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시련 앞에는 나이도 성별도 없다. 시련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의 저자 니콜 슈타우딩거는 자신이 꿈꿔왔던 삶 앞에 서게 된 순간 시련을 만난다. 고작 서른 둘의 나이에 성공 가도의 초입에서 암을 만난 그는 고통스럽게 묻는다. “왜 하필 나지?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인가? 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야?”

청춘의 한복판에서 죽음을 생각해야 했던 그는 유방암이라는 불청객 앞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아무리 긍정적인 사람이라도 죽음이 코 앞에 닥쳐오면 웃음을 잃기 마련이다. 슈타우딩거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여성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정도로 순발력이 뛰어났지만 암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슈타우딩거는 유방암 앞에서 남들처럼 무너졌고 부정했으며 절망했다. 불안과 비관에 잠식됐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느리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삶에 대한 의지를 가졌고, 곁에 있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며 하루하루를 기록해나갔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여성들을 위해서. 

그는 ‘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에서 새로운 삶 앞에서 느닷없이 암을 만나 끝내 유방을 절제하고 자궁을 적출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절망적인 순간을 맞닥뜨린 암 환자의 좌절감에 대해서 썼다. 하지만 암과 고통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불행을 만나게 된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 거기 있다.  

이해인 수녀는 슈타우딩거가 암세포에 ‘카를’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준 것에 감탄했다. “병이 주는 고통과 두려움, 상실감에서 용감하게 일어나 문제를 직시하려는 한 사람의 노력, 긍정적인 가치관, 글마다 넘치는 재치에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고 말한다. 

슈타우딩거는 시련 그 자체가 아닌 시련 뒤에 따라오는 것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온 일상과 가족들에 대해서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된다는 것. 슈타우딩거 특유의 유쾌함과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통해 그 시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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