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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경제부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무법천지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는 세 남자의 생존기를 다룬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는 세 인물이 등장한다. 

돈 되는 건 뭐든지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 좋은 놈 박도원, 최고가 아니면 참을 수 없는 마적단 두목 나쁜 놈 박창이, 독고다이 열차털이범 이상한 놈 윤태구가 각각 뒤영켜 추격전을 펼친다. 결국 나쁜 놈은 죽고, 좋은 놈과 이상한 놈은 또 얽히고 설키며 영화는 결말이 난다. 

우리나라 금융계도 현실판 '놈, 놈, 놈'을 촬영 중이다. 바로 사모펀드 사태때문이다.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팝펀드(DLF)가 쏘아올린 사모펀드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으로 절정에 올랐다. 금융당국과 판매사, 운용사, 투자자간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해를 넘기며 결말이 날 줄 모른다.

사모펀드 사태가 분쟁조정위원회 개최로 결말에 이르는 듯 싶다가도 쉽사리 매듭이 지어지지 않는 건, 애초 나쁜놈, 좋은놈, 이상한 놈이 누군지부터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환매중단 피해 책임을 변상한 판매사인 은행만 나쁜놈이냐 하면 속 시원히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라임 자산의 몸통이라 불렸던 관계자들은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액배상 판결이 내려진 무역금융펀드는 고객이 가입하기 이전부터 손실이 불가피했던 상품이었다. 운용사가 판매사에 하자있던 사기성 펀드를 넘기면서 악연이 시작됐으니 은행권을 딱히 나쁜 놈으로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자있는 상품을 공급한 운용사에서 정상적인 운용이 이뤄질 수 없다는 건 뻔한 드라마다. 운용사의 부실운용으로 1조 6천억원의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졌고, 원인제공은 하자있는 상품을 만들어 사모펀드 시장을 교란시킨 운용사에 있다.

해당 펀드를 팔아서 가장 이득을 본 것도 운용사다. 투자금을 유치해서 다른 자펀드의 돌려막기를 하고 환매중단 이후에는 해외 도피생활도 이어갔다.  투자자들의 원금이 어디로 갔는지 자금 흐름은 아직도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원인 제공자인 그들은 정작 손실 책임에선 벗어나 있는 것도 아이러니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지만 불법행동에 따른 법적 책임은 사회인으로써 너무 당연한 결과일 뿐, 대규모 손실을 유발한 피의에 따른 면죄부가 될 순 없다.

판매사가 법대로하고 변상 못해준다고 으름장 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듯, 그들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고 해소될 일이 아니다. 판매사도 책임이 따르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상한 건 가장 이득을 본 운용사가 책임에서 벗어나있다는 사실이다. 판매사인 은행도 책임을 져야하지만, 가장 이득을 본 운용사도 손실 책임을 져야한다. 

판매사는 사모펀드 판매를 통해 수수료를 받았다. 수수료는 통상 200억원 전후에 그치는 데 반해 배상규모는 열 배를 넘어서 수천억원에 이른다. 판매과정서 불완전판매 이슈는 존재했지만 금융사기 행각을 벌인 운용사가 '배상능력 없음'으로 배상책임에서 열외된 건 이상한 일이다. 

현재 운용사가 해체 됐으므로, 증발돼서 사라졌으니 판매사가 책임지라는 금융감독원은 '이상한 놈'이다. 운용사가 이렇게 사고칠지 미처 모른채 수 조원을 운용하도록 허가해준 금융위원회의 '깜깜이 승인' 책임도 분명하다. 컨트롤타워 역할에 알맞게, 최소한 수 조원대의 자금을 운용할 역량이 있는지 검증할 프로세스는 도입했었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모펀드 사태에서 좋은 놈은 없다. 나쁜놈, 덜 나쁜놈, 이상한 놈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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