 결국, 그 시점의 바다가 환경적으로 훼손되지 않고 좋은 상태여야 저 꿈이 가능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팬데믹 우려 없이 자유롭게 해외 행이 가능해야 저 꿈이 이뤄질 수 있다.

기자가 꿈꾸는 행복한 미래는 경제적으로, 그리고 환경적으로 밸런스가 완벽하게 맞는 상태여야 가능하다. 경제 가치를 추구하려고 환경을 뒤로 미뤄도 안 되고, 환경을 챙기겠다며 경제를 뒤로 미뤄도 안 된다는 얘기다. 결국 환경과 경제가 최적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이건 기자가 미래 세상을 향해 꾸는 꿈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오늘 당장의 현업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얘기다.

세상은 돈의 논리로 움직인다. 자본이 곧 힘이고 권력이다. 정치인은 임기가 있지만 돈은 잃지만 않으면 임기가 없다. 그리고 돈이 많으면 돈을 만드는 것도 상대적으로 쉽다. 그래서일까. 환경 관련 이슈는 자본이나 경제 관련 이슈에 쉽게 뒤로 밀린다. 더 싸니까, 더 많이 만들 수 있으니까, 더 빨리 만들 수 있으니까, 이걸 하면 돈이 되니까 사람들은 지구의 수명을 갉아먹는다.

그들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인류의 종말을 앞당기려고 일부러 환경을 훼손하는 게 아니다. 돈의 논리가 너무 앞서다보니 환경이 뒤로 밀려서 그런거다. (물론 그것 자체가 나쁜 거라는 시선도 있겠다)

인류는 소비하지 않고 살 수 없다. 소비하려면 생산과 유통이 필요하고 생산과 유통 구조를 효율적으로 만들려면 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경제와 환경의 교집합을 찾지않고 매출과 비용, 그에 따른 손익만 생각하면, 그런 방식의 경제는 지속가능하지가 않다. 매출과 비용의 최적화가 아니라 경제와 환경의 최적화를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지구의 기후를 지키겠다고 나선 청년들이 있다. 그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때 까지 제 명대로 살다 가는 게 꿈’이라고 했다. 그 청년들이 말한 건강과 행복이 계좌에 돈만 많이 쌓아두겠다는 의미였을까? 기자가 꿈꾸는 행복이 ‘돈 많은 백수’가 아니듯, 그들의 행복에도 많은 의미가 담겼을거다.

경제성장의 부산물로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뒷 일, 돈 많이 벌고 나면 폼 나는 사회공헌으로 한번씩 슬쩍 티를 내는 이벤트로만 환경을 들여다보면 안 된다. 그런 식으로 돈을 벌면, 나중에는 그 돈을 쓸 시장이 사라질수도 있다. 너무 극단적인 경고라고? 꼭 그렇지많도 않다.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5분만 검색해보자.

기업과 정부는 경제와 환경의 교집합을 찾아라. 익숙한 단어를 동원해 거창한 계획을 발표하라는 얘기가 아니고 그런 활동을 하라는 얘기다. 그리고, 언론도 그 교집합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어느 기업이 쓰레기를 주웠고 누가 나무를 심었다는 사실만 보도하는 게 환경기사는 아니다. 환경을 지켜주는 신기술이 개발됐다(고 주장하)는 기사만 받아적는 것도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전혀 환경적이지 않다. 환경과 경제를 어떻게 엮어야 지속가능한지 취재하고 꾸준히 보도하는 게 언론의 몫이다. 그걸 하지 않으면 광고지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그걸 먼저 하고 난 다음에 소비자들에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분리배출 잘 하라고 요구해야 이치에 맞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은 소비자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정부, 그리고 언론 등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물론 기자도 그걸 지금보다 더 잘 하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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