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최근 이니스프리에서 ‘친환경 패키지’로 홍보해온 세럼 제품이 알고 보니 소비자를 기만한 ‘그린워싱’ 제품이었다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오면서 화제가 됐다. 

해당 제품의 정식 명칭은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 보틀 리미티드 에디션’(이하 페이퍼 보틀)이다. 페이퍼 보틀은 화장품을 담는 용기를 무색 PE 재질의 내용기로 사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인 플라스틱 저감 제품이다. 겉면은 종이 라벨로 감쌌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이후 최근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인 착한 제품으로 인식됐지만 지난 6일 한 소비자가 페이스북 ‘플라스틱 없어도 잘 산다’ 페이지에 “패키지 안쪽이 궁금해 갈라보니 플라스틱이 병이 나왔다. 소비자 기만이자 사기”라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문제로 지목된 것은 제품의 네이밍이었다. 페이퍼 보틀의 겉면에는 영문으로 ‘HELLO, I'M PAPER BOTTLE(안녕, 나는 종이 용기야)’이라고 적혀 있다. 제품에 대한 정보가 없는 소비자가 보면 종이 용기로만 만들어진 화장품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 문구다. 해당 글을 올린 소비자도 “플라스틱을 최소화한 종이 용기라고 생각해서 제품을 구매했다”며 “종이 포장 안에 플라스틱 용기가 있는 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은 빠르게 확산됐다. 소비자들은 종이를 벗기면 플라스틱이 나오는 ‘페이퍼 보틀’에 ‘과대광고’, ‘과도한 마케팅의 민낯’, ‘종이병이라고 홍보한 탓에 분리배출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니스프리가 그린워싱을 한 것이 아니냐며 공분했다. 그린워싱은 친환경과 거리가 멀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과장하거나 눈속임을 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이니스프리 측은 “제품 패키지 박스에 기획 의도 및 분리배출 방법을 상세히 표기해 안내하고자 노력했으나 제품 네이밍으로 용기 전체가 종이 재질로 인식될 수 있다는 부분을 간과했다”며 “보다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 드리지 못하고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굳이 ‘페이퍼 보틀’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에 대해 묻자 “용기 바깥을 싸고 있는 종이 라벨의 역할을 보다 쉽게 설명하고자 ‘페이퍼 보틀’이라고 표기하게 되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용기를 포장한 종이 상자에는 용기 분리배출 방법이 그림과 함께 안내돼 있었다. 라벨을 제거하고, 종이를 칼선에 따라서 양쪽으로 분리하고, 플라스틱과 종이가 분리되면, 재질에 따라 종이와 플라스틱으로 각각 분리배출하라는 4단계 설명이다. 설명 아래에는 ‘본 제품은 기존 제품 대비 51.8%의 플라스틱을 절감해 만들었다’는 문구가 있다. 기존 제품은 씨드 세럼 160ml 용기를 말한다. 

이니스프리가 기존 제품보다 절반이 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던 건 종이로 된 단단하고 튼튼한 페이퍼 몰드가 얇고 투명한 플라스틱 내용기를 감싸 내용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투명 플라스틱과 종이는 모두 재활용이 쉬운 재질들로 이니스프리에서 홍보하고 있는 ‘레스 플라스틱’과 ‘이지 리사이클링’에 모두 부합한다. 

일각에서는 이니스프리가 제품의 기획의도와 분리배출 방법에 대해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충분히 안내했음에도 그린워싱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해의 소지는 있으나 친환경 시도를 하는 기업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일부 블로거들은 페이퍼 보틀을 설명대로 분리배출하니 간편하고 좋았다는 취지의 포스팅을 하기도 했다.

이니스프리 페이퍼 보틀에 대한 갑론을박은 소비자들의 환경 의식이 그 만큼 더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업은 확실히 플라스틱을 줄였다. 그런데 소비자가 화를 내고 있다. 기대한 바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의도와 달리 타래가 꼬인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니스프리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제품 제조와 판매 전 과정에서 고객 기대에 부합하는 친환경 브랜드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객 기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기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업은 소비자가 무엇을 얼만큼 원하는지, 그 기준을 잘 파악했는지 질문해봐야 한다. 이는 비단 이니스프리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닐 것이다.

key@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