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식목일을 전후해 발생하는 수십건의 산불로 엄청난 면적의 임야가 소실되는 ‘식목일 징크스’. 올해는 청명(식목일)과 한식이 평일이어서 성묘객과 등산객이 예년에 비해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발생 위험은 오히려 높아져 산림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2000년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해 백두대간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든 고성 산불과 2005년 천년고찰 낙산사를 집어삼킨 양양 산불은 모두 식목일을 전후한 4월에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4월은 대기가 건조해 연중 산불에 가장 취약한 시기"라며 "산불발생시 웬만큼 물을 뿌려서는 충분히 적셔지지가 않아 땅 속에 숨어있던 불씨를 제대로 잡을 수 없어 대형산불로 이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지금까지 발생한 산불은 총 184건, 피해면적은 429ha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시기 76건의 산불로 19ha가 소실된 것에 비해 발생 건수는 두 배, 피해 면적은 22배를 넘긴 것이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지난 2일 ‘산불방지 특별 비상경계령’을 발동하고 6일까지 5일 동안을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산림청은 산불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시키고 각 지청과 지자체 전 직원에게 비상근무에 들어가 줄 것을 요청했다. 전체 산림 감시원 2,500명도 지상 순찰에 투입한다.

또 산림청 중형헬기 13대 모두를 공중감시에 투입하는 한편, 성묘객의 불피우기와 논·밭두렁,농산폐기물 태우기를 집중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다.

이 같은 산림당국의 산불 예방책에도 불구하고 기상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이다. 지난 달까지 비가 내린 날이 예년의 절반인 12일에 불과할 정도로 산이 바싹 말라있는데다, 강한 계절풍까지 동반하고 있어 산불이 빠르게 옮겨 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식목일을 휴일에서 제외한 이유 중 하나가 유독 산불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괴담 아닌 괴담이 생길만큼 맹위를 떨치는 ‘식목일 징크스’. 산불 발생 원인중 대부분이 묘를 찾아 제를 올리는 성묘객들과 등산을 위한 입산자들의 부주의로 인한 실화라는 점에서 산을 찾는 국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김정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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