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제8차 전력개발계획’ 초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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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동안 베트남의 전력생산 평균 성장률은 경제성장률의 약 두 배인 12~13%에 도달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건오 기자] 베트남이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성장세가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91%를 기록하며 올해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를 불러왔다.

베트남경제연구소에 전망한 올해 베트남의 GDP 성장률은 6.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시장조사기관 피치솔루션(Fitch Solutions)은 24년 만에 가장 높은 8.6%의 성장을 전망했다. 빠른 속도로 세계 시장 경제가 회복되고 외부 투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2020년을 제외하고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6~7%의 지속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8년 7.0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2019년 7.02%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에도 2.91%, 4분기에만 약 4.5%의 성장을 이뤄냈다.

◇ 경제 고성장 중인 베트남, 전력 소비도 많아져

지난 20년 동안 베트남의 전력생산 평균 성장률은 경제성장률의 약 두 배인 12~13%에 도달했다. 이에 경제성장과 함께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 낮은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코트라 이성민 베트남 호치민무역관이 보고한 최근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베트남 발전설비 총용량은 약 56GW로 수력 20GW, 석탄 20GW, 가스 7.5GW, 석유 1.5GW로 구성돼 있으며, 수력을 제외한 신재생에너지는 5.2GW를 차지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봤을 때도 여전히 석탄과 수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베트남의 신재생에너지 시장가치가 7,140억달러(태양광발전 2,800억, 풍력발전 4,400억)로 추산될 만큼 잠재성을 보이고 있다.

이 무역관은 “발전설비의 급격한 증가도 눈에 띄지만 2010년 대비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생산 비중이 늘어난 것도 확인할 수 있다”며, “에너지 전환속도가 빠르고, 특히 신재생에너지에 초점을 두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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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산업통상부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제8차 전력개발계획(PDP8)’ 초안을 발표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제8차 전력개발계획... 석탄↓ 신재생에너지↑

베트남 산업통상부는 지난 2월 22일, ‘제8차 전력개발계획(PDP8)’ 초안을 발표했다. 기존의 ‘PDP7 개정’에서는 수력과 화력 등의 전통 발전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으나, ‘PDP8’은 가스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의견수렴 과정과 총리 최종 승인 후 올해 상반기에 확정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빠른 경제성장으로 인한 전력수요가 2020년 217TWh에서 2030년에 491TWh, 2045년에는 877TWh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베트남은 총 발전설비용량을 2020년 69GW에서 2030년에 138GW로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며, 정부는 석탄발전을 대폭 감축하고 가스와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PDP7 개정’에서는 2030년까지 총 발전설비 중 석탄의 비중을 42.6%로 설정했으나 ‘PDP8’ 초안에서 이를 27%로 대폭 축소했다. 또한, ‘PDP7 개정’에서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16.3%로 설정됐으나 ‘PDP8’ 초안에서는 이 비중을 30%까지 확대했다.

베트남 정부는 총 발전설비용량 중 석탄 비중을 2020년 34%에서 2021~2030년 기간 동안 27%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건설 중이거나 2021~2025년 운영을 추진 중인 석탄발전 프로젝트를 제외한 신규 석탄발전 프로젝트의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 2031~2045년에는 전원믹스에서 석탄 비중을 17~18%로 대폭 감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전력수요 증가 및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대응하고 가변성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비해 베트남 정부는 기저전원으로서 가스 이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스발전설비용량을 2020년 7GW에서 2025년 13.5GW, 2030년에는 28~33GW로 늘려, 총 발전설비 중 가스의 비중을 2020년 15%에서 2030년에 21~23%, 2045년에는 24~25%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 태양광·풍력 확대 걸림돌... 전력망 확보 및 시스템 개선 급선무

주목되고 있는 재생에너지원 중 풍력발전은 2020년 630MW였던 풍력발전 설비 용량을 2025년까지 11~12GW, 2030년까지 18~19GW로 확대한다. 이는 총 발전설비 비중 13%에 해당한다. 베트남 정부는 ‘PDP8’ 계획안에서 해상풍력발전 설비 용량을 2030년 2~3GW로 설정했는데, 이는 세계은행과 덴마크 에너지청이 제안한 목표치 10GW 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번 계획안을 통해 베트남은 2021~2030년 기간 동안 2GW 규모의 신규 태양광설비를 확충해 2030년까지 누적 태양광 설비 용량 목표치를 19~20GW로 설정했다. 2031~2045년 기간 동안에는 신규 태양광설비용량을 36.5GW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2021~2030년 기간에 신규 태양광설비용량 목표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전력망 부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PDP8’ 계획안에서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2021~2030년 기간 동안 전력부문에 1,283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발전부문에 954억달러, 전력망에 329억달러 규모가 책정됐다. 2031~2045년 기간 동안에는 총 1,923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발전부문과 전력망 확충에 각각 1,402억 달러와 521억 달러가 할당됐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이 급증하고 있으나 전력망 부족으로 프로젝트가 완료되더라도 가동 용량을 모두 활용할 수 없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전력망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정부는 ‘PDP8’ 초안에서 총 전력부문 투자금액 중 전력망 확충에 1/5 이상을 할당해야 한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전력망 부족과 시스템 불안정으로 인한 재생에너지 확대의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ESS를 비롯한 전력소매시장 자유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는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태양광, 풍력 등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추진되고 있는 만큼 직간접적인 사업기회와 수요가 예상되며, 재생에너지 산업의 동남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매력적인 시장이 될 공산이 크다.

kuno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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