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글로벌 키워드로 떠오른 ESG
ESG 경영 강조하는 주요 기업과 기관들
탄소중립? “배출한 탄소 만큼 다시 흡수하라”
탄소중립 정책, 경제에도 영향?

4월 22일은 지구의 날입니다.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자연보호 운동가들이 만든 날이지요. 설날과 추석,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기념일(?) 중 하나입니다.

지구가 더워집니다. 날씨가 계속 변해서 큰일입니다. 북극곰과 펭귄만의 위기가 아닙니다. 일상생활이 조금 불편해지고 끝나는 문제도 아닙니다. 이대로 가면 인류가 삶의 터전을 잃고 심하면 목숨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특히 취약계층에게 더 큰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기후변화를 서둘러 막지 않으면 미래 지구에 어떤 문제가 생기고 그걸 막으려면 지금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그런 일을 앞장서서 실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어봅니다. 지구의 날 특집이지만, 사실은 1년 내내 귀를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 주제는 지구를 구하는 두 가지 키워드, ESG와 탄소중립입니다 [편집자 주]

'코스피 200 ESG 지수'는 대한민국 경제 주역들로 구성된 코스피 대표 지수로 '코스피200지수' 내에서도 ESG참여도가 높은 기업이 경영 성과와 수익성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환경 관련 키워드 중 가장 주목받는 건 ESG와 탄소중립이다. ESG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 등이 일제히 내놓은 화두고 탄소중립은 각국 주요 정부들이 최근 앞다퉈 언급한 이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후변화를 막는 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이슈다. 환경운동가들의 숙제만이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앞장서 나서야 하는 문제기도 하다. 실제로 세계 여러 기업과 정부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환경 관련 키워드 중 가장 주목받는 건 ESG와 탄소중립이다. ESG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 등이 일제히 내놓은 화두고 탄소중립은 각국 주요 정부들이 최근 앞다퉈 언급한 이슈다.

국내 움직임도 활발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어제(21일) ‘K-ESG 지표 업계 간담회’를 열고 -ESG 지표 초안을 공개했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등 13개 시민단체와 환경부 등은 22일부터 일제히 ‘2050 탄소중립 실천 캠페인’ 실천에 나선다. 탄소중립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만들자는 취지다.

◇ 20년만에 글로벌 키워드로 떠오른 ESG

두가지 키워드를 하나씩 살펴보자. ESG는 환경·사회·지배구조 앞글자를 딴 약자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기업을 평가하는 시선으로 매출이나 이익 등 재무적인 방식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주목하기 위해 환경 또는 사회적인 요소 등을 고려하자는 취지다.

쉽게 말하면 돈을 많이 버는지만 고려할 게 아니라 환경이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인지,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인지 따져보자는 의미다.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지식백과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과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UN은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정연만 법무법인태평양 고문(前 환경부차관)은 본지가 주최한 ESG 인사이트 포럼에서 “범지구적인 기후위기 앞에서 ESG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기업의 리스크 차원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ESG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물론 과거의 기업들도 친환경 경영을 언급하고 CSR활동을 강조했다. 하지만 ESG는 이전의 CSR 활동 들과는 몇가지 지점에서 차이가 있다. CSR이 기업의 윤리적·자선적 책임을 강조했다면 ESG는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을 기업 지속가능성과 장래 재무성과를 가늠하는 구체적인 기준으로 삼는다.

CSR은 공정거래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노동법과 환경법 등 기업에 적용되는 규제나 법령 준수 차원이었다. 하지만 ESG는 법령준수를 넘어 협력사와 임직원,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추구한다. CSR이 리스크 관점에서의 수동적 접근인 경우가 많았던 반면, ESG는 이 부분을 잘 해내야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는 관점에서의 능동적 접근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 ESG 경영 강조하는 주요 기업과 기관들

실제로 주요 기업과 기관들은 ESG 경영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가 MSCI(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ACWI 지수 상위 시총 100개 기업들이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지속가능성’과 ‘환경’ ‘기후’ 등을 언급하는 빈도 수는 과거 5년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늘었다.

ESG 등급이 우수한 글로벌 기업들은 수익률 역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 7년간 ESG 등급 상위권 30% 기업은 하위 30% 기업 대비 이익 증가율과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했으며,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적 정책 또한 꾸준히 시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MSCI가 2015~18년 사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변화와 시가총액 관계를 조사한 결과,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인 상위 30사 시총은 2017년 대비 15% 증가한 반면, 하위 30개사 시총은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ESG 투자는 이미 글로벌 트렌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보고서를 통해 “ESG 투자는 주로 ETF나 펀드 형식으로 투자되는데 전 세계 각국의 대표 ESG ETF는 MSCI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을 시현 중이지만, 국내 ESG 투자는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해당되고, 투자 규모도 작은 편”이라고 밝혔다.

최정욱 연구원은 “국내는 아직 ESG 경영기업의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국민연금이 올해부터 ESG 등급이 D등급인 종목은 BM대비 비중을 초과편입하지 않을 것이라 발표했기 때문에 ESG 경영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순환경제를 통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전면적인 포장재 감량과 신제품 생산시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12월,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직접 관련 계획을 밝힌 바 있고 정부 각 부처에서도 해당 계획에 따른 세부 내용과 일정 등을 잇따라 공개했다. 사회 전반에 걸쳐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탄소중립? “배출한 탄소 만큼 다시 흡수하라”

지난해 12월,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직접 관련 계획을 밝힌 바 있고 정부 각 부처에서도 해당 계획에 따른 세부 내용과 일정 등을 잇따라 공개했다. 사회 전반에 걸쳐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탄소중립 개념부터 보자. 환경부 ‘환경용어사전’에 따르면 탄소중립은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탄소 제로’라고도 부른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한 후 배출량만큼을 상쇄하기 위해 나무를 심거나 석탄·석유 발전소를 대체할 에너지 시설에 투자하거나 자발적 감축실적을 구매해 상쇄하는 방식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추진전략 발표 당시, 경제구조 모든 영역에서 저탄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주 공급원을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적극 전환하고, 고탄소 산업부문에 대한 혁신정책을 추진하며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등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울러 재정지원, 녹색금융 등을 통해 탄소중립 친화적 제도설계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자본시장의 흐름이 탄소중립 경향과 밀접하게 관련될 것이라는 선언도 있었다. 지난 3월 9일, 국내 112개 금융기관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식’을 통해 기후금융 실행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시대의 방관자나 수동적 대응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선언식을 주관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지지선언에 참여한 112개 금융기관의 2020년 말 기준 총 운용자산 규모(AUM)는 약 5563.5조 원에 이른다.

◇ 탄소중립 정책, 경제에도 영향?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글로벌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에 따라 경제질서도 재편되고 있다. EU와 미국은 탄소국경세 도입을 논의 중이고, EU는 자동차 배출규제 상향, 플라스틱세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금융사들이 납품대상기업과 금융투자 대상을 친환경기업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수출주도형 경제로 성장해온 우리 산업구조 특성상 미온적으로 대응시 투자 및 글로벌 소싱 기회의 제한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탄소국경세 도입에 따라 2023년 한국 주요 수출업종에서 6,100억여원의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그린피스는 기업 등 수출산업계가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린피스서울사무소는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수출에 미치는 영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유럽과 미국이 기후위기 대응 전략 중 하나로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하고 있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보고서 발간 당시 본지에서도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2018년 12월 그린딜을 통해 탄소국경세 관련 법안 근거을 마련하고 2019년 7~10월 역내외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오는 2021년 7월 국경세 법안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공약에 “우리는 더 이상 무역정책과 기후목표를 분리할 수 없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탄소국경세 정책 도입을 예고한 바 있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