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솝 유기농 설거지 비누 사용 4개월차
플라스틱 용기 남지 않는 동구밭 고체 샴푸
플라스틱 없는 가벼운 생활로 한 걸음 더 

얼마 전,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기후 재난의 원인이 지금 배출하는 탄소가 아닌 20~30년 전에 배출한 탄소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오늘 나의 행동은 20년 후의 미래에 또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을까요? 미래까지 가지 않더라도 오늘날의 환경 문제에도 제 몫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겠지요.

<슬기로운 환경생활>은 개인이 할 수 있는 환경적인 생각과 행동을 체험기로 기록해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되었습니다. 환경을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가볍게 하나씩 적어봤더니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론이 아닌 현실에 발 붙이고 서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세 번째는 플라스틱 없는 생활을 위한 ‘고체 비누 사용기’입니다. [편집자주]

지난 12월 알맹상점 방문 이후 주방 세제를 설거지 비누로 바꿨다. 1월부터는 고체 샴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알맹상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고체 비누.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12월 알맹상점 방문 이후 주방 세제를 설거지 비누로 바꿨다. 1월부터는 고체 샴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알맹상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고체 비누.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과거 기자에게 비누는 손을 닦는 세정제의 역할만 했다. 그마저도 미세하게 거품이 나는 액상 핸드워시 제품으로 대체해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비누보다 액상 제품이 더 깨끗하고 쾌적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꽤 오랫동안 액상 세정제를 리필하거나 새로 샀다. 

고체 비누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건 친구로부터 설거지 비누를 선물 받으면서다. 벌써 몇 년 전 일인데 당시 설거지 비누가 있다는 것에 큰 호기심이 일었던 기억이 난다. 기존에 사용하던 주방용 액상세제 대신 사용해 본 설거지 비누는 사용감이 좋았다. 천연소재로 만들었다는 비누는 향기가 강하지 않았고 거품이 잘 나서 그릇의 기름기를 말끔하게 제거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 이후 다시 남아있던 액상세제를 사용하고 미리 사다둔 제품을 소진하면서 설거지 비누에 대한 기억이 흐려졌다. 그러다 최근 들어 다시 설거지 비누를 주방에 두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슬기로운 환경생활> 2회차에 방문한 알맹상점에서 ‘가치솝 유기농 설거지 비누’를 구매한 이후부터다. 

◇ 가치솝 유기농 설거지 비누 사용 4개월차

기자가 구매한 가치솝 유기농 설거지 비누는 유기농 엑스트라버진 오일 100%, 유기농 계피, 유기농 우리밀로 만들어져 미국 농무부(USDA)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만큼 합성계면활성제, 보존제, 유연제, 인공향 등의 유해 화학물질은 물론, 팜유나 동물성 원료도 들어있지 않다. 대신 천연 원료로 만들어져 과일 세척이 가능한 1종 세척제로 분류된다. 설거지를 할 때 생긴 거품도 자연분해 돼 환경 오염을 예방한다고 한다. 포장된 종이 박스는 FSC 인증을 받은 종이로 콩기름·무알콜로 인쇄돼 역시 친환경적이다. 

당시 매장 직원이 유기농 성분에 단단하게 만들어져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비누로 해당 제품을 추천해줬다. 포장재 바램으로 기존가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400g에 17800원으로 크고 긴 사각형 형태로 원하는 만큼 잘라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현재 3분의 1정도 잘라서 사용한 비누가 거의 소진되고 있는데 밀도가 높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설거지 비누는 알맹상점 방문 시 샀던 천연 수세미를 잘라서 함께 사용하고 있다. 긴 수세미를 4등분으로 잘라서 윗 부분을 사용하고 있다. 상단은 가장 부드러운 부분으로 어떠한 그릇에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부담이 없다. 최근 알맹상점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예전처럼 긴 형태가 아닌 이미 눌러서 잘라진 형태로 판매되고 있었다.

참고로 알맹상점 방문기 때 다양한 설거지 비누를 볼 수 있었다. EM에 재생유를 더해 4주 이상 숙성시켰다는 설거지 비누는 주거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노느매기 협동조합’에서 만들었다고 했다. 가격은 120g에 2700원으로 빨래 비누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세척력이 우수하고 보습력이 좋아 맨손으로 사용해도 손이 상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마카네이쳐 설거지바도 눈길을 끌었다. 인삼꽃과 생강, 육종마늘이 들어간 설거지 비누로 먹는 사포닌으로 씻는 설거지바로 소개되고 있다. 250g에 7900원으로 긴 원통형으로 가치솝 설거지 비누처럼 원하는 만큼 잘라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설거지 비누를 사용하면서 다른 제품과 후기가 궁금해 인터넷으로 조사를 해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라스틱을 줄이기로 마음 먹고 비누 쓰기를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모든 제품을 바꾼 것은 아니고 샴푸, 린스, 폼클렌징, 주방세제, 세탁세제 등 세정제로 사용하고 있는 제품군을 하나씩 바꿔나갔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자가 사용하고 있는 가치솝 설거지 비누의 경우 대용량인 만큼 액체 주방 세제보다 오히려 더 오래 사용한다는 후기가 보였다. 

참고로 주방 싱크대에 두고 사용하다 보면 아무리 단단하게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주변 환경 때문에 빨리 무를 수가 있는데 이때는 작은 플라스틱 뚜껑 등을 비누에 밀착시켜 비누면과 바닥이 닿지 않게 해두면 어디에든 두고 사용할 수 있다는 팁을 얻을 수 있었다. 

◇ 플라스틱 용기가 남지 않는 고체 샴푸

올해 1월 중순 동구밭 중건성용·쿨링용 샴푸바를 구매한 뒤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사용해 보니 고체 비누의 장점은 무엇보다 성분과 사용 이후 버릴 플라스틱 쓰레기가 없다는 데 있었다. 사진은 동구밭 고체 샴푸와 가치솝 비누 제품.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1월 중순 동구밭 중건성용·쿨링용 샴푸바를 구매한 뒤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사용해 보니 고체 비누의 장점은 무엇보다 성분과 사용 이후 버릴 플라스틱 쓰레기가 없다는 데 있었다. 사진은 동구밭 고체 샴푸와 가치솝 비누 제품.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12월 초 주방 세제를 설거지 비누를 바꾸고 난 이후 한 가지 더 바꾼 것이 샴푸다. 올해 1월 중순 노순호 동구밭 대표 인터뷰를 앞두고 동구밭에서 판매하고 있는 중건성용·쿨링용 샴푸바를 구매한 뒤 꾸준히 써온 것인데 최근 지성용 샴푸도 추가로 주문해 사용하고 있다. 

사용해 보니 기자에게는 중건성용과 쿨링용 샴푸가 잘 맞았다. 두피에 열이 오를 때는 쿨링용이, 평소에는 중건성용이 피부에 잘 맞았다. 두피에 비누를 몇 차례 문지르고 손가락으로 거품을 내면 모자람 없이 풍성한 거품이 난다. 이후 물로 헹굴 때도 깨끗하게 헹궈져 만족감이 크다. 올해 초 비누를 구매할 때 아직 사용하던 액체 샴푸가 욕실에 여전히 있지만 고체 비누를 사용하면서 손이 가지 않아 거의 줄지 않고 있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노순호 동구밭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고체 비누가 거품이 풍성하게 나는 것은 코코넛에서 추출한 계면활성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식물성 오일로 만들어졌다 보니 거품이 하천으로 흘러가더라도 물과 탄산가스로 하루 만에 분해돼 환경 영향도 최소화했다. 특히 고체 샴푸에는 액상 샴푸에 들어가는 정제수가 들어가지 않아 고농축된 형태로 유효성분이 더 높은 것이 장점이다. 

사용자로서 느낀 고체 비누의 장점은 좋은 성분도 있지만 사용 이후 버릴 플라스틱 쓰레기가 없다는 데 있었다. 고체 샴푸도 설거지바도 유기농 성분으로 만들어져 피부에 자극이 거의 없고 구매 직후에는 재활용 분리배출이 가능한 종이 박스 하나만 남았다. 

고체 샴푸 하나를 다 쓰고 나도 버릴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신선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액상 제품은 사용할 때도 큰 자리를 차지하고 사용 후에도 플라스틱 용기를 따로 씻어서 버려야 했는데 이 과정이 없는 것이다. 내용물만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레스 플라스틱을 실천하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요소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들이 생활 속에서 작은 습관들을 바꿔나가고 있다. 텀블러 사용하기, 일회용 비닐 대신 장바구니 챙겨 다니기, 일회용품 대신 개인용기 갖고 다니기 등이 외출 시 챙기는 습관이라면 고체 비누 사용하기는 가정 내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기 위한 쉬운 실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비누로 설거지를 하고 머리를 감는 것이 다소 생소했지만 사용해 보니 거품을 내고 씻어내는 액체 세제와 사용 과정이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화학 성분이 넘쳐날 수 있는 주방과 욕실에서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살피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덜 발생하는 제품을 선택했다는 점에 보람이 느껴진다. 

형태가 달라지만 힘도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불편함은커녕 플라스틱 없는 가벼운 생활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고체 비누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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