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 일부 개정
알루미늄 섞인 종이멸균팩...일반폐기물로 처리
소비자기후행동 “자원순환 정책이 오히려 쓰레기 늘릴 우려”

환경부가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 일부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알루미늄이 들어가는 종이멸균팩(멸균팩)도 일반 쓰레기로 처리하게 된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분리수거를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쓰레기와 재활용품의 경계가 너무 복잡하고 헷갈린다"는 불만도 제기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가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 일부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알루미늄이 들어가는 종이멸균팩(멸균팩)도 일반 쓰레기로 처리하게 된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분리수거를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쓰레기와 재활용품의 경계가 너무 복잡하고 헷갈린다"는 불만도 제기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환경부가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 일부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알루미늄이 들어가는 종이멸균팩(멸균팩)도 일반 쓰레기로 처리하게 된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분리수거를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쓰레기와 재활용품의 경계가 너무 복잡하고 헷갈린다"는 불만도 제기한다. 

소비자기후행동이 지난 24일 환경부가 내놓은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 일부 개정안에 대해 “그간 시민들이 쌓아 온 재활용 의식이 저하되고 분리배출 참여율이 조저해질까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소비자기후행동은 오는 11일 환경부에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환경부 개정안은 포장재에 타 재질이 혼합, 첩합돼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 일반폐기물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종이팩과 함께 분리배출되는 종이멸균팩(멸균팩)도 얇은 알루미늄이 들어가기에 개정안의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소비자기후행동은 시민들이 이미 멸균팩을 적극적으로 분리배출 하고 멸균팩의 재활용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점, 그리고 플라스틱 대체재로 멸균팩 사용 증가할 것이며 지자체와 단체, 커뮤니티의 자원순환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상임이사는 “종이팩이야말로 시민들이 자원순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분리배출하기 시작한 포장재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종이팩은 재질 구조에 따라 멸균팩과 살균팩으로 구분하는데 멸균팩의 경우 얇은 알루미늄이 첩합되어 분리수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개정안의 배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종이팩 재활용이 과거보다 늘었고, 일반 소비자들이 현실적으로 멸균팩과 살균팩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차경 이사는 “작년 한 해 멸균팩을 포함한 종이팩 재활용량은 1만 5천 톤으로 멸균팩도 살균팩과 마찬가지로 재활용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대다수의 시민들이 종이팩을 ‘멸균팩과 살균팩’으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분리해 멸균팩만을 쓰레기로 처리하라는 지침은 오히려 시민들이 분리수거를 할 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 소비자기후행동 “자원순환 정책이 오히려 쓰레기 늘릴 우려”

자원순환사회연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종이팩 재활용률은 10% 이하였던 1990년대와 달리 2000년대에 들어 30% 내외 수준으로 증가했다. 전국 30만여 명의 소비자조합원으로 구성된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아이쿱생협)의 경우에는 전국 200여 곳의 자연드림 매장을 거점으로 종이팩 수거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다.

실제로 2020년 23.5톤의 종이팩을 수거해 22톤 이상을 재활용했으며, 페트병의 플라스틱 뚜껑도 2톤가량 재활용했다. 소비자기후행동은 이런 사례를 근거로 들며 “종이팩을 재질별로 구분해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은 이미 시민들에게 익숙하며,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멸균팩이 지구환경에 미칠 미래 가치도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생수, 음료 포장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양은 약 30만 톤 수준.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대체재로 멸균팩이 각광받는 해외 사례들을 제시했다.

김은정 소비자기후행동 대표는 “종이팩은 해외 연구에서도 탄소 발자국을 제일 적게 만드는 포장용기로 발표되고 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포장재의 대체재로서 멸균팩 사용이 늘어날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개정안대로라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자원순환 정책이 오히려 쓰레기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순환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연간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종이팩을 모두 재활용하면 약 105억원의 경제적 비용을 회수, 우리나라 인구의 1/3 이상에 해당하는 1,750만 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50m화장지 2억 1천 롤 생산이 가능한 양이다.

◇ 멸균팩과 살균팩, 어떻게 다를까?

‘대다수 시민들이 종이팩을 멸균팩과 살균팩으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이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기자가 주위 소비자들에게 확인해 본 결과 멸균팩과 살균팩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종이팩이 그 두가지로 나눠진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우선 구분법을 먼저 보자. 종이로 음료를 담는 포장재가 종이팩이다. 그런데 종이팩은 다시 살균팩과 멸균팩으로 구분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 블로그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살균팩은 우유를 담는 종이용기, 즉 우유팩을 말하고 멸균팩은 주스나 두유를 담는 포장용기를 뜻한다. 홍 소장은 “우유팩은 중간에 종이가 들어가고 양면에 비닐 코팅이 붙어있으며, (멸균팩은) 비닐코팅의 양이 많고 안쪽에 알루미늄으로 다시 한번 첩합이 되어 있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문제는, 살균팩이든 멸균팩이든 코팅이 되어 있어서 일반 종이와 섞이면 재활용이 어렵다. 그래서 종이팩은 따로 모아야 하는데 살균팩과 멸균팩은 코팅의 양과 알루미늄 포함 여부가 달라 역시 섞이면 안된다.

홍 소장은 최근 종이컵 관련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종이팩에 관한 의견을 함께 밝혔다. 당시 홍 소장은 “장기적으로는 종이용기 전문선별 기능을 갖추고 종이팩이나 종이컵을 소비자가 한꺼번에 배출하게 하는 게 좋다”고 언급했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서도 “종이팩 분리배출함(마대)를 설치한 후 살균팩과 멸균팩을 한꺼번에 모은 후 종이용기 전문선별장에서 살균팩과 멸균팩을 선별면 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 소비자 “재활용품과 쓰레기의 경계, 늘 헷갈린다”

소비자들은 멸균팩과 살균팩에 대해 알고 있을까? 서울 송파구에 사는 소비자 윤모씨(37)는 “우유팩은 재단선 따라 편 다음 깨끗이 닦아 말려서 버린다”고 했다. 윤씨는 “종이와 섞이면 안 된다고 해서 따로 버린다”고 했다. 하지만 “멸균팩과 살균팩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초구에 사는 소비자 이모씨(44)는 “팩을 열어보면 속이 하얀 것도 있고 은박지 같은 색이 나는 것도 있던데 뭐가 살균이고 어떤게 멸균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끄럽지만, 둘을 따로 버려야 하는 것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비자 나모씨(37)도 “우유팩과 두유팩을 같이 버리면 안 된다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환경부와 환경공단등이 만든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에서도 살균팩과 멸균팩을 찾기 힘들다. 검색창에 멸균팩 또는 살균팩을 검색하면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라는 화면이 뜬다. 대신 종이팩으로 검색하면 살균팩과 멸균팩이 함께 보인다. ‘일반 종이류와 혼합되지 않게 종이팩 전용 수거함에 배출하라’고 안내되어 있다.

멸균팩과 살균팩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답했던 소비자 이씨는 “소비자에게만 재활용 책임을 묻거나 규정 또는 용어를 너무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문제지만, 따로 버려야 했다는 사실을 쉽게 알려주는 곳이 없었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뭐가 쓰레기고 뭐가 재활용품인지 늘 복잡하고 헷갈린다”고 덧붙였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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