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방법으로 버려진 쓰레기의 모습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마흔 두번째 사진은 아무렇게나 버려진 생분해 봉투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 한 초등학교에 버려진 생분해 봉투.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저기 놔둔걸까? (이한 기자 2021.2.22)/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 한 초등학교에 버려진 생분해 봉투.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저기 놔둔걸까? (이한 기자 2021.2.22)/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옆 도로에서 찍은 사진이다. 학교 화단을 바깥에서 바라본 모습인데, 산책로 옆 나뭇가지 사이로 비닐봉투 하나가 보인다. 버려진 일회용 비닐봉투다.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겠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친환경 생분해 봉투라고 적혀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봉투가 과연 ‘친환경’일 수 있을까?

생분해 비닐봉투를 둘러싼 한가지 논란이 있다. 오랫동안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나 일반 비닐과 달리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라고 안내하는데, 정작 사람들이 버린 일반 쓰레기는 소각장에서 불에 태운다. 땅에 묻히면 분해되는데 사실은 불에 태운다는 아이러니다. 물론 친환경 소재라면 태우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덜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일회용 비닐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 보다는 상대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기껏 생분해 비닐을 만들어 태우는게 가장 효율적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런 논의에 앞서, 정해지지 않은 곳에 아무렇게나 버리는 건 문제다. 저 비닐봉투를 버린 사람이 친환경 생분해니까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저기에 놔둔걸까? 수 많은 소비자들이 “우리는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기업과 정부가 환경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저런 걸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런 목소리는 힘을 얻기가 어렵다. 그러니, 반성하자.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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