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구를 닦냐고?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담배꽁초 다 주우려면, 100미터 가는데 1시간”
“쓰레기 끝없이 만드는 세상에 한숨이 난다”
“줍는 것 보다 중요한 건 버리지 않는 것”

다들 환경에 대해 말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덜 버리며 에코소비를 하자고 주장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라는 얘기도 들린다.

머리로는 다들 안다. 생각은 많이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로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귀찮은 게 싫어서, 마음은 있는데 이게 편해서,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왠지 피부로 안 와닿아서 그냥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사람도 많을 터다.

환경이 먼 나라 바깥세상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환경은 ‘어쩌다 한번 떠올리고 가끔 생각날 때만 실천하는 선행’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고 오늘의 숙제다. 밥벌이의 고단함에 뼈가 저려도, 지금 당장 지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환경人’들을 만나본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들을 직접 실천한 환경 선구자들과의 대화록이다. [편집자주]

유리를 닦는 와이퍼처럼 지구를 닦겠다고 나선 '와이퍼스' 멤버들. (황승용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유리를 닦는 와이퍼처럼 지구를 닦겠다고 나선 '와이퍼스' 멤버들. (황승용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자동차 유리 닦는 기계를 흔히 ‘와이퍼’라고 부른다. 비가 많이 내려도 와이퍼만 제대로 작동하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물론, 비가 오지 않고 날씨가 맑으면 와이퍼가 없어도 되겠지만 말이다.

유리를 닦는 와이퍼처럼, 지구를 닦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와이퍼스'다. 미취학 아동부터 환갑이 넘은 어르신까지 모여 동네에서 직접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다. 조깅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다는 의미의 ‘플로깅’이 요즘 환경적으로 유행인데, 이들은 생활속에서 플로깅 또는 (쓰레기를 주우면서 조깅한다는 의미의) 줍깅을 실천한다. 그저 쓰레기만 줍는 게 아니라 다회용기를 가지고 음식을 포장하거나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실천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친환경 라이프에 관심이 많다.

와이퍼스를 만든 사람은 ‘닦장’이라는 닉네임의 직장인 황승용씨다. 황씨는 아내 노수아씨와 함께 ‘친환경 부부’ ‘이웃집 히어로’라는 이름으로 방송에도 소개된 바 있다. 이들은 길 위에서 쓰레기를 직접 주우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지구를 닦는 활동을 통해 일상이 크게 바뀌었다고 했다. 친환경 라이프는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어떻게 바꿨을까. 닦장 황승용씨와 나눈 대화를 아래 소개한다.

 

“왜 지구를 왜 닦냐고?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황승용씨는 플라스틱이 바다를 뒤덮은 내용의 영상을 보고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플라스틱이 바다생물을 위협하는 영상을 본 사람은 (기자를 포함해서) 매우 많을터다. 그런데 황씨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는데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 직접 쓰레기를 줍고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함께 몸으로 실천하고 나섰다. 지난해 식목일, 와이퍼스는 그렇게 세상에 나타났다.

와이퍼스에 대한 소개 먼저 해주시죠. 어떤 분들이 모여서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

와이퍼스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커뮤니티로 미취학 아동부터 환갑이 넘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내 주변을 청소하는 정화활동부터 장 볼 때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용기내, ’업사이클링 체험‘ 등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합니다. ’꽁초어택‘을 주관하는 등 사회적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구를 닦는 활동과 더불어 애초에 지구가 더러워지지 않도록 미리 신경 쓰고, 지구를 더럽히는 기업이나 이를 방관하는 기관에도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바다 플라스틱 관련 영상을 보고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다구요. 많은 사람들이 아마 비슷한 영상을 봤을텐데 대부분 ‘어머 어떡해’ 하고 그냥 지나갑니다. 그렇지 않고 직접 실천에 나선 원동력은 뭘까요

영상을 보고 바로 이어서 봤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결국 소비자가 쥐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음 날 처음으로 용기를 들고 김밥을 포장하러 가면서 쓰레기를 주웠는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나 많더군요. 저에게는 '무엇이라도 해야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택한 것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던 '플로깅'과 '용기내'였던 거 같습니다. 역설적으로 쉬우니 계속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자동차 유리를 닦는 와이퍼에서 따온 이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지구를 닦는 사람들이라는 뜻이 있더군요. 그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습니까

지구를 닦자는 한국어 슬로건은 이미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지구를 닦는 사람들’의 모임을 어떻게 영어로 만들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닦다(WIPE)와 ~하는 사람(er), 그리고 지구(EARTH)를 합쳐서 ‘와이퍼스(WIPERTH)’라는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름을 두고 고민하다가 아내와 함께 결정했습니다.

처음 시작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멤버가 얼마나 늘었나요. 멤버들이 주로 어떤 분들이신지도 궁금한데요

최초에 다섯 명 정도 함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었는데, 1년 만에 400명으로 인원이 늘었습니다. 중심 활동 인원은 보통 20-30대 대학생 및 직장인이지만, 미취학 아동부터 60대 어르신까지 환경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당장 저 역시도 직장인이구요.

와이퍼스 활동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와이퍼스'라고만 검색하면 저희와 1차적인 소통이 가능합니다. 궁금한 내용을 공유하고 집 앞에 쓰레기를 하나라도 줍거나, 용기를 들고 장을 보러 가거나, 플라스틱 칫솔 대신에 대나무 칫솔을 구매해보는 소소한 '행동'을 했을 때, 여러분들은 바로 와이퍼스 멤버입니다.

와이퍼스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커뮤니티로 미취학 아동부터 환갑이 넘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길 위의 쓰레기를 직접 줍고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는 등 여러가지 형태의 환경 실천을 한다. (황승용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와이퍼스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커뮤니티로 미취학 아동부터 환갑이 넘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길 위의 쓰레기를 직접 줍고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는 등 여러가지 형태의 환경 실천을 한다. (황승용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담배꽁초 다 주우려면, 100미터 가는데 1시간”

그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밥벌이의 고단함에 뼈가 저리고 생계를 위해서는 아파도 출근을 해야 하는 보통의 30대 가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쓰레기를 줍는다. ‘지금 당장, 내가 가장 잘 할수 있는 일’이라고 느껴서다. 그는 와이퍼스 활동을 하면서 길에서 가장 많이 만난 쓰레기는 담배꽁초라고 했다. 눈에 보이는 담배꽁초를 다 주우려면 100미터 가는데 1시간이 걸릴 정도라고 했다. 담배꽁초를 길에 버린 사람이 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자.

와이퍼스를 소개한 다른 기사를 보니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직장인'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쉽게 말해 직업으로서의 환경운동가는 아니신거죠, 그러면 생활 속 실천이라고 보면 될까요? 아니면 어떤 키워드로 본인을 소개하시겠습니까

저는 ‘지구 닦는 직장인’입니다. 삶과 환경 사이의 경계에서 균형을 잡고 살아가는 평범한 30대 가장입니다. 저 역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회사를 다녀야 하지만, 그 안에서 꾸준하게 저의 가치관을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으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대표가 아닌 닦장이라는 이름도 인상적입니다. 닦는 사람들의 장(長), 이라는 뜻도 있고 다 함께 닦자는 권유를 귀엽게 말하는 것처럼 들리고 합니다

사실 대표라는 호칭이 부담스러워 큰 고민 없이 만든 호칭인데, 주변에서 저를 친근하게 불러줄 수 있는 호칭이 되어서 만족스럽게 쓰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귀엽게 '함께 지구 좀 닦장~'하고 권유하는 것도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중의적 표현에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으셨겠지만, 저는 명함을 보고 '닭장'도 떠올렸습니다. 좁은 케이지에 갇혀 공장식 축산 형태로 알과 고기를 생산하는 닭을 생각했어요. 그런 곳 말고 동물복지형 축사를 늘리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지구도 쓰레기를 좀 치우고 더 깨끗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와이퍼스를 처음 만들 때는 비건 쪽에는 관심이 적었어요. 한승태 작가의 '고기로 태어나서'를 통해 '고기와 생명' 사이의 고민을 처음 해보게 되었고, 이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서 등에 처음으로 문신도 했습니다. 와이퍼스 내부에도 비건에 대한 관심이 점차 많아지고 있고, 모임의 정체성도 이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가끔 어린이들에게는 '닦장'이라는 의미를 설명하기 어려워 '꼬꼬삼촌'이라는 호칭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닦장' 대신에 '닭장'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건 너무 속상할 거 같아요(웃음).

플로깅에 대해 여쭤보죠. 친환경 실천에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 직접 쓰레기 줍는 활동을 벌여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여러 가지 활동이 있겠지만 당장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을 거 같은 일을 선택했어요. 살림에서 소소하게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와 미니멀리즘은 이미 많은 소비자를 통해서 전파되고 있지만, 아직 야외에서 활기차게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어요. 일부 러닝크루를 중심으로 플로깅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환경에 대한 정확한 메시지나 진정성을 담은 플로깅 활동은 없어 보였고요. 그래서 이 부분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길에 많이 버려지는 쓰레기라면 아무래도 담배꽁초와 일회용 컵일 것 같습니다. 물론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차이는 좀 있겠고요. 직관적으로 볼 때, 거리에 가장 많이 버려져 있는 쓰레기는 뭡니까

누가 뭐래도 담배꽁초입니다. 하루에 버려지는 담배꽁초의 숫자만 해도 1,200만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플로깅을 할 때 꽁초를 다 줍자고 마음 먹으면 솔직히 100미터 가는데 한 시간은 걸릴거에요. 주차장, 하수구, 주택가, 상점가 가릴 거 없이 정말 너무 많은 꽁초들이 버려져 있습니다. 이 꽁초들에 플라스틱 필터가 포함되어 있어 해양 생태계 오염과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키지요. 미국 해양 연구소에 따르면 해양 미세플라스틱 수의 1/3 가량이 담배꽁초이며, 연간 전 세계에서 5조개가 버려진다는데, 너무 작아 단속이 어려운 것이 너무나 속상합니다.

1년 전, 식목일에 만들어진 와이퍼스는 닦다(WIPE)와 ~하는 사람(er), 그리고 지구(EARTH)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다. (황승용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1년 전, 식목일에 만들어진 와이퍼스는 닦다(WIPE)와 ~하는 사람(er), 그리고 지구(EARTH)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다. (황승용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를 끝없이 만드는 세상에 한숨이 난다”

와이퍼스가 SNS를 통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쓰레기를 주우면서 40년이 넘은 콜라병과 38년 전에 만들어진 라면 봉지도 주웠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오랜시간 남은 쓰레기를 보면서 황씨는 끔직한 기분을 느꼈단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 결국 그걸 모두 먹게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편리'만 주장하면서 쓰레기를 끝없이 만드는 세상의 모습을 지적했다.

40년 넘은 콜라병, 38년 된 라면 봉지도 주운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버려져 있는 그 단단한 물건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들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나중에 제 아이가 제 나이가 되었을 때도 이 쓰레기들은 여전히 남아서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야기하고 끊임없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결국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은 이런 오염물을 가장 농축된 형태로 섭취하게 될 테니까요. 걱정이 많습니다.

와이퍼스는 같은 지역에서 계속 플로깅을 하나요? 아니면 여러곳을 다니시나요

보통 잠실, 어린이대공원, 여의도, 불광 쪽에서 진행합니다. 쓰레기 처리가 용이하고 자연+도심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지역이라서 그렇습니다. 다만, 이외에도 다른 단체와의 연계 플로깅을 통해 강화도나 인천 등으로 원정 플로깅을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도 같이 쓰레기를 줍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까

네, 굉장히 늘고 있습니다!

요즘 플로깅 또는 줍깅이 하나의 '힙한 놀이'가 됐습니다. 유명 자동차 브랜드에서 이벤트를 하기도 하고, SNS에 공유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플로깅 선배로서 이런 모습은 어떻게 보나요

일단 줍깅 자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소식입니다. 제가 처음 플로깅을 시작했을 2년 전, 플로깅 해쉬태그가 5,000대에서 지금은 2만이 넘어가고 있으니, 그만큼 유명해지고 있는 것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업 연계로 이루어지는 플로깅 중에, 환경 자체보다는 굿즈(기념품)나 회사의 이미지만을 위해 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있지요.

아쉬운 부분도 있겠네요 

예를 들어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수없이 쓰는 회사나, 패스트패션에 열을 올리는 기업이 갑자기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플로깅을 한다고 하면 그건 외려 플로깅 하시는 분들의 이미지를 깎는 행동 일수도 있지요. 특히 플로깅을 하고 고생했다고 삼겹살이나 치킨을 드시러 가는 행동은 그 근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어서, 꼭 왜 플로깅이나 줍깅을 해야하는지를 고민하시면 너무 좋을 거 같아요

거리에 쓰레기가 많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합니다. 저도 취재차 버려진 쓰레기 사진을 찍거든요. 하지만 내가 노력해도 사람들이 따라주지 않고 곧 다시 더러워진다는 안타까움도 들더라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정말로 쓰레기 문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보나요

나아지고 있지만 많이 더딘 것도 사실입니다. 쓰레기를 줍고 일회용을 덜 쓰려는 사람도 늘고 있지만, 이에 비해서 말도 안 되는 마케팅과 '편리'만 주장하면서 쓰레기를 끝없이 만드는 힘이 너무나 크니까요. 특히 최근엔 코로나로 인해 배달 용기가 급증하고 있어서, 저 역시 회사에서 배달 음식을 먹고 그 쓰레기를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납니다.

'친환경부부'로 알려진 황승용씨와 노수아씨. (황승용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친환경부부'로 알려진 황승용·노수아씨. (황승용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열심히 줍는 것 보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버리지 않는 것”

황승용씨는 아내 노수아씨와 함께 친환경 부부로 방송에 여러차례 소개됐다. 두 사람은 평소에도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대나무 칫솔과 고체치약을 쓴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비건식을 지향한다. 회원들과 함께 전기를 쓰지 않는 카페 등도 부지런히 찾아다닌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황씨는 쓰레기를 줍는 것 보다 버리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아내분께서도 같이 여러 실천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친환경부부' '이웃집히어로'로 방송에도 나오셨다고요. 처음부터 두 분이 같이 활동(?)하셨나요

제가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되어 아내는 적응할 시간이 좀 필요했습니다. 맛있는 걸 사주거나, 영화를 보여주는 등 다른 선물로 유혹해서 한 번씩 플로깅을 함께 하게 되었고, 지금은 아내 삶에도 자연스럽게 이런 친환경 습관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생일 쿠폰으로 어쩔 수 없이 치킨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시키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용기를 들고 가서 포장 해오더라구요. 앞으로는 더 열심히 '친환경 부부'로 함께 할 거 같습니다.

쓰레기 문제를 눈으로 직접 보고 나면 아무래도 생활 습관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특히 부부가 함께라면 더 그럴 것 같고요. 지난 1년 새 두 분의 일상은 어떤 지점에서 좀 달라졌는지도 궁금합니다

일단 집에서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 비중이 굉장히 줄었습니다. 플라스틱 생수는 정수기로, 플라스틱 칫솔은 대나무 칫솔로, 치약은 고체치약으로, 비누, 샴푸, 세제 등도 모두 고체로, 일회용 위생백 대신에 허니랩으로 바꾸었고, 음식물처리도 되도록 퇴비함을 이용하려고 하지요. 항상 고기나 해산물만 찾던 식습관도 점차 비건 지향 식당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와이퍼스 활동을 하며 만난 선한 사람들 덕분에 저희도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어가고 있어요.

버리는 걸 줄여야겠다는 마음에 제로웨이스트 생활도 시작하셨다고요. 쓰레기 양도 확실히 줄었습니까

쓰레기를 주워보니 결국 드는 생각은 열심히 주워야겠다는 것보다 애초에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야겠다는 것이더군요. 특히 장을 보는 것에서 쓰레기 양이 정말 많이 줄었습니다. 미리 용기를 모두 들고 가니 냉장고로 넣으면 되어서 쓰레기가 나올 게 없습니다. 예전보다 쓰레기의 양은 최소 절반 이상 줄었을 것이고, 물티슈나 키친타월, 일회용 위생백처럼 합성 수지 플라스틱 소재는 아예 나오지 않으니, 쓰레기의 퀄리티(?)도 좋아졌다고 봅니다.

저도 쓰레기를 줄이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해봤는데, 구매하는 제품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집 근처 가까운 곳에 제로웨이스트숍이 있지도 않고요.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불편함은 어떻게 극복하십니까

사실 제로웨이스트숍은 일상 생활용품을 팔지만, 수시로 구매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량을 좀 넉넉히 구매해두면 충분히 '레스(less)웨이스트' 삶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변화는 앞서 말씀드린 용기를 들고 장을 보는 행위입니다. 하루 최소 두세 번은 식사를 해야하는데, 이 식사를 위한 장보기 방식이 바뀐다면 훨씬 더 큰 효과가 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집 근처에 전통시장을 이용하고,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에도 비닐이나 포장 없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고 귀찮은 일인데, 그걸 가능하게 하는 힘은 뭔가요

마침 채소, 과일류는 마트에서도 무포장 구매가 꽤나 가능해서, 비건지향 습관까지 곁들인다면 더 좋겠지요. 몸이 조금 귀찮고 힘들면, 그만큼 지구가 깨끗해지고 당장 내 집 앞에 쓰레기도 줍니다. 100점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선까지만 신념을 가지고 지키시면 좋겠습니다.

전기 안 쓰는 카페, 포장 줄이는 카페 등을 방문하고 양말목으로 공예품을 만드는 등의 활동들도 함께 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이런 정보들은 주로 어디에서 찾고 어떻게 나누나요

처음 와이퍼스 플로깅에 참여해주셨던 분이 '아띠공방을 운영하시는 유명한 양말목 강사였어요. 그 분의 소개로 정말 좋은 분들도 만나 인연을 갖게 되었고, 그런 인연이 커져가면서 점차 다양한 분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와이퍼스 활동 협조 요청을 위해 찾아가면, 이런 분들께서는 와이퍼스의 방향성과 진정성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시고 기꺼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와이퍼스의 활동이 좀 더 풍성해졌지요.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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