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대체자로 자리잡은 ‘밀키트’
밀키트 전문관과 브랜드 론칭 잇따라
밀키트 시장 올해 3000억원 규모로 성장 예상

SSG닷컴이 지난 10일 오픈한 '밀키트 전문관'. (SSG닷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SG닷컴이 지난 10일 오픈한 '밀키트 전문관'. (SSG닷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비대면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이 줄고 집콕족·집쿡족이 증가하면서 식품·유통업계서는 신선식품과 밀키트의 수요가 증가했다.

밀키트는 식사(Meal) 세트(Kit)라는 뜻으로 레시피 박스라고도 부른다.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를 한 끼에 딱 맞는 양으로 손질한 재료와 양념을 각각 포장, 세트로 구성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조립법과 함께 제공하는 상품이다. 가정간편식(HMR)이나 레스토랑간편식(RMR)도 개념은 다르지만 큰 범주에서는 밀키트로 본다. 

밀키트는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1인 가구나 맞벌이 가정에서 주목하는 상품군으로 인식됐으나 코로나19 이후 외식이 줄고 집밥 수요가 늘면서 만인의 식품으로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 가격 면에서는 외식이나 배달보다 저렴하고 영양 면에서는 인스턴트나 레토르트 식품보다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재료 구입 및 손질에 들어가는 시간이 절약되는 반면 냉장이나 냉동 상태로 식재료가 배송돼 유통기한이 짧다는 것이 특징이다.

외식업체 입장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급감한 오프라인 고객 수요를 대체할 절대적인 상품군으로 떠오르면서 유명 셰프와 레스토랑도 밀키트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음식점 10곳 중 9곳은 지난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하루 평균 고객 수가 기존 대비 65.8%가량 줄었다. 반면 HMR 시장은 2014년 1조15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가파른 성장 중이다. 외식업계에서 HMR을 넘어 음식점의 요리를 집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RMR 제품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식품·유통업계는 급증한 온라인 장보기 고객층을 흡수하기 위해서 관련 상품과 서비스 확장에 공을 들였다. 이를테면 신선식품 및 밀키트 시장이 성장하면서 새벽배송 및 당일배송 서비스도 확장됐다. 

◇ 집밥 대체자로 자리잡은 ‘밀키트’

SSG닷컴은 지난해 소비트렌드 분석을 통해 온라인 장보기 수요 급증과 밀키트 대중화를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밀키트 매출은 전년 대비 196.3%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 일수가 늘수록 집밥을 대체할 식품군이 절실해졌고 미리 손질된 재료와 표준화된 레시피로 요리의 간편화와 맛과 영양까지 갖춘 밀키트가 주목받은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 조선호텔이 지난해 8월 말 출시한 유니짜장, 삼선짬뽕 밀키트가 출시 100일 만에 10만 개를 넘어섰고 육수당 수육국밥, 군산오징어 오삼불고기 등 지역 맛집 메뉴를 밀키트로 만든 제품도 매출 상위권을 지켰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HMR부터 RMR까지 앞다퉈 다양한 콘셉트 밀키트를 런칭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지난 2월에 30년 이상 전통을 이어온 백년가게 특가전을 진행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인증한 우수점포 가운데 서울의 ‘한일관’, 부산의 ‘덕화푸드’, 충남의 ‘굴다리식품’, 포항의 ‘경동수산’ 등 4곳이 마켓컬리에 입점해 대표 상품을 할인 판매했다. 

집밥 수요에 따라 특수식에서 한식으로 밀키트 종류가 확장된 것도 특징이다. 현재 밀키트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프레시지의 지난해 밀키트 제품 매출은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나 약 1500억원을 기록했다. 한식을 비롯한 일상식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 특징이다. 프레시지에 따르면 지난해 국과 탕, 찌개 등의 제품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96% 증가했다. 

이와 함께 호텔이나 유명맛집의 메뉴를 밀키트로 제작하며 종류를 늘려가고 있다. 프레시지는 지난해 7월 ‘화사 곱창’으로 알려진 대한곱창과 협업하는가 하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손잡고 프리미엄 밀키트 63 다이닝 키트 등 RMR 제품을 적극 출시하고 있다. 

단순히 유명 셰프나 레스토랑의 메뉴를 밀키트로 만드는 것 외에 SNS에서 화제를 모은 메뉴를 밀키트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프레시지가 지난해 만든 ‘우삼겹 치즈 쫄면’과 ‘채끝짜퐈떡볶이’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분식 밀키트 제품 판매량 역시 전년 대비 105% 증가하면서 인기를 입증했다. 

프레시지는 집밥 문화가 자리잡고 밀키트 경험의 증가에 따라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성장 폭을 예상했다. 

국내 최대 식자재 주문 앱인 오더플러스더도 지역 맛집 ‘식당간편식’ 시리즈를 통해 밀키트 제품을 출시했다. 최근 출시한 제품은 서초구 양재동의 유명 로컬 맛집 ‘남와집’의 인기 메뉴 ‘한우사골 부대찌개’와 ‘직화 불고기’. 오더플러스의 식당간편식 시리즈는 자영업자가 매장 메뉴를 밀키트로 직접 제조해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기획 및 상품화를 돕는 서비스다.

오더플러스 관계자는 “오더플러스의 식당간편식은 맛과 품질 모두 매장에서 먹는 것과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공장의 대량생산이 아닌 매장에서의 자가 제조 방식을 선택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음식점이 어려움을 겪고 밀키트, 간편식이 대중화되고 있는 시기에 식당간편식은 음식점 매출 향상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밀키트 전문관과 브랜드 론칭 잇따라

각 유통채널에서는 아예 밀키트 전문관과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SSG닷컴은 지난 10일 중식·한식·일식·양식·동남아식 등 90개 메뉴, 200개 상품을 큐레이션해 한 곳에 모아 밀키트 전문관을 오픈했다. SSG닷컴은 밀키트의 성장세에 주목하며 밀키트 전문관을 통해 ‘예약조차 되지 않는 유명 음식점’의 맛까지 재현해 선보이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3월 15일 본점에서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 ‘셀럽스픽’을 론칭했다. 식품 명인과 요리연구가 등 국내 푸드 셀럽이 선택한 상품과 이를 기반으로 한 밀키트를 한데 모아 선보이는 편집 브랜드다. 특히 대중화되지 않은 상품을 한정된 수량만 생산한다는 희소성을 원칙으로 높은 고객 수요를 예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자사의 밀키트 브랜드 ‘쿡킷’을 통해 2주마다 최소 4종의 신규 테마 메뉴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연간 100여종의 메뉴를 선보이는 셈이다. CJ제일제당은 신규고객은 스테디셀러 메뉴 구매를 많이 하지만 구매 경험이 있는 고객은 신메뉴를 선호한다는 고객 데이트 분석을 바탕으로 계절에 따른 밀키트 신메뉴 개발에 더욱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7년 1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3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가파른 성장 속도에 맞춰 전문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는 곳이 승자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한욱진 롯데백화점 상품기획자는 “급성장하는 집밥 트렌드와 함께 프리미엄 식재료와 밀키트에 대한 고객의 니즈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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