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계획 잇따라 밝힌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
왜 전기인가? ‘나홀로’ 다니는 내연기관 승용차의 대안
현대차·기아도 E-GMP 기반 라인업 강화 계획
자동차 시장 전동화,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이슈도
내연기관 곧 사라질까?...“의외로 오래 갈 수도”
전동화 시장 확대 추세, 부품 기업에게도 영향 전망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스물 세번째 순서는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일제히 내세우고 있는 ‘전동화’입니다. 자동차 업계는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을까요? [편집자 주]

GS건설과 대우건설은 친환경차인 전기차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기차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전동화’를 일제히 화두로 내놓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자동차는 기름을 태워 달린다. 지금까지 많은 차가 그랬다. 그런데 앞으로는 전기 배터리를 쓰는 차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내연기관차 입지가 줄어들고 전기차 시대가 온다는 기대와 전망이다. 이런 변화를 추구하는 배경에는 환경적인 고려가 있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은 정말 쑥쑥 자랄까?

해외 주요 국가들이 내연기관차 판매를 줄이거나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내놓았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인도, 이스라엘, 벨기에 등이 그런 계획에 내용을 보탰다. 경유차나 휘발유차가 시내를 다니지 못하게 하거나, 시내버스를 모두 전기차나 바이오연료 차량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 등도 이어졌다.

전기차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전동화’를 일제히 화두로 내놓았다. 전동화는 말 그대로 ‘전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자동차 업계 관점에서 보면, 내연기관차 위주로 구성된 현재 시장을 전기차 위주로 재편한다는 계획으로 이해하면 된다. 미래 자동차는 정말 기름을 넣는 게 아니라 배터리를 충전하게 될까?

◇ 전동화 계획 잇따라 밝힌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

전동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주요 해외 기업 사례를 보자.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 3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후 중립을 위한 전동화 전략 가속화’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2030년까지 완전한 전기차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계획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자동차 수명주기에 있어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고자 하는 야심찬 기후 중립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2월 10일에는 아우디가 순수 전기 그란투리스모 ‘아우디 e-트론 GT’를 공개했다. 당시 아우디는 “미래 전동화 전략을 이끌 e-트론 GT”라는 키워드로 소개했다. 마르큐스 듀스만 아우디 AG CEO는 “이 차를 생산하는 볼링거 호페 공장은 탄소 중립적이고 에너지 균형을 이루었으며 전체 생산 공정까지도 지속 가능성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공장, 생산인력 및 아우디의 미래 생존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시그널”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동화 우선전략 ‘일렉트릭 퍼스트’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지난 2월 6세대 완전변경 모델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를 공개했다. 전 차종에 전동화를 적용한 첫 번째 모델 라인업이다. 이와 더불어 벤츠는 전기 주행거리가 큰 폭으로 향상된 4세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한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오는 2030년까지 전 라인업에 전동화 모델을 추가하고, 2036년까지 배출가스 제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2039년까지 자동차 생산·공급·운영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렉서스는 최근 플래그십 세단 New LS 500와 LS 500h를 출시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해 “하이브리드 전동화 기술의 정점”이라고 설명했다.

◇ 왜 전기인가? ‘나홀로’ 다니는 내연기관 승용차의 대안

전기차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환경에 대한 영향 때문이다. 교통 분야 탄소배출이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다, 현대 도시인의 교통수단 이용이 환경적인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과정으로 이뤄진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포르쉐가 지난 2019년 자사 매거진을 통해 소개한 사례를 보다. 보스턴대학 지속가능한 에너지연구소 폭스 페너 소장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 기준 보스턴 인구는 70만명이고 보스턴을 생활권으로 두는 인구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약 450만명에 달한다. 적잖은 인구다.

그들은 뭘 타고 다닐까. 보스턴에서는 평일 기준 최대 100만명이 자가용으로 통근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3명 중 1명에 불과하다. ‘글로벌 트래픽 스코어 카드’에 따르면 보스턴 운전자들은 연간 164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낸다. 뉴욕(133시간)이나 LA(128시간)보다 긴 시간이다. 보스턴에서 나오는 배출가스 대부분이 매일 도심을 오가는 차에서 나온다.

매거진에 따르면, 도심을 오가는 전체 교통량의 70%가 자가용이고 대부분 내연기관차다. 게다가 그 차들은 대부분 운전자 혼자 타고 있다. 매거진은 탄소 중립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차 운행을 감소시키는 건 필수”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보스턴은 차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차로 운행하도록 할 계힉”이라고 밝혔다. 이건 전 세계 대도시의 공통적인 문제다.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기차나 수소차의 보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친환경 미래차 보급을 늘리려는 정책이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앞으로는 주유소가 모두 사라지고 차들은 모두 기름을 넣는 대신 배터리를 충전해서 달릴까? 그러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완성차 기업도 전동화는 주요 화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연초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한 신차 출시로 더욱 편리하고 안전할 뿐 아니라, 고객의 다양한 취향과 니즈를 반영한 매력적인 친환경 이동수단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현대차·기아도 E-GMP 기반 라인업 강화 계획

국내 완성차 기업도 전동화는 주요 화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연초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글로벌 친환경 선두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한 신차 출시로 더욱 편리하고 안전할 뿐 아니라, 고객의 다양한 취향과 니즈를 반영한 매력적인 친환경 이동수단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E-GMP가 적용된 전용 전기차를 출시한다. E-GMP는 전기차만을 위한 최적화 구조로 설계돼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국내기준) 주행할 수 있으며,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 이용 시 18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이들은 전기차 라인업을 현재 8개 차종에서 2025년 23개 차종으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00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전기차 인프라 구축도 가속화한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까지 국내에 초고속 충전소 20개소를 직접 설치하고, 에너지 기업들과 협력해 충전망을 더욱 확대한다. 해외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전략투자한 유럽의 초고속 충전인프라 구축 전문기업 ‘아이오니티 (IONITY)’를 비롯,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시장별 상황 및 특성에 적합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춘다.

기아도 올해 ‘전기차와 친환경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기아는 지난 2월 CEO인베스터 데이에서 Plan S의 3대 핵심 사업과 세부 전략, 중장기 재무 및 투자 목표를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공개한 Plan S는 선제적인 전기차(EV) 사업 체제로 전환하고, 친환경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해 브랜드 혁신과 수익성을 확대하겠다는 기아의 중장기 전략이다.

기아는 EV 전환 구체화를 위해 26년까지 11종 풀 라인업 구축하고 30년 친환경차 연간 160만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통해 오는 2030년 연간 160만 대의 환경차를 판매하고, 전체 판매 중 환경차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오는 2030년 연간 88만 대 이상의 판매를 통해 글로벌 전기차 일류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 자동차 시장 전동화,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이슈도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는 환경만의 이슈가 아니라 경제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돈’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서다. 그린피스서울사무소가 1월 13일 공개한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수출에 미치는 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이 기후위기 대응 전략 중 하나로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하고 있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국경세 시행 원년으로 예상되는 2023년 즈음에는 한국 주요 수출 업종에서 3개국과의 교역을 위해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금액이 6,100억 원에 달한다. 아울러 오는 2030년에는 그 금액이 훌쩍 뛰어 1조 8,700억 원을 추가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적인 영향이 늘어나는 이유는 온실가스 관련 규제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보고서에서 “기존에 도입된 내연기관차 CO₂ 배출량 제한, 배출가스 규제 등에서 더 나아가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정책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르웨이,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영국은 2030년부터, 프랑스에서는 2040 년부터 내연기관차량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주요 수출품목 중에서도 내연기관 자동차는 탄소배출량이 많아 별도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2023년 대미 수출에 부과되는 탄소국경세가 자동차 업종에만 1320만 달러(147.3억원)규모일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은 4220만 달러(470.8억원)이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가 재단과 기업활동을 통해 진행하는 환경 관련 행보들을 공개했다. 아우디는 전기차 모델 확대를 통해 탈탄소를 시도하는 한편, 환경 재단을 통해 강과 바다 정화 활동을 벌이거나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걸러내 지하에 광물화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전동화는 세계적인 추세가 분명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의 내연기관차가 생각만큼 빠르게 시장에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의 효율성이나 최근 생산되는 자동차의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내연기관차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내연기관 곧 사라질까?...“의외로 오래 갈 수도”

전동화는 세계적인 추세가 분명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의 내연기관차가 생각만큼 빠르게 시장에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의 효율성이나 최근 생산되는 자동차의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내연기관차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올해 초 이 내용 관련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전기차 역시)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나 태양광 무공해로 얻는 것 보다는 화력에서 얻는 경우가 많아 모든 차량이 전기차로 빠르게 옮겨가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당시 이 교수는 “자율주행이나 IT쪽에서 자동차 산업 의 큰 패러다임 변화가 올 수 있지만, 파워트레인에서는 내연기관이 의외로 오래 유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수명과 실제 사용 연한을 고려하면 이 전망은 힘을 얻는다. 이 교수는 “국내 자동차 평균 수명이 9.5년이고 유럽은 3년 전 기준 10.4년”이라고 전제하면서 “기능을 생각하면 20년 이상 타는 사람도 있고 경우에 따라 30년 된 차들도 도로를 다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내연기관 판매를 2040년에 금지한다고 가정해도 2039년에 구매한 차가 2060년까지는 도로 위를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위기 등이 닥친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자동차 평균 수명이 11년을 넘는다.

업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발표한 적 있다. 한국자동차공학회는 지난 2019년 3월 개최된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발표회에서 “2030년에도 내연기관이 주요 동력원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학회는 2030년 내연기관차 점유율이 80% 이상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 전동화 시장 확대 추세...부품 기업에게도 영향

기존 내연기관 시장도 당분간은 그 영향력을 유지하겠지만, 전동화 시장 확대 흐름이 분명한 것 역시 사실이다. 증권가에서는 완성차 업계의 이런 동향이 현대모비스 등 친환경차 부품 관련 기업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지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2일자 보고서에서 “각국의 친환경차 규제 도입 가속화에 따른 전기차 시장 확산에 따라 기존 내연기관 업체들과 신규 진입 업체들간의 치열한 M/S 공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유 연구원은 E-GMP 를 활용한 PBV 시장내 공격적인 진입 계획을 밝힌 기아 사례를 예로 들면서 “현대모비스, 현대위아의 E-GMP 부품 양산에 있어서도 초과매출이 발생하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해 부품업체 전반에 걸쳐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요인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이승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25일자 현대모비스 관련 보고서에서 “현대·기아의 전기차 판매가 가파르게 늘고 있고 전동화 매출 비중도 15.3%로 상승세 지속(되는 중)”이라고 밝히면서 “2021년 E-GMP 플랫폼 기반 전기차들이 본격 양산되면 공용화 부품의 증가 및 설계 비용의 감소가 원가 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높은 수익성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를 구체적으로 예상하는 전망도 나왔다. 송선재, 구성중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월 1일 “2021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전망치를 기존 354만대, 시장침투율 4.3%에서 신규 399만대, 시장침투율 4.8%로 상향한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202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유럽·중국 위주로 4분기 판매가 급증하면서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면서 마감됐고 각국 정부의 친환경차 우호 정책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 한국 전기차 시장도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전용 모델들의 투입에 힘입어 114%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