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여권
전 세계 백신여권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영국·그리스·스페인 등 유럽국가뿐만 아니라, 태국 등 관광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백신 여권 도입을 시작했거나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전 세계 백신 여권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영국·그리스·스페인 등 유럽국가뿐만 아니라, 태국 등 관광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백신 여권 도입을 시작했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여권은 문자 그대로 국가 간 이동 시 예방접종 사실을 증명하는 ‘여권’처럼 쓰이지는 않지만, 향후 국제규범 등이 정립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이 기술을 활용해 다른 나라를 오갈 수 있는 여권처럼 쓰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유럽 연합은 역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전자 백신 여권을 추진하고 있다.

◇ 블록체인 기술 도입된 전자예방접종증명서 ‘쿠브’ 

우리 정부도 15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형태의 ‘전자예방접종증명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스마트폰에 백신접종증명 애플리케이션(앱) ‘쿠브(COOV)’를 다운받으면 QR코드 형태로 백신 접종을 증명할 수 있다. 정부는 그간 정부24 홈페이지 등을 통해 종이증명서나 전자문서 형태로 예방접종증명서를 발급해 왔다.

질병관리청은 “전자예방접종 증명서로 위·변조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코로나19 접종 사실을 인증하는 등 종이증명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도입한 전자예방접종증명서 쿠브는 위조와 변조를 막는 ‘블록체인’ 기술과 ‘분산신원인증’ 기술이 도입됐다.  종이증명서가 가질 수 있는 위·변조 가능성을 방지하고, 개인정보 공개를 최소화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사실을 인증하는 것이 특징이다.

쿠브에 도입된 블록체인 기술은 네트워크 내 여러 참여자가 정보를 함께 기록하고 해당 기록을 검증해 위조나 변조를 막는 기술이다. 질병청이 해당 블록체인을 직접 운영하고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한국보건의료정보원 등 4개 기관에 정보 저장소를 분산 설치하고 감시해 위·변조가 원천적으로 어렵다. 

분산신원인증 기술은 전자출입명부 방식과 동일하게 전자예방접종증명서를 제시할 때, QR로 접종과 관련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공개되도록 한다.

아직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항이나 스포츠 경기장, 식당 등에서 백신접종 증명을 요구할 경우 쿠브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는 예방접종자에 대해서는 자가격리 완화 등을 검토하거나, 감염자와 밀접접촉하더라도 유전자증폭(PCR)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경우 자가격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백신 접종자가 어느 정도 규모로 늘어난다면 식당 등에서의 5인 이상의 모임이 허용되거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 참석 등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코로나19 전자 예방접종증명서는 위변조 사례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등 종이증명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했다”며 “접종자의 전자예방접종증명서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이스라엘, ‘그린패스’ 활용하지만...WHO·미국 백신 여권 도입 ‘반대’

이달 12일 백신 접종률이 58.8%를 넘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이스라엘은 지난 1월 27일 신규 확진자 최다를 기록한 후, 접종 초반까지 하루 수천 명이던 확진자는 최근 200명 안팎으로 줄어들면서 3차 유행을 무력화시켰다. 이스라엘은 2차 접종까지 끝낸 시민에게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그린패스’를 제공한다.

이스라엘의 그린패스 유효 기간은 6개월이다. 이걸 보여줘야만 식당이나 백화점 같은 건물에 들어갈 수 있다. 호텔 투숙도 그린패스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스라엘에서는 그린패스로 입장할 수 있는 문화행사의 제한 인원도 500명에서 750명으로 늘어났고, 스타디움 등 실외에서 열리는 행사의 경우 제한 인원을 기존 5000명에서 1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다만 최근 유월절 축제 등의 영향을 고려해 일단 독립기념일(4월 14~15일)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감염 확산세가 심각하지 않을 경우 오는 18일부터 마스크 의무 완화도 실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19일에 시작된 이스라엘의 백신 접종은 초고속 접종 속도와 시민들의 낮은 백신 거부로 인해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전체 이스라엘 인구의 52.5% 이상이 2회차까지 접종을 마친 상태고, 코로나19에 감염 후 회복된 인구까지 합치면 약 61%가 면역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등은 현재로서는 백신 여권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 시점에서 백신이 전염을 예방한다고 확신할 수 없고, 백신을 접종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여권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입·출국 요건으로 백신 여권을 사용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지금으로선 백신이 전염을 막는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 문제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문제도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역시 미국 백악관이 강제적인 연방차원의 백신여권은 도입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6일(이하 현지시간) "정부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미국인들이 어떤 증명서를 들고 다녀야 하는 시스템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 차원의 백신 데이터베이스는 없을 것이고,백신접종 증명서를 받도록 강제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민간기업들과 함께 이같은 증명서를 공정하게 활용될 수 있을지 기준을 세우는 작업에는 기꺼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IBM은 블록체인 백신여권 솔루션 '디지털 헬스패스'를 기반으로 백신여권 '엑셀시어 패스(Excelsior Pass)'를 내놓은 바 있고, 미국 뉴욕주는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키는 "이같은 (백신여권) 수단들이 민간, 또 비영리 부문에서 검토되고 있다"면서 "연방정부 차원에서 미국인들의 프라이버시와 권리들은 보호받을 것이며, 따라서 이들 시스템 역시 불공정하게 활용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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