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인수합병 통해 시너지 극대화 
MZ세대와 소통하며 ‘용진이형’ 이미지 구축
이마트 최대주주로 책임경영 본격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SSG랜더스 구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SSG랜더스 구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올해 들어 신세계그룹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네이버와 연합전선 구축,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인수, 여성 패션 편집몰 W컨셉 인수 등 파격적인 M&A와 협약이 상반기에 모두 이뤄졌다. 급변하는 유통시장에서 대담하게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의 중심에는 정용진 부회장이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시장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올해가 ‘최상의 기회’라고 역설한 바 있다. “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관성 버리고 반드시 이기겠다는 근성 갖춰라”고 임원진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그의 행보를 보면 이 말은 스스로에게 던진 다짐이기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 거침없는 인수합병 통해 시너지 극대화 

올 초 정 부회장은 갈수록 커지는 온라인 시장을 잡기 위해 변화를 예고했다.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온라인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방법은 인수·합병 그리고 사업 협력이다. 

가장 먼저 세간의 눈길을 끈 것은 지난 3월 16일 네이버와의 사업 협력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1월 말 네이버 사옥을 직접 방문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와 미팅을 가진 바 있다. 이후 2달여 만에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상호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확실한 동맹 관계를 맺었다. 이마트 1500억원, 신세계백화점 1000억원 규모다. 신세계의 오프라인 물류 강점과 네이버의 플랫폼 및 AI기술 시너지를 통해 온·오프라인 최강 연합군을 결성한 것이다.

SSG닷컴을 주축으로 한 온라인 유통 시장 선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달 1일 SSG닷컴은 온라인 편집숍 W컨셉의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경영권 인수를 확정했다. 인수 후에도 핵심 경쟁력 유지를 위해 플랫폼을 이원화해 별도 운영하되 신세계그룹이 갖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이마트가 ‘최저가 가격 보상 적립제’를 통해 소비자들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 시간을 늘리기 위한 전략을 펼쳐보였다. 달라진 유통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화두가 된 만큼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정 부회장의 행보 가운데 최근 가장 이슈가 된 것은 단연 프로야구단 인수라고 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1월 프로야구단을 인수하며 국내 야구팬은 물론 유통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300억원을 들여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해 SSG랜더스를 창단, 구단주로 변신한 그는 본업, 즉 유통을 더 잘하기 위해 프로야구단을 인수했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정 부회장은 SSG랜더스 창단식을 앞두고 음성 기반 SNS인 클럽하우스에서 야구단을 가진 롯데를 언급하며 “(롯데는) 갖고 있는 가치를 본업에 연결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연결할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유통 라이벌인 롯데를 정면 겨냥하며 유통업과의 시너지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한 도발에는 야구판을 더욱 키워 SSG랜더스를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심이 있다. 스포츠와 유통을 연결해 기업 가치를 키우겠다는 그의 비즈니스 전략이 무엇인지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린다. 이미 이마트와 SSG닷컴은 야구단 창단 및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2주간 대규모 온·오프라인 행사 ‘랜더스 데이’와 ‘랜더스 위크’를 진행하면서 매출 시너지를 끌어냈다. 

SSG랜더스 홈구장에도 신세계 브랜드가 하나 둘 들어서고 있다. 세계 최초로 야구장 내에 스타벅스 문이 열렸고 SSG랜더스필드 한정판 굿즈가 이목을 끌었다. 이마트24 편의점도 오픈했다. 오는 5월에는 노브랜드 버거 오픈이 예정돼 있다. 앞으로도 신세계 브랜드가 야구장 내에서 순차적으로 야구팬과 조우할 예정이다. 

야구단을 활용한 상품 출시도 예고돼 있다. 정 부회장이 공을 들여 SSG랜더스에 영입한 추신수 선수의 별명인 ‘추추’를 따서 신세계푸드에서 상표권 출원 신청을 한 ‘추추바’, ‘추추빵빵’ 등이다. 

한편 SSG랜더스가 유통 라이벌인 롯데자이언츠를 상대로 한 프로야구 개막전 경기에서 첫 승리를 거두면서 SSG랜더스 굿즈 매출도 목표치의 2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폐페트병 원사를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유니폼을 포함한 유니폼이 모두 완판되는 등 예상보다 열기가 더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정용진표 ‘야구 마케팅’이 이미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가 야구를 중심으로 앞으로 어떠한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MZ세대와 소통하며 ‘용진이형’ 이미지 구축

업계 안팎에서 SSG랜더스를 활용한 신세계그룹의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는 데는 정 부회장의 ‘구단주 마케팅‘ 역할이 크다. 그는 직접 개인 SNS를 운영하면서 직설적이고 솔직한 화법으로 이슈 몰이를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구단주로서 개인 인스타그램에 야구 등번호 99번과 본인이 이름이 새겨진 SSG랜더스 유니폼을 입은 케이크를 선물 받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굿즈를 홍보하는가 하면 MVP 선수들에게 수여하는 상에 ‘용진이형 상’이라는 기발한 이름을 붙이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 부회장의 거침 없는 행보가 주목 받는 이유는 그의 행동이나 말이 재벌 오너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재벌가에는 은둔형 리더가 많은 것과 달리 정 부회장은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직접 SNS 채널을 운영하며 소비자들과의 스킨쉽을 늘려가고 있다. SNS와 대외활동을 통해 공개되는 그의 패션과 주방 인테리어 하나하나까지 화제가 될 정도다. 

개인 SNS뿐만 아니다. 그는 스타벅스, 이마트 등 회사 공식 유튜브 계정에도 깜짝 등장해 소비자와 격식없이 소통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이 출연한 에피소드에서 그가 추천한 상품 매출이 몇 배씩 뛰는 등 ‘정용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광고모델 기용과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MZ세대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MZ세대들이 이마트나 신세계그룹 제품 구매 후 ‘용진이 형’을 태그하며 친근감을 드러내고 있다. 격식 대신 선택한 소통으로 젊은 소비자들과의 거리를 확실히 좁힌 그의 행보에 대해 그 자체로 ‘신세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이마트 최대주주로 책임경영 본격화

이마트 지배구조.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이마트 지배구조.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온·오프라인 유통전에 야구 장외전까지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이마트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지배구조 안정화에 들어갔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를 양축으로 이마트는 정용진 부회장이, 신세계는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을 맡고 있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부문에는 대형마트와 신세계푸드, SSG닷컴이, 정 총괄사장이 이끄는 백화점 부문에는 백화점, 면세점, 뷰티·패션 등이 주축이다. 2016년 두 사람이 각각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전량을 맞교환하면서 분리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이어 지난해 9월 28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씩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에게 각각 증여하면서 두 사람은 각각 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사실상 오너일가 남매의 분리경영 체제가 완성된 셈이다. 이 회장의 주식 증여로 정 부회장의 지분은 10.33%에서 18.56%가 됐다. 

업계에서는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책임경영이 본격화 됐다고 보고 있다. 분리경영 체제이지만 네이버와의 주식 맞교환에 백화점 부문이 함께 참여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필요에 따라 적극 조력하는 분위기다. 이마트가 오프라인 강자이긴 하지만 명품·패션 등에 있어서는 백화점 부문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SSG닷컴 지분도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각 50.08%, 26.84% 보유하고 있다. 

다만 명품·의류가 주력인 백화점 부문과 먹거리·생필품이 주력인 마트의 상품 매입 성격이나 운영방식 등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확실히 분리경영 체제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매출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처음으로 연결기준 매출액 20조원을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4% 증가한 2372억원으로 집계됐다. 할인점 경쟁력 강화와 자회사 실적 개선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올해 연결기준 매출 목표를 23조 8000억원으로 제시했다.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해 온·오프라인 협업을 강화하고 점포 혁신을 통해 이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정 부회장이 지배구조 안정화를 구축하고 그 동안 머릿속으로 해온 구상을 다채롭게 펼쳐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또 어떠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판을 짤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마트 5년간 매출 그래프.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이마트 5년간 매출 그래프.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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