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내기
플로깅과 줍깅...잘못 버려진 쓰레기 줍기
식탁의 작은 혁명, 공장식 축산 줄이기
에코백과 텀블러 ‘똑똑하게’ 사용하기

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자연보호 운동가들이 만든 날이지요. 설날과 추석,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기념일(?) 중 하나입니다.

지구가 더워집니다. 날씨가 계속 변해서 큰일입니다. 북극곰과 펭귄만의 위기가 아닙니다. 일상생활이 조금 불편해지고 끝나는 문제도 아닙니다. 이대로 가면 인류가 삶의 터전을 잃고 심하면 목숨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특히 취약계층에게 더 큰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기후변화를 서둘러 막지 않으면 미래 지구에 어떤 문제가 생기고 그걸 막으려면 지금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그런 일을 앞장서서 실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어봅니다. 지구의 날 특집이지만, 사실은 1년 내내 귀를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네 번째는 일반 소비자들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힌트입니다. [편집자 주]

제로웨이스트는 그 무엇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는 삶, 말 그대로 쓰레기가 제로인 상태를 지향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 막고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기업과 정부가 힘을 내야 한다. 기업이 모두 친환경 제품만 만들고 정부가 환경 정책에 힘을 쏟으면 소비자들이 지금처럼 풍족하게 소비하면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자원순환을 고려한 제품이 늘어나고 관련 제도가 잘 정비되면 버려지는 것들이 많아도 환경에 대한 염려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이상적인 얘기다. 이 지점에서 소비자들의 힘이 필요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후변화 막고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기업과 정부가 힘을 내야 한다. 기업이 모두 친환경 제품만 만들고 정부가 환경 정책에 힘을 쏟으면 소비자들이 지금처럼 풍족하게 소비하면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자원순환을 고려한 제품이 늘어나고 관련 제도가 잘 정비되면 버려지는 것들이 많아도 환경에 대한 염려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이상적인 얘기다. 기업들은 가성비 좋은 원료로 제품과 서비스를 많이 생산해 자꾸 팔아야 이익을 챙긴다. 정부는 환경 정책을 꾸준히 내놓지만 환경 관련 정책이 정부 활동에서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제 등 다른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도 현실이다.

이 지점에서 소비자들의 힘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환경적으로 생각하고 환경적으로 소비하고, 정부와 기업에 그런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 분리배출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리배출이 잘 되는 소재로 제품을 만들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그런 제도를 만들고 감독하라고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 일상 속에서의 환경 실천도 중요하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환경 활동은 뭐가 있을까? 

◇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소비자들은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습관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82%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2017년부터 연근해에서 폐사한 거북이 44마리를 부검한 결과 20마리가 플라스틱을 삼키고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는 2018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재활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플라스틱 관리 및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인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생산된 일회용 플라스틱은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는다. 그린피스가 보고서를 통해 밝혀낸 국내의 물질 재활용률은 20% 안팎이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3월 발간한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생산된 플라스틱의 약 40%가 다른 물건을 포장하는 데 쓰였다. 그린피스는 앞서 2019년 12월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를 통해서는 “1분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며 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 포장재”라고 밝혔다.

◇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내기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게 가장 절실한 분야는 바로 포장이나 배달 등에 사용된 일회용 식기다. 환경부에 따르면 포장이나 배달에 사용된 1회용 식기류가 연간 40억개(2018년 기준)에 달한다.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면 이를 줄일 수 있다.

플라스틱 용기나 1회용 용기가 없어도 장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 2019년 ‘착한가게 원정대’라 불리는 소비자 32명과 함께 ‘플라스틱 없을지도’를 만들었다. 서울을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눠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없이 장을 볼 수 있는 가게 리스트를 정리한 것. 이 지도에는 “우리 나라에 더 이상 비닐 묻을 땅이 없다”며 비닐 포장을 모두 없앤 과일가게 등 총 21곳의 가게 정보가 담겼다.

비슷한 취지의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곳은 많다. 알맹상점은 ‘제로웨이스트 및 세제소품샵 알맹지도’를 제작해 꾸준히 업데이트해왔다. 구글맵으로 제공되는 이 지도에서는 세제 리필 샵앤샵 21곳, 제로웨이스트·리필샵 18곳, 카페와 디저트가게 5곳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지역 단위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곳도 많다. 성북구 이웃만들기 사업 ‘늘좋은’이 대안생활 실천모임 ‘나를 돌봄 서로 돌봄 봄봄’과 함께 만든 용기내 커뮤니티에는 다회용 용기 사용 등에 관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다.

◇ 플로깅과 줍깅...잘못 버려진 쓰레기 직접 줍자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면 이번에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를 직접 줍는 건 어떨까. 요즘 플로깅 또는 줍깅이 인기다. 줍깅은 쓰레기를 주우며 조깅을 한다는 의미의 (줍다+조깅) 줄임말이다. 스웨덴에서 시작한 사회적 챌린지로 건강을 챙기면서 환경적인 영향력도 줄 수 있어서 SNS 등을 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유럽 등 해외에서는 스웨덴어의 줍다(플로카 업)과 영어 달리기(조깅)의 합성어인 ‘플로깅’으로 불린다.

쓰레기를 주우면서 지구를 구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와이퍼스'다. 미취학 아동부터 환갑이 넘은 어르신까지 모여 동네에서 직접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줍깅과 플로깅을 직접 실천하면서 다회용기를 가지고 음식을 포장하거나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실천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친환경 라이프를 추구한다.

와이퍼스 운영자 황승용씨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와이퍼스'라고만 검색하면 저희와 1차적인 소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황씨는 “궁금한 내용을 공유하고 집 앞에 쓰레기를 하나라도 줍거나, 용기를 들고 장을 보러 가거나, 플라스틱 칫솔 대신에 대나무 칫솔을 구매해보는 소소한 '행동'을 했을 때, 여러분들은 바로 와이퍼스 멤버”라고 덧붙였다.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최근 이마트 주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정 부회장은 장바구니와 집게를 들고 이마트 성수점 내에 있는 ‘에코 리필 스테이션’ 앞에서 포즈를 취한 뒤 마트 주변을 돌며 쓰레기 줍는 모습을 담은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그러면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이마트 성수점과 주변에서 플로깅을 실천했다”고 밝혔다.

지난 일요일(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었다.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다. 인류가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활용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생기고 버려지는 폐기물들이 땅과 물, 그리고 공기를 오염시킨다. 이 과정을 좀 더 효율화하기 위해 자원을 아끼고, 사용한 자원도 순환 이용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취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으로 지구가 꽉 차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생활 속에서 조금씩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식탁의 작은 혁명, 공장식 축산 줄인다면?

고기 소비를 줄이는 것도 환경적인 활동 중 하나로 인식하는 시선이 있다. 무조건 채식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공장식 축산’을 줄이자는 취지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11월 ‘세계 비건의 날’을 맞아 후원자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원인”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소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 1만 5500리터의 물이 필요한 반면 토마토 1Kg을 생산하려면 180리터면 충분하다. 물론 소고기가 공급하는 단백질과 열량을 토마토만으로 공급할 수는 없다. 하지만 농축산업이 사용하는 담수가 지구 전체 담수의 70%라는 점,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5%로 교통분야보다 많다는 점 등을 따져보면 환경과 공장식 축산의 관계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책 <우리가 날씨다>에서 “저녁 식사를 제외하고는 동물성 식품을 먹지 말자”고 주장했다. 그는 3년 동안 공장식 축산에 대해 조사하고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책도 썼다.

포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간이 모든 야생 포유동물의 83퍼센트와 식물의 절반을 없애버렸다. 인간은 우리가 키우는 동물에게 먹일 음식을 마련하려고 곡물을 재배할 수 있는 땅의 59%를 이용한다. 인간이 쓰는 담수의 3분의 1이 인류가 키우는 동물에게 간다. 가정에서는 13만분의 1만을 사용할 뿐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항생제의 70퍼센트가 가축에게 사용되며 지구상 모든 포유동물의 60%가 식용으로 키워진다.

◇ 에코백과 텀블러 ‘똑똑하게’ 사용하기

친환경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이 가장 흔히 실천하는 것 중 하나가 텀블러와 에코백을 사용하는 일이다. 일회용 비닐 등을 줄일 수 있으므로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텀블러와 에코백을 무조건 쓰는게 아니라 똑똑하게, 다시 말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리바운드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텀블러를 자주 구매함으로서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에너지 고효율 가전제품을 선택했는데 가전제품 전체 숫자가 오히려 늘어나 전기 사용량이 줄어들지 않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다.

예를 들어보자. 소비자가 기존 차량보다 연비가 2배 좋은 친환경차를 구매했다고 가정하자. 운전을 해보니 기름값이 과거보다 싸게 들어 연료비 부담이 줄어든다면, 예전보다 승용차를 더 자주 이용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연비 개선으로 인한 연료소비 감축 효과는 기대보다 작아진다. 가격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비자가, 유지비가 저렴할 경우 사용량을 늘리는 경우는 실제로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텀블러를 1개 생산하거나 없애는 과정에서는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 1개보다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하지만 많이 사용하면 배출량은 역전된다. KBS가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연구한 바에 따르면, 300ml 용량 텀블러를 매일 1번씩 사용하면 2주 만에 플라스틱컵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한다. 한 달이 지나면 종이컵 온실가스배출량보다 적어진다. 6개월 후에는 플라스틱 컵 온실가스 배출량이 텀블러의 약 12배가 된다. 물론 플라스틱컵 또는 종이컵 역시 매일 1번씩 사용한다고 가정했을때다.

장바구니나 에코백도 같은 관점으로 봐야 한다. 일회용 비닐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권장되지만, 정말로 환경에 덜 나쁜 영향을 미치려면 다회용 가방을 한 개만 구매해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해야 한다.

과거 영국 환경부가 조사한바에 따르면 종이봉투가 일회용 폴리에틸렌 비닐봉지보다 더 적은 환경 영향을 미치려면 최소한 3번 이상 재사용해야 한다. 천 등으로 만든 에코백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2019년 “면화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비료와 살충제 등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수질오염을 일으킨다”고 지적하면서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환경 영향을 적게 미치려면 에코백을 131회 정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텀블러와 에코백을 또 다른 ‘소비문화’로 활용하지 말고 원래의 취지에 맞게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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