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갈수록 심각해지는 쓰레기 문제. 플라스틱 등 각종 일회용품과 줄이기에 정부, 기업, 소비자가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가 쉽게 남기고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도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래픽 :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갈수록 심각해지는 쓰레기 문제. 플라스틱 등 각종 일회용품과 줄이기에 정부, 기업, 소비자가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가 쉽게 남기고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도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음식물 쓰레기는 폐수·악취를 발생시킬 뿐더러 연간 885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처리에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은 톤당 15만 원을 상회한다.  연간 500만 톤을 처리해야 한다면 8000억원가량이 소요된다. 유용하게 쓰여져야 할 세금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들어간다.

음식물 쓰레기는 식재료가 재배되고, 유통·소비되는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재배되는 과정에서는 소비되는 양보다 생산량이 너무 많아져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수확량은 늘어난데다 소비는 극도로 위축돼 있어 시세가 떨어지면 인건비도 건지지 못해 수확을 포기하고 애써 키워온 농산물을 산지 폐기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 마트에서도 식재료가 폐기된다. 고객이 정확히 구매할 양과, 유통기한을 맞춰 상품을 진열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여파로 급식 및 음식점 식재료 납품 물량이 감소하거나, 지역 행사 등이 취소돼 농산물 판매가 부진한 것도 이에 해당한다. 

음식점에서도 재고관리가 안되거나, 고객이 남긴 음식들로 음식물 쓰레기는 계속 늘어난다. 일반 가정도 예외는 아니다. 유통기한을 잊어 상해버린 식재료, 다 먹지 못하고 남긴 음식들을 버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주로 소비 단계에서, 개도국에서는 식품의 저장이나 운반 등의 단계에서 폐기가 발생하지만 음식점, 개별 가정과 같이 소비자가 직접 음식과 접촉하는 접점에서의 낭비가 가장 많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국내 음식물쓰레기가 매일 1만3221톤 이상이다. 이 중 약 70%가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배출된다.

◇ 음식물쓰레기 배출 비율, 일반 가정이 61% 차지

유엔환경계획(UNEP)이 최근 발표한 ‘음식물쓰레기 지표 보고서 2021(Food Waste Index)’에서는 지난 2019년 배출된 음식물쓰레기 양이 약 9억 3100만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UNEP 조사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 배출 비율은 일반 가정이 61%, 외식산업이 26%, 소매업이 13%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생각과는 다르게 일반 가정에서 버려지는 쓰레기가 가장 많았다. 

이 자료대로라면 음식물 쓰레기의 5억6900만 톤은 가정에서 배출된다. 나머지 가운데 2억4400만 톤은 음식점, 1억1800만 톤은 소매점에서 배출된다. 가정에서 연간 생산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1인당 74kg다. 소득이 비슷한 국가들은 쓰레기의 양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내 음식물 쓰레기의 문제가 가장 컸다. 보고서는 “많은 국가가 아직 음식물 쓰레기를 정량화하지 않아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규모가 정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더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다는 얘기다.

잉거 안데르센(Inger Andersen)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음식물 쓰레기를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음식물 쓰레기는 폐기물 관리 시스템에 부담을 주고, 전 세계 식량 불안정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생물의 다양성 손실, 환경 문제까지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이 지수에서는 음식물 찌꺼기와 쓰레기가 지구촌 탄소 배출의 세번째 원인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1인당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양은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국가는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인도다. 중국의 음식물 쓰레기는 연간 9160만 톤, 인도는 6880만 톤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이보다 적은 1940만 톤, 그리고 프랑스, 독일 등은 연간 5백만~6백만 톤을 배출하고 있다. 

임형준 유엔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은 “선진국에서는 식탁 위에서, 개도국에서는 생산, 저장, 수송 과정에서 막대한 식량이 버려지고 있다”며 “음식물쓰레기는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8%를 차지해 기후위기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에 WFP 한국사무소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자 ‘제로웨이스트 제로헝거캠페인’을 진행하는 중이다. 임형준 사무소장은 “개인은 적절량만 먹어 건강을 챙기고, 식당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며, 줄인 비용의 일부는 배고픈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여기에 온실가스까지 줄이는 1석4조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 분리배출만 잘해도 음식물 쓰레기 줄일 수 있어

일반 소비자들은 쓰레기 분리 기준을 제대로 알지 못해 일반과 음식물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섞어 담아버리는 경우도 많다.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나 재활용품을 한데 뒤섞어 내놓는 것은 쓰레기 배출 규정 위반 행위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그럼에도 일반 소비자들은 분리배출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간과해 일반 종량제 봉투에 버리기도 한다. 이 경우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봉투가 터지기도 해 쓰레기 선별 작업에 어려움을 준다. 무심코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계란 껍질은 일반 쓰레기에 해당한다.

먼저 양파나 마늘, 옥수수 등의 껍질이나 옥수숫대, 고춧대, 파 뿌리 등은 일반 쓰레기다. 복숭아나 자두, 살구, 감 등의 씨나 호두, 밤, 땅콩 등 견과류나 과일의 딱딱한 껍데기도 일반 쓰레기다.

이외에도 돼지나 닭의 뼈다귀, 굴이나 게 등 껍데기, 달걀, 메추리알 등의 껍질이나 녹차 티백 커피가루, 한약재 찌꺼기도 일반 쓰레기다. 이런 식물성 껍질들은 주로 섬유질이 많아 분쇄도 쉽지 않고 동물들 사료로 쓰기에도 적합하지 않아 일반 쓰레기로 분리된다.

반면 바나나와 오렌지, 귤, 사과 등 부드러운 과일의 껍질은 음식물 쓰레기에 해당한다. 발효와 분해 등이 어렵지 않아 재활용이 어렵지 않은 재활용 가능 식재료들도 주로 음식물 쓰레기에 포함된다. 수박이나 멜론, 망고 등 부피가 크고 딱딱한 과일의 껍질은 모두 음식물 쓰레기 전용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알약 등 폐의약품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지 말고, 봉투에 담아 보건소나 약국으로 가져가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가정에서는 음식물이 담긴 용기를 재활용품으로 배출해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까지 오염시켜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재활용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확고한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런 악순환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 서울시, 일상 속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적극 홍보

한편, 몇몇 자치구는 주민을 대상으로 올바른 재활용 분리배출 요령 등을 홍보하기도 하고, 공동주택 분리배출 시설 실태조사와 음식물 감량 우수아파트 인센티브 지원 등을 통해 쓰레기 배출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일상 속에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고 이를 주변에 확산하는 역할을 할 ‘학생 감량홍보단’을 모집한다. 학생 감량홍보단은 급식 음식물을 남기지 않은 사진과 참여 활동을 SNS에 올리는 등 실천 사례를 친구들과 공유하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확산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가 지난 2016년부터 운영하였으며 해마다 20여 개 학교에서 300~600여 명의 학생 감량홍보단원이 활동해 왔다. 서울시는 지난해 코로나 19로 인해 홍보단을 운영하지 못했으나 올해는 홍보단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 감량 노력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10가지 실천사항’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10가지 실천사항’은 △장보기 전에 미리 메뉴를 계획하기 △구매 시 날짜 확인하기 △오래된 식품 앞으로 옮겨 보관하기 △적당량 담아 먹기 △먹을 만큼만 주문하기 등 가정에서 손쉽게 실천할 방법을 담았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학생감량홍보단’은 서울 소재 초‧중‧고교생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학교별로 1명 이상의 지도교사와 참여 학생으로 구성해(기존 동아리 포함) 4월21일까지 서울시 생활환경과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명단을 제출하면 된다. 서울시는 향후 홍보단의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실천 활동, SNS 온라인 활동 등을 평가해 우수 학생감량홍보단원을 선정해 서울시장 표창장을 수여 할 계획이다.

서울시 임미경 생활환경과장은 “음식물 쓰레기 저감을 위해 서울시가 대형감량기 및 보급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가정과 음식점 등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라며 “우리 집과 이웃, 친구가 함께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할 수 있는 감량홍보단에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