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남겨 놓고 떠나난 사람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마흔 여덟번째 사진은 공유킥보드에 버려진 컵홀더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전동킥보드를 타면서 시원한 '아아'라도 한잔 한걸까. 그런데 저걸 왜 저기에 놔뒀을까 (이한 기자 2021.4.10)/그린포스트코리아
전동킥보드 타면서 시원한 '아아'라도 한잔 한걸까. 그런데 저걸 왜 저기에 놔뒀을까 (이한 기자 2021.4.10)/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전동킥보드를 빌려 타는 건 편리하다. 필요한 만큼만 타고 내가 원하는 곳에 놓아두면 된다. 사용한 시간 만큼만 돈을 내면 되고, 기름 태워 달리는 교통수단이 아니어서 환경적으로도 괜찮다. 아무데나 세워둔다거나, 보행자를 위협하는 일만 없다면 말이다.

그런데 여기, 전혀 환경적이지 않은 킥보드가 한 대 서 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싣고 달렸을까? 거치대 위에 컵홀더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컵을 꽂아두라고 만들어둔 것이지, 쓰레기를 끼워놓고 가라고 만들어둔게 아닐텐데 말이다.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지인이 그런 말을 했다. 손님들 중에 뒷좌석 시트 사이에 쓰레기를 꽂아두고 내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차라리 기사에게 부탁하면 버리기라도 할텐데 아무렇게나 버려두고 내리는 바람에 다음에 타는 손님이 불쾌한 피해를 입는다는 호소였다. 도대체 왜들 그러는걸까.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쓰레기를 뿌리고 다니지는 말자.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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