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의 최고경영자(CEO)가 주주총회를 거치면서 전문 경영인으로 대거 교체되면서 새 시대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K바이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업계는 전문 인재를 도입해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한 성장 가속화를 꾀한다는 분석이다.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의 최고경영자(CEO)가 주주총회를 거치면서 전문 경영인으로 대거 교체되면서 새 시대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K바이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업계는 전문 인재를 도입해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한 성장 가속화를 꾀한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신약 연구개발에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돼 CEO 교체가 잦지 않은 제약·바이오 업계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사업 영역 확장에는 보다 유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부동산이나 의료기기, 투자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나가면서 체제 변화가 수익성 확대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 셀트리온, 소유·경영 분리 본격화

셀트리온은 지난해 말 서정진 명예회장이 은퇴한 이후 기우성 부회장과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부회장이 이끄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다. 

은퇴 당시 서 명예회장은 “진정한 주주 회사, 임직원 회사가 되려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며 "회사 경영은 전문 경영인 대표이사 중심으로 하고, 이사회는 승인이 필요한 의사결정에 진중하게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유와 경영의 완벽한 분리는 아니더라도 가장 유사한 구조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 26일 열린 셀트리온 정기주주총회에서 서정진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기우성 대표이사를 필두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공고히했다. 셀트리온 기우성 부회장은 셀트리온 설립 초기부터 생산, 임상 및 허가부문 경영자로, 세계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유럽 허가 및 후속 바이오시밀러의 임상과 허가를 진두지휘해왔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기우성 대표이사를 필두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공고히 했다”며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 갈 내부 전문가들을 승진시켜 ‘젊은 리더십’을 표방한 조직 확립에 나섰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 명예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장(수석부사장), 같은 날 열린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총회에서는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 운영지원담당장(이사)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등을 승인했다. 

앞으로 이사회를 통해 서진석 수석부사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서준석 이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투자, 신약 개발, 마케팅 등 그룹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3사 합병 절차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해 9월 3사 합병을 위해 셀트리온헬스케어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한 바 있다. 

한편, 셀트리온은 중국법인에는 사장급 대표를 파견해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던 중국진출에 본격 재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 또 연구개발, 생산, 관리 등 각 부문별 전문인력을 배치해 지속적인 혁신업무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2030년까지 글로벌 제약사 10위권에 진입한다는 ‘비전 2030’ 실현을 위한 초석을 다질 계획이다.

◇ 삼진제약, 첫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삼진제약은 1986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대표이사 체제를 가동한다. 삼진제약은 지난 2019년부터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운영했고, 삼진제약이 공동 창업주인 최승수 회장(80)과 조의환 회장(80)은 삼진제약 출범 이후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다. 지난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이성우 사장이 대표이사를 역임했을 당시에도 최 회장과 조 회장이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지냈다.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공동 창업주 최승주 회장(80)과 조의환 회장(80)은 사내이사 지위는 유지하지만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장홍순 사장(65)과 최용주 사장(64)이 삼진제약을 이끈다. 이 둘 모두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장홍순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삼진제약에 입사했고 경영관리 부문을 총괄해 왔다. 최용주 사장은 청주대 경상대학을 졸업한 뒤 1982년 삼진제약에 입사, 영업 조직을 이끌어왔다.

한편, 삼진제약은 지난해 매출 2352억원, 영업이익 322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올해도 주당 800원의 현금 배당을 의결하고,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회사 정관에 의료기기 업종을 추가했다. 삼진제약의 2021년 경영목표는 새롭게 시작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시장 안착으로, 의약품과 컨슈머헬스 부문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전망이다.

특히, 올해 신축이전하는 마곡 중앙연구소에 걸맞는 가시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진제약은 마곡연구소를 이르면 오는 9월 개소한다. 2019년 9월 착공을 거쳐 건설 중인 마곡 중앙연구소는 지상 8층, 지하 4층 규모로 확장한다. 먼저 중앙연구소 연구인력을 1년 새 8% 정도 늘리고, 2016년 7% 수준이었던 R&D 비중을 13%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진제약의 재발 및 불응성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SJP-1604주'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낸 바 있다”며 “신약개발에 특화된 중앙연구소 확장 개소는 이제 신약에서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선언인 만큼, 앞으로의 연구개발 성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전 대표는 이사회에 남아 회사 방향성 지휘

일동홀딩스는 지난 2003년부터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사장을 시작으로 제약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이정치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일동제약 생산본부장인 박대창 부사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신임인 박대창 사장은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1978년 일동제약에 입사했다. 이후 안성공장장 등을 거쳐 생산부문장으로서 일동제약의 3개 공장을 포함한 생산부문을 이끌었고, 지난 2013년 일동제약 부사장에 올랐다. 박 사장은 첨단 생산 인프라 구축을 주도해 회사의 생산성 향상과 글로벌 진출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한양행은 창사 이래 최초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에 참가하지만, 대표이사직에서는 내려온다. 차기 대표이사로는 조욱제 부사장이 선임됐다. 

신임 조욱제 사장은 1987년에 유한양행에 입사한 이후 병원지점장 이사·ETC 영업·마케팅 상무·약품사업본부장 전무·경영관린 본부장 등을 거쳐 2017년 3월 부사장 자리에 앉았다.

한편, 종근당홀딩스는 김태영 경보제약 대표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신임 대표는 1982년 성균관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종근당에 입사해 24년간 기획, 재경, 관리 총괄 등을 맡았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종근당 계열사 CKD창업투자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종근당홀딩스에서 기획·재경 부문을 총괄하고, 경보제약에서 대표에도 재선임됐다.

이처럼 전문경영인 선임이 대세인 가운데,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한 기업들도 있다. 알리코제약은 이항구 부회장·최재희 사장 공동 대표 체제에서 이항구 부회장 단독 대표 체제로, 신신제약은 김한기 부회장·이병기 사장 각자 대표 체제에서 이병기 사장 단독 대표 체제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견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대표이사를 재선임해 안정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이지만, 몇몇 눈에 띄는 상위 제약사들이 전문경영인을 대표로 세우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며 “전 대표이사들은 이사회 멤버로 회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등 경영 자문 역할을 맡게 된 만큼 이 같은 체제가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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