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의 딜레마…실체없는 녹색금융과 석탄채권 기후리스크에 오락가락
탄소중립의 딜레마…실체없는 녹색금융과 석탄채권 기후리스크에 오락가락
  • 박은경 기자
  • 승인 2021.02.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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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화력발전사 채권 등급 높지만 기후변화 리스크 평가는 의문
석탄채권과 관련 채권의 기후리스크 평가 필요성이 제기됐다.(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탄소중립에 따른 석탄채권의 기후평가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탄소중립국가 선언에 발맞춰 주요 금융사와 기업들이 석탄화력발전산업 투자를 중단하고 탄소중립에 동참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채권을 통한 간접투자가 이뤄져 혼동이 가중되고 있다.

23일 기후솔루션과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금융분과가 공동 주최한 '자본시장과 탄소중립 시대' 세미나에서는 회사채 시장의 기후 리스크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기후오염의 주 원인인 석탄화력발전산업이 퇴출퇴고 있지만 신규산업에 한해서인 데다 석탄채권 등을 통한 간접투자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녹색채권 조차도 녹색산업에 직접 투자되지 않고 사실상 석탄화력발전산업의 부담을 나누는데 자금이 활용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석탄화력발전산업으로 기후악당으로 지목됐던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의 국책은행과 한국전력공사는 석탄화력발전산업 투자 중단을 선언했으며 한국전력은 4개 해외사업 중 2개 취소 및 해외석탄화력사업을 중단했다. 국내 주요 금융사도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삼성그룹금융사, 한국투자증권, DB손해보험 등이 석탄화력발전산업 투자를 중단하고 탄소중립 금융그룹으로 전환했다.

탈석탄금융 물결로 석탄산업 퇴출압력이 거세지고 있지만 신용평가에선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척블루파워 등 민간석탄화력발전회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신용등급 AA 혹은 AA- 등급을 받았다.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들의 회사채도 AAA 등급을 받았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으면 자본시장에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KOSIF 석탄백서 : 2009 – 2020.6. 유형별 석탄금융 비중
KOSIF 석탄백서 : 2009 – 2020.6. 유형별 석탄금융 비중(기후솔루션 제공)

대표적인 사례가 삼척 블루파워의 삼척 석탄화력발전산업이다. 이 사업은 전체 사업비에서 부족한 16%를 채권을 발행해 조달했는데 문제는 사업성이 하락할 우려가 있어 2050년에는 현실적인 이용률이 10%까지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기후솔루션은 삼척 석탄화력발전산업이 완공후에도 기대하는 수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서 신용평가사들은 삼척블루파워의 석탄채권의 신용등급을 평가에서 일제히 AA 혹은 AA- 등급을 부여했다. 고성그린파워와 강릉에코파워와 같은 민간석탄화력발전산업의 채권도 동일하게 AA-등급을 받았다.

신용평가사들은 이 사업이 사업안전성이 높다고 평가했지만 관련 단체에선 이 채권들의 신용도에 기후리스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들 채권의 기후리스크가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등의 평가체계는 제시되지 않았다.

녹색채권의 진정성에도 의문이 따랐다. 녹색채권이 사실상 녹색금융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한국남동발전은 3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하며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는 대규모 발전 사업자에게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을 의무화한 제도로, 의무할당량을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 민간사업자들로 부터 공급인증서를 사와서 의무이행을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남동발전의 녹색채권이 투자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는 결국 화석연료발전에 대한 부담을 나눠가짐으로서 사실상 녹색금융보단 화석연료발전에 투자한다는 비판이다.

작년 8월 시민단체가 삼척 석탄화력발전산업에 투자한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은행, 기업은행을 등을 대상으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던 것도 신용평가사의 투자설명서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시민들은 삼척석탄화력 발전사업자들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사업비를 제대로 책정받지 못할 것이며, 삼척석탄화력의 가동률도 줄어들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한국기업평가의 안전하다는 판단에 이의를 제기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석탄채권의 평가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저조한 이용률, 원가에 못 미치는 보상 문제 등이 고려돼야 한다"면서 "문제는 신규 민자석탄발전소에 제공되고 있는 높은 신용등급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력발전사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단체로 항상 좋은 등급을 받는데 기후변화에 관련된 위험은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고 제기했다.

또 "석탄발전투자가 도덕적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유사한 수준의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가 뒤쳐져있어 발전사들의 협력 하에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의 탄소중립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평가5실 실장은 "신용등급은 한번 부여하고 계속 고정되는 건 아니다"라면서 "예산 혹은 정책이 불리하게 움직인다면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아직까진 그런 조짐이 없었고 만약 우려대로 불리하게 돌아간다면 등급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발전사들은 퇴출압력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발전사도 신재생에너지 전환 등에 나서고 있지만 퇴출 속도가 너무 가파른 탓이다. 오유근 한국서부발전 실장은 "결과가 나쁘다고 취지마저 나쁜건 아니다"라며 "발전회사 설비 허가는 까다롭게 이뤄지는 데다 발전사들도 신재생투자 수요가 많고 신재생 투자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조기 퇴출시키면 그에 상응하는 대금 등 준비가 필요한데 갑자기 사회적으로 매도되고 있다"며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자산운용업계에선 ESG투자가 혼동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태우 한화자산운용 채권운용담당 과장은 "ESG투자에 대한 입장을 애기하면 혼동이 크다"면서 "과거 사회잭임투자채권은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지점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ESG가 각광을 받고 있는 건 환경리스크가 기업의 비용과 실제적 리스크로 나타났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ESG투자가 왜 필요한지 개념이 상당히 혼동되고 있는데 ESG투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그때는 틀리지만 지금은 맞다는 논리"이기 때문이라며 "결국 얼마나 ESG리스크를 반영해 정교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소중립위원회 금융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용평가회사들이 탄소배출사업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업성 평가를 관성적으로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책은행은 국민의 세금으로 투자를 집행한다"면서 "국책은행이 집행한 사업이라면 안정적 이라 판단한 민간금융사까지 투자에 가담하고, 금융사의 좌초자산은 확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만큼 신용평가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중립실행위원회 위원장인 김성주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삼척블루파워 등 민간석탄화력 발전회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높은 신용등급으로 자본시장에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데 과연 이 신용평가가 현재의 흐름을 반영한 정확한 평가라 할 수 있는가 의문이 남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탈 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급격히 맞이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석탄 산업과 관련 회사에 대한 신용평가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석탄화력 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일지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mylife1440@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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