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방앗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며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는 ‘광클’ 경험이 많다.

광클은 ‘미칠 광’자와 영어 클릭을 더한 단어로 ‘뭔가를 빠르게 클릭한다’는 의미다.

온라인에서 선착순으로 티켓을 예매하는데 사용자가 몰려 경쟁률이 치열할 때 저 단어를 주로 쓴다.

아이돌 콘서트나 공연, 인기 프로스포츠 행사 등을 관람하려면 ‘광클’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시국이라 오프라인 이벤트가 줄어 그런 신청을 해야 할 일이 요즘에는 거의 없지만, 2019년 연말까지만 해도 기자는 지인들 사이에서 어지간한 인기 콘서트 ‘티케팅’을 모두 성공하는 ‘신의 손’으로 유명했다.

인기 공연이나 콘서트에는 실제 팬뿐만 아니라 암표상들도 모인다. 인기 많은 행사 입장권이면, 특히 좋은 자리라면 정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중고거래가 이뤄져서다. 그래서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티켓을 구하면서 “내가 응원하는 아티스트 돈 벌게 해주고 싶은데 암표상들만 돈을 번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서 기자의 티케팅 성과는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2일) 오전 10시에 도전한 ‘광클’에 실패했다. 평소처럼 초 단위 시계 켜놓고 9시 59분 59초에서 10시 정각으로 넘어가는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정확히 사이트에 진입했는데 잠시 후 ‘신청이 마감됐습니다’라는 안내 배너와 마주해야 했다. 이름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되는데 그걸 놓쳤다. 경쟁률이 얼마나 높았길래 그랬을까?

기자가 실패한 티케팅은 서울환경운동연합(이하 서울환경연합)의 ‘참새클럽 3기’ 모집이다. 서울환경연합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모아 재활용 굿즈를 만들어서] 다시 보내주는 ‘플라스틱 방앗간’을 운영한다. 그 방앗간에 플라스틱 조각을 보내는 사람들을 ‘참새클럽’이라고 부른다. 방앗간은 소규모로 운영되므로 많은 사람에게 플라스틱을 받을 수 없어 시즌마다 최대 2천명 정도만 모집한다. 오늘 모집한 건 3기다,

플라스틱 방앗간에 따르면, 3기 모집 일정 알림을 신청한 사람이 (지난달 기준) 4만 4천여명을 넘었다고 했다. 20:1이 넘는 경쟁률이다. 여기에 1~2기 참여자들은 3기에 참여할 수 있어서 경쟁률은 더 높았는데 오늘 기자는 그걸 못 뚫은거다.

플라스틱 방앗간에 보낼 생각으로 PET 뚜껑과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안 버리고 부지런히 모아두었다. 그런데 보낼 수 없어 서운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괜찮다. 플라스틱의 자원순환 구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니까. 연휴 후 평일 10시, 게다가 오늘은 학교가 일제히 개학하는 날이어서 그 시간에 신청이 어려운 사람이 많았을텐데 이렇게 경쟁률이 높았다는 건 어쩌면 (환경적으로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

'MZ세대는 환경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X세대 기자도 그걸 피부로 느낀다. 과거 기자의 주위에는 '환경' 얘기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요즘 기자가 즐겨 보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 관련 얘기, 제로웨이스트 등에 관한 주제들이 자주 등장한다. 플라스틱 방앗간을 향한 높은 관심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처음 제공한 서울환경연합 김자연 활동가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참새클럽 모집에) 2030세대 여성분들의 참여가 특히 많았다"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것처럼 느낀다"고 했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시즌3 이후에는 수거 방법을 바꿀 계획이다. 작은 플라스틱 모은다고 택배가 오가면 그 과정에서 또 쓰레기가 생기는 아이러니가 있어서다. 김자연 활동가는 “한달에 한번 직접 방문해서 플라스틱을 놓고 가는 방식을 구성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에는, 기자가 방앗간을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도 함께 말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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