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관련 공개질의서 통해 ‘태양광’ 사업 보류·폐기 답변
국제적 재생에너지 리더 도시에서 뒷걸음질 예상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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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8일 출근하며 청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건오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38대 서울시장 1년 3개월의 여정을 시작한다. 서울시장 2선의 경험으로 빠른 적응과 안정된 시정 운영이 기대되는 한편, 임기가 짧아 선거운동 기간 동안 내세운 굵직한 공약들을 잘 펼쳐낼 수 있을지 우려도 있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은 10년 만의 출근길 1층 로비에서 “임기 1년 보궐선거로 당선됐지만 최선을 다해 그동안 미흡한 점을 보완하고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오 시장의 ‘서울시장 후보자 공개질의서 회신 내용’에 따르면, 전임 시장이 추진해왔던 229개 주요 정책공약에서 22개를 보류·폐기하고 149개를 수정·보완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선거운동 기간 중 TV토론에서도 이미 시작한 정책은 철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일부 정책은 폐기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 서울시 태양광 관련 사업 대부분 보류 혹은 폐기 언급해

주목되고 있는 정책 중 하나는 ‘태양광’ 사업이다. 오 시장은 태양광 지원센터, 태양광 미니발전소, 태양광 커뮤니티 발전소 사업을 보류하거나 폐기하겠다고 답했다.

전임 시장의 ‘태양의 도시, 서울 2022’ 정책의 핵심은 2가지다. 2022년까지 태양광 설비용량 1GW 설치와 태양광 설치 100만가구 달성이다. 1GW의 설비용량은 ‘원전하나줄이기’에서 시작됐다. 원전 1기에 해당하는 설비 용량이 1GW 규모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아파트, 주택, 건물 등 100만가구에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 △설치 가능한 공공부지 100% 태양광 설치 △태양광 랜드마크 조성 △시민참여형 태양광 △마곡지구 및 도시재생지역 태양광 특화지구 조성 등 적극적인 정책 계획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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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0월 서울시는 ‘C40 블룸버그 어워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태양의 도시, 서울 2022’ 정책 추진으로 최종 수상자에 선정됐다. 사진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잠실야구장 (서울시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결과도 있었다. 지난 2019년 10월, 서울시는 ‘C40 블룸버그 어워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C40 블룸버그 어워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 대도시들의 연합체인 C40 기후리더십그룹과 블룸버그 재단이 기후회복력, 친환경 교통, 재생에너지, 시민참여, 대기질, 혁신, 친환경기술 총 7개 분야를 주제로 혁신적인 기후변화 리더십을 발휘한 도시를 매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시는 C40에 국내 도시로는 처음으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담은 ‘2050 온실가스 감축 추진계획’을 제출했다. 이 계획은 △그린 빌딩 △그린 모빌리티 △그린 숲 △그린 에너지 △그린 사이클 등 5대 부문의 74개 세부과제로 구성돼 있다. 이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40%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C40 블룸버그 어워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상을 받고, 적극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세워 글로벌 도시들과 그 계획을 공유하는 서울시의 재생에너지 보급에 아쉬운 점이 많다. ‘태양의 도시, 서울’ 사업으로 2018년 태양광 설비 신규보급 52MW를 포함해 총 설치용량 203.6MW를 기록했으나 그 이후 신규 설치는 하향세에 있고 별다른 성과가 없다. 투자 금액만 1조7,000억원이 책정됐었다.

◇ 서울시 태양광 보급 500MW로 하향 조정... 시의회 질타

지난 2월 서울시의회의 기후환경본부 업무보고에서는 ‘태양의 도시, 서울 2022’에서 기존에 제시했던 2022년까지 태양광 보급 용량 1GW를 500MW로, 태양광 미니발전소 100만가구가 47만가구로 하향 조정된 사항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목표연도를 1년 앞두고 급하게 달성 목표를 수정한 사안에 대해 송재혁 의원은 현실 여건을 파악하지 않은 채 선언성 목표치만 제시하는 서울시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질타했다. 또 서울시가 주기적으로 환경정책을 발표하며 목표를 설정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와 점검은 뒤로 미룬 채 달성이 어려우면 목표를 낮추는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시 오세훈 서울시장으로 돌아와 기존 서울시의 재생에너지 정책, ‘태양의 도시, 서울 2022’를 살펴보면 지리멸렬한 미래가 그려진다. 서두에 언급한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에 돌입할 경우 그간 힘을 받지 못했던 서울시 태양광 사업 자체가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년 3개월의 짧은 임기와 서울시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대다수의 여당 의원들의 견제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은 글로벌 시장의 가장 큰 화두가 됐고, 세계 대도시 리더들은 이러한 화두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공유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던 정책인 ‘태양의 도시, 서울’에서 태양이 빠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kuno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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