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양만큼만, 적은 포장재로 사는 방법 찾기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아니고 차선책으로 ‘로우웨이스트’입니다. 버려지는 포장재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입니다 [편집자 주]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장에서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쉽게 볼 수 있다. (서창완 기자) 2018.6.7/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는 포장재를 줄이고 '제품' 위주로 쇼핑할 수 있을까?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제품이나 브랜드 등은 기사 특정내용과 전혀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수치화된 통계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자 집에서 버려지는 쓰레기 중 꽤 높은 비율이 포장재다. 일회용 컵을 거의 쓰지 않고, 배달음식 횟수를 크게 줄였으며, 일회용 비닐봉투 하나를 몇 달씩 사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원치 않게 생기는 포장재가 있다.

포장재를 없앨 수는 없다. 기자도 안다. 제품을 둘러싸고 있는 포장재는 소유욕을 자극하려는 목적으로만 만들어진 게 아니다. 효율적인 유통을 위해서, 그리고 제품의 신선도나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포장도 많다. 쓰레기를 줄이겠다고 모든 물건을 제품 그대로 유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게 너무 많다. 식재료를 구매할 때 특히 그렇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라면 5개, 어묵과 소시지, 냉동망두와 다진마늘을 사고 홈쇼핑에서 떡갈비를 구입했는데 곧 수북하게 쓰레기가 쌓였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음식과 식재료만 샀는데도 커다란 플라스틱 트레이나 비닐이 구입한 물건 숫자와 비례해 쌓인다.

특별히 과대포장된 제품을 산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모든 포장은 곧 쓰레기가 된다. 환경적으로 나쁜 포장이라서 그런 건 아니지만, 쓰레기가 되는 건 사실이다. 플라스틱과 비닐이 버려지는 게 걱정되지만 그것 없이 물건을 팔거나 사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도 잘 안다.

포장재를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유명 제로웨이스트숍은 멀고, 기자의 식사시간은 가깝다. 낮에는 일을 해야 하므로 포장재 줄이는 가게를 찾아 하루종일 움직일 수도 없다. 그래서 대형맡 대신 전통시장에 가봤다.

시장에 간 건, 푸드업계 종사자의 조언 때문이었다. 요리 전문기자 출신이자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스튜디오 ‘sik_kuu.(식구.)’ 대표 조한별씨다. 조씨는 지난해 냉장고 관련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중대형 슈퍼나 마트는 제품이 대부분 이미 포장되어 있어서, 원하는 만큼만 구매할 수 있는 재래시장 등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기자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도 전통시장이 있다. 평소 온라인 쇼핑이나 대형마트 위주로 장을 보고 급한 먹거리는 편의점이나 동네 소형 마트를 주로 이용해왔다. 하지만 낱개구매 제품들을 구입해보려고 전통시장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에도 여러 제품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었다. 제품이 한꺼번에 쌓인 곳에서 골라 담을 수 있는 가게를 찾아봈다. 찾기 힘들었다. 생각해보니 평소 기자도 ‘개별포장되어 있어야 위생적이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깨끗한 것을 찾으려는 마음과,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서로 충돌했던 걸 깨달았다. 특히 요즘은 감염병 관련 우려가 있다보니 무언가를 쌓아두고 ‘함께’ 구매한다는 게 한편으로는 좀 우려스럽기도 했다.

큰 박스에 담긴 과일을 찾아 몇개를 골라 샀다. 하지만 기분 탓일까. 여러개가 함께 놓여진 과일은 따로 포장돼 밝은 조명 아래 놓은 제품보다 왠지 덜 신선해 보였다. 과일을 장바구니에 담고 손질되지 않은 채 뿌리에 흙이 묻어있는 채소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스티로폼 트레이에 비닐 포장된 제품이 아니어서 뿌듯했다. 다만, 집에 돌아와 채소를 벅벅 씻으면서 ‘비닐을 받아 버리는 것과 싱크대로 흘러 내려가는 흙탕물 중에서 뭐가 더 환경에 안 좋을까’ 상상해봤다.

◇ 자원 순환성 고려한 포장재·제품 구성...가능할까?

포장재가 없는 제품을 찾는게 쉽지 않아 차선책으로 식재료 구입 자체를 효율화하기로 해봤다. 쉽게 말해 ‘덜 사자’는 뜻이다. 과거에는 1+1 식재료나 묶음 상품이 가격면에서 이익이라 자 샀는데 요즘은 자주 쓰는 식재료만 산다.

조리했다 남기거나 너무 많이 사놓고 먹지 않아 버리는 사례를 줄이려는 시도였다. 단위당 가격이 비싸더라도,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면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질 리스크나 식재료 저장을 위해 필요한 공간 등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44년차 전업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소비자는 “냉장고에 쌓여있는 식재료의 전체적인 양을 줄여 결과적으로 식탁 회전율을 높이는 게 집안일의 가장 큰 숙제이자 쓰레기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한가지 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소포장제품 역시 확률상 포장재를 많이 사용할 위험이 있어서다. 양파를 예로 들자. 10개들이 제품을 사면 양파망 하나에 담을 수 있지만, 2개들이 깐양파는 비닐 등으로 포장해 판매한다. 사용할 만큼만, 필요한 양만큼만 구입하면서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방식으로 포장한 제품을 찾는 게 숙제다. 기자는 그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은 올해 1월 “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폐기물 생산을 자제하거나 폐기물이 생산되더라도 생산자 책임 원칙을 바탕으로 수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자원 순환성을 고려한 포장재·제품 구성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 패러다임의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그 원칙이 더 많이 적용돼 포장보다는 ‘알맹이’에 집중할 수 있는 제품이 더 많아지기를 기자는 바란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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