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약품 브랜드와 콜라보한 식품에 소비자 반응 엇갈려
소비자들 “어린이에게 유해할 가능성 있어”
기업 “소비자 우려 반영해 상품 기획에 신중 기할 것”

식음료 업계에서 이종업계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GS리테일이 최근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문구기업 모나미와 손잡고 내놓은 ‘유어스모나미매직스파클링’ 레드와 블랙 2종. (GS리테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식음료 업계에서 이종업계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GS리테일이 최근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문구기업 모나미와 손잡고 내놓은 ‘유어스모나미매직스파클링’ 레드와 블랙 2종. (GS리테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식음료 업계에서는 최근 동종업계뿐만 아니라 패션·뷰티 업계 등과 다양한 콜라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콜라보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대표적인 콜라보 제품으로는 CU와 밀가루 회사 대한제분의 협업으로 탄생한 ‘곰표 밀맥주’가 있다. 대한제분의 마스코트인 곰을 넣은 수제맥주로 출시 일주일 만에 30만개가 완판되는 기록을 세우면서 ‘곰표가 쏘아올린 콜라보 열풍’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곰표 시리즈’ 상품들은 최근 화장품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며 10종 이상 출시됐다. 

곰표의 흥행에 힘입어 CU는 구두약 제조사인 말표산업과도 손잡고 말표 흑맥주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말표 구두약을 모티브로 만든 패키지에 가나초콜릿, 빈츠, 초코쿠키, 크런치, 오레오 등 상품을 세트로 담은 상품을 발렌타인데이 기념품으로 단독 선보였다. 대왕 말표 구두약팩과 말표 초코빈은 실제 구두약 틴케이스에 다양한 초콜릿 상품을 구성한 ‘펀’ 상품이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은 ‘구두약을 열었더니 달콤한 초콜릿이 한가득’이라는 콘셉트에 눈살을 찌푸렸다. 혹여라도 판단력이 부족한 나이대 아동들에게 혼돈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를테면 어린이들이 식품 이미지에 익숙해져서 구두약을 열어서 먹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낳는 콜라보 사례는 더 있다. 

GS리테일이 최근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문구기업 모나미와 손잡고 내놓은 ‘유어스모나미매직스파클링’ 레드와 블랙 2종도 비슷한 우려를 낳고 있다. 

‘유어스모나미매직스파클링’은 모나미의 대표 상품인 ‘모나미매직’ 병 타입 외형을 그대로 키워 음료 병을 제작한 다음 패키지에도 모나미매직 디자인을 적용했다. 심지어 음료의 내용물도 검정색, 빨간색으로 각각 구성하는 방식으로 매직의 잉크 색상까지 똑같이 표현해냈다.

GS리테일 측은 “대형 모나미 매직이 새롭게 출시된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실감나게 구현해냈다”며 “상식을 파괴한 상품”이라고 홍보했지만 이 점이 이부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어린이들이 비슷하게 생긴 제품을 마신 기억으로 매직 잉크 빨아먹는 경우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느냐”며 문구제품을 식품화하는 것에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모나미가 식음료 업계와 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빼빼로데이를 맞아 롯데제과와 협업해 이색 굿즈 ‘빼빼로x모나미’ 콜라보 한정판을 선보인 바 있다. 다만 해당 상품은 식품이 아니라 다양한 맛의 빼빼로 모양을 본떠 만든 모나미 볼펜이 들어있는 문구류였다. 

몇몇 소비자들은 “그동안 대표적으로 콜라보를 진행한 곰표, 골뱅이, 메로나 등은 원래 식품이라 괜찮지만 화학약품 브랜드와의 협업은 과하다”며 “아무리 뉴트로 감성이 유행이라지만 식품과 비식품은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소비자 “어린이에게 유해할 가능성 있다”

주류 브랜드와의 콜라보에도 유해성 논란이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들어 ‘먹어도 취하지 않는 진로’라는 콘셉트로 CU와 업계 최초로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한 디저트 시리즈를 출시했다. 쫀득한 두꺼비 마카롱, 깔라만시 컵케익 2종이다. 

쫀득한 두꺼비 마카롱은 하늘색 그라데이션에 꼬끄에 레몬, 만다린, 깔라만시맛 필링을 가득 채운 마카롱이 각각 1개씩 총 3개가 들어있는 상품으로 패키지에 마카롱을 들고 있는 두꺼비 캐릭터가 들어가 있다. 진로와의 협업 상품임을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깔라만시 컵케익은 깔라만시를 함유한 케익 시트에 마스포카네 치즈를 넣고 케익 위에 초콜릿으로 만든 두꺼비 캐릭터를 올려 포인트를 줬다.

CU에 따르면 해당 상품들은 학생이나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것으로 고도주에 깔라만시 등 원액을 타먹는 트렌드를 반영해 새콤달콤한 맛으로 기획됐다. 하이트진로와 협업 상품을 기획한 이유는 “하이트진로의 두꺼비 팝업스토어에 1만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두꺼비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어린이의 접근성이 높은 디저트류에 진로 두꺼비를 새겨 넣으면 주류 브랜드에 친숙함을 높이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 기업 “소비자 우려 반영해 상품 기획에 신중 기할 것”

대체로 최근 문제가 된 콜라보 제품들은 판단력이 부족한 나이대 아동들에게 혼돈을 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패션과 문구류에 식품의 이미지를 넣는 것과 먹어선 안 되는 비식품 제품을 식품으로 만드는 것에는 엄연히 차이가 있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관련 기업에서는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소비자들의 우려를 반영해 향후 상품 기획에 더욱 신중을 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인지력 없는 영유아들이 해당 상품과 매직을 혼동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다만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품인 데다 진열 위치도 냉장고로 달라서 그에 반하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경우 기존 제품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색다른 재미를 인지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제품”이라는 점을 설명하며 “관련한 소비자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고 앞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데 신중을 기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들이 콜라보 상품에 열중하는 데는 해당 상품들이 매출을 올리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CU는 지난해 빼빼로데이에 곰표, BYC, 위메프오 콜라보 상품 판매율이 90%가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콜라보 제품들 덕에 전체 행사상품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2%까지 증가했다. 

기업들은 제품 구매를 통해 필요에 대한 충족은 물론 재미까지 느끼길 원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지속적으로 이색 콜라보 상품을 선보일 것이다. 가격 대비 재미가 큰 ‘가잼비’를 키우기 위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 브랜드 상표나 캐릭터를 활용한 협업부터 ‘상식을 깨는’ 이종업계 간 협업까지 다양한 모습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콜라보레이션의 매력은 의외성에서 나온다. 생각하지 못했던 브랜드와 브랜드간, 제품과 제품간 콜라보는 큰 재미를 준다. 재미있는 것은 좋다. 다만 위험요소에 대한 우려가 나왔고 특히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이들과 관련한 문제라 더 이상 재미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면 기획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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