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으로 읽는 환경 ⑩] 소고기와 지구의 밀접한 관계
[제품으로 읽는 환경 ⑩] 소고기와 지구의 밀접한 관계
  • 이한 기자
  • 승인 2021.04.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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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많이 먹으면 땅과 숲이 사라진다?
육식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공장식 축산’이 문제
많은 고기 효율적으로 얻으려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
축산업은 기후변화에, 기후변화는 다시 축산업에 영향
고기는 죄가 없지만...지적에는 귀 기울여야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열 번째는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소고기’입니다. [편집자 주]

인간이 동물을 사육하고 먹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인간 역시 동물의 한 종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혹자들은 ‘동물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라는 서로 평등한 느낌의 단어로 둘을 구분하기도 한다. 공장식 축산이 가지고 있는 문제도 이들은 이런 시선으로 바라본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간의 식탁은 지구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그걸 얻는 과정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영향을 받은 지구는 다시 우리의 먹거리에 영향을 미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인생은 고기서 고기다’라는 명언(?)이 있다. ‘지칠 때는 고기 앞으로’라는 말도 있다. 기자가 만들어 낸 얘기가 아니다. 이미 광고업계 등에서 카피로 쓰이거나 SNS 등에서 화제가 된 글이다. 치킨에 맥주, 소주에 삼겹살이 많은 이들의 ‘소울푸드’고 소고기를 굽는게 특별한 날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고기는 반찬이자 안주면서 하나의 문화이기도 하다. ‘고기 먹자’는 말은 친근함의 표현일 수도 있고, 위로의 한 마디일 수도 있다. 영양학적으로 보아도 고기는 질 좋은 단백질을 몸에 공급하는 좋은 식재료다.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쓴다’던 옛 어르신들의 얘기에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고기, 그 중에서도 특히 소고기 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룰 계획이다.

우선 두 가지를 먼저 짚고 넘어가자. 이 기사는 채식을 강권하려고 쓰는 게 아니다. 소고기가 다른 제품에 비해 유난히 문제가 많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소고기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종류의) 고기를 얻기 위한 과정의 ‘공장식 축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보고, 인류의 식탁이 지구와 맺고 있는 밀접한 ‘관계’에 대해 말하려는 기사다.

그러므로 기사 제목을 정확하게 풀면, ‘소고기를 소비하는 과정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에 대해 비판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소고기를 소비하는 과정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고기 많이 먹으면 땅과 숲이 사라진다?

축산업, 정확히 말하면 ‘공장식 축산’에 대한 날 선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비판의 갈래는 크게 두 줄기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주목하는 시선이 있고, 공장식 축산이 탄소배출과 기후변화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는 관점이 있다. 굳이 정의하면 첫 번째는 윤리적인 문제의식, 두 번째는 환경적인 문제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기사에서는 (본지가 과거 다룬 공장식 축산 관련 기사와 마찬가지로) 환경적인 영향에 대해 주로 언급한다.

공장식 축산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동안 제기된 지적들을 살펴보자.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최근 뉴스레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을 위해 1년 사이 아마존 열대우림의 70% 크기가 파괴된다. 브라질에서는 약 7억평의 토지가 사료용 콩을 재배하기 위해 쓰인다. 목초지와 경작지 등을 얻기 위해 땅과 숲이 사라지는 사이, 인간의 식량과 주거, 동물의 서식처 등이 위협 받는다는 의미다.

서울환경연합은 뉴스레터에서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물의 양은 1만 5,500리터고 토마토 1kg을 기르는데는 단 180리터 밖에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축산업이 전체 담수 사용량의 70%를 사용하고 있으며 대부분 육류 생산을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소고기 400그램을 먹지 않으면 6개월 동안 샤워를 하지 않는 것 보다 더 많은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은 과거부터 여러곳에서, 또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부산 녹색당은 지난해 9월 기자회견을 통해 “메탄과 이산화탄소 발생률이 높은 공장식 축산을 통한 육식을 제한하고, 공공기관과 학교에 채식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서울 중랑녹색당은 별도 회견문을 통해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비건세상을 위한 시민모임’과 ‘한국채식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들이 현재의 공장식 축산에서 벗어나, 행복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만 제기하는 문제가 아니다. 유명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유발 하라리는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공장식 축산이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미국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책 <우리가 날씨다>에서 “저녁 식사를 제외하고는 동물성 식품을 먹지 말자”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적인 효율성 문제를 지적했다. 포어는 인간이 우리가 키우는 동물에게 먹일 음식을 마련하려고 곡물을 재배할 수 있는 땅의 59%를 이용하고, 인간이 쓰는 담수의 3분의 1은 인류가 키우는 동물에게 간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항생제의 70퍼센트가 가축에게 사용되며 지구상 모든 포유동물의 60%가 식용으로 키워진다고도 지적했다.

◇ 메탄·이산화질소...온실가스도 직접 배출

자원을 많이 사용하는 것과 더불어, 온실가스의 직접적인 배출원이라는 문제도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11월 ‘세계 비건의 날’을 맞아 후원자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공장식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온실가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메탄과 이산화질소의 근원”이라고 언급하면서 “동물 사료로 쓰이는 콩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열대우림에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은 무분별한 개간으로 서식지를 잃고 위기에 처했다”라고 경고했다.

맞는 얘기다. 공장식 축산은 온실가스와도 관련이 깊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지구 대기 중에 두 번째와 세 번째로 가장 많이 퍼진 온실가스가 메탄과 이산화질소다. 메탄가스는 가축들의 트림이나 배설물 등에서 나오고 이산화질소는 가축의 배설물이나 곡물 재배에 이용되는 비료에서 나온다.

이는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앞서 언급한 미국 작가 포어는 “1960년 공장식 축산이 시작되고 1999년까지 메탄 농도는 지난 2000년 중 어느 시기의 40년과 비교해도 여섯 배 더 빨리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환경운동연합도 블로그를 통해 “메탄가스와 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각각 23배, 300배 더 강력하게 온실가스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온실가스가 얼마나 나오는걸까. 유엔 농업식량기구(FAO) 보고서 ‘축산업의 긴 그림자’에 따르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중 15%가 축산업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축산업은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이 발생시킨 온실가스보다 배출량이 더 많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는 ‘지구상의 소가 하나의 나라라고 치면 이 나라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 3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해외 단체 월드워치연구소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13%가 교통 분야에서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위한 센터가 발표한 ‘탄소 발자국 자료표’에 따르면 음식 1인분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소고기 3Kg 치즈가 1.11Kg, 돼지고기가 0.78Kg이었다. 쌀은 0.07Kg이고 당근과 감자는 각각 0.03~0.01Kg이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도 이 내용을 책에 인용했다.

공장식 축산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는 사실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여러 곳에서 오랫동안 지적해 온 목소리이기 때문다. 인류가 자원을 얻고 소비하며 남는 걸 버리는 과정은 모두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데, 공장식 축산은 그 과정에서 여러 영향을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가 자원을 얻고 소비하며 남는 걸 버리는 과정은 모두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고기를 얻는 과정도 그렇다. 물론, 고기를 먹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인류의 식탁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과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필요는 있다.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축산업은 기후변화에, 기후변화는 다시 축산업에 영향

공장식 축산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는 사실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여러 곳에서 오랫동안 지적해 온 목소리여서다. 인류가 자원을 얻고 소비하며 남는 걸 버리는 과정은 모두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데, 공장식 축산은 그 과정에서 여러 영향을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축산업이 정말 기후변화에 영향을 준다면, 그렇게 생겨난 기후변화가 축산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까? 그렇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있다. 달라지는 기후와 그로 인해 요동치는 날씨는 축산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적인 손해를 입힐 수 있어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0월 블로그에 <기후가 달라지면 경제도 움직인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게재했다. 이 게시물에 따르면 폭염으로 남원 온도가 39.6도까지 올랐던 지난 2018년, 한 계사에서만 3,000만 마리가 폐사하는 등 전국에서 833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날씨가 더워지면 가축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성장이 정체되고 번식을 잘 하지 않으며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농업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는 30년 전인 1988년과 비교해 연평균 기온과 강수량이 증가하고 일조시간은 줄었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재해 피해면적도 늘었다. 이에 따라 농업재해가 확대되고 농작물 재배작법 및 방제대책 시행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태풍과 장마 등이 이어지면서 축사가 침수되거나 가축이 폐사하는 사례도 늘었다.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 기간에도 비를 피해 지붕 위에 올라간 소의 모습 등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변한 기후가 다시 축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순환고리다. 조사처는 같은 날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2020’의 농업부문 주요 내용과 과제> 보고서에서 “농축산물 생산 전 과정에 걸친 저탄소 기술 적용, 새로운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 고기는 죄가 없지만...지적에는 귀 기울여야

공장식 축산이 전염병 바이러스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저병원성으로 시작했다가 변종을 일으켜 고병원성으로 바뀌어 사람에게 감염된 것처럼 위험한 바이러스의 공장이나 창고 역할을 (공장식 축산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지적하는 목소리 역시 오래전부터 있었다. 과거로 시계를 돌려보자. 한겨레는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지난 2009년 <공장식 축산업 괴물바이러스 키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한겨레는 당시 기사에서 “최근 10년 사이에 서로 다른 인수공통 전염병이 연이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하면서 “한 품종의 동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식 축산업이 인수공통 전염병의 발생과 전파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21년 전의 상황에 대해서도 이런 지적이 있었다는 의미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올 4월 발표한 <환경 파괴로 늘어나는 전염병 현황 및 대응 방안> 자료에서도 이런 내용이 드러난다. 보고서는 “영국 가디언지가 코로나 바이러스 유발 원인 중 하나로 공장식 축산(factory farming)을 지목했다”고 언급하면서 “식량 생산의 산업화에서 소외된 일부 소규모 농가들이 생계를 위해 야생동물 거래를 늘려 나갔고, 대규모 공장과 농장들에 밀려 점차 야생지역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박쥐 등에서 발생하는 야생 바이러스에 접촉되는 밀도와 빈도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보고서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가축 전염병이 퍼지면 사육 동물의 공장식 밀집 사육과 유전자 다양성 결여 때문에 급속도로 확산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축산으로의 전환과 함께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정책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기가 나쁜 게 아니다. 고기를 먹지 말라고 권할 자격은 아무에게도 없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육식을 줄이는 사람도 있지만, 고기를 좋아하고 줄일 생각이 없는 사람의 취향도 존중받아야 한다. 고기를 많이 먹으면서도 다른 방법으로 환경적인 소비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문제는 소비자의 식탁에 올라온 고기 자체가 아니다. 다만, 그 고기를 얻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과정이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는 귀 기울여 볼 가치가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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