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과 성장동력 확보로 지배구조 리스크 보완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기업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공식 석상에서 ESG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국내 주요 금융사의 수장들도 새해 벽두부터 ESG를 외치고 나섰습니다.

'ESG'란 비 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중심의 경영방침을 말합니다.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지배구조는 투명한지를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금융회사가 ESG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금융이야말로 환경·사회적 가치 실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가 미래를 위해 올바른 이윤을 추구한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닥쳐올 위기에도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번 연재는 새해 벽두부터 ESG를 외친 금융권의 ESG점수를 부문 별로 진단합니다. 여섯 번째 순서는 하나금융그룹입니다. 세 번째 파트, 지배구조 부문에 대해 들여다보겠습니다.[편집자 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회장(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회장(그래픽 최진모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기업은 건전한 경제주체의 역할은 물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자 성실히 노력해야 합니다"

하나금융지주는 기업시민주의에 입각한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악화된 업황 속에서도 10.8%의 순이익 성장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지배구조 역량을 입증하기도 했다. 은행주 내 대장주를 굳히고 중간배당 등을 통해 주주와의 관계도 우호적으로 쌓고 있으며 시장이 보내는 전망도 밝다. 그러나 반복된 이슈로 내부통제 역량과 지배구조에 흠집이 발생해 명암이 엇갈리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주주, 손님, 직원, 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금융' 미션 아래 지배구조 원칙을 제정하고 균형있는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안정적 시스템을 구축한 만큼 향후 지배구조 완성도는 내부통제 역량과 차기 회장 선임 관련 투명성 및 신뢰도 회복에 달렸다.

현재 지배구조 향방은 이사회의 판단과 역량에 달렸다. 하나금융지주는 투명하고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을 통해 경영진을 견제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제고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이시회 내 이사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현재 이사회 내 사외이사 구성비율은 88.9%로 1명의 사내이사(김정태 회장)와 8명의 사외이사로 이뤄졌다.

이사회의장을 지내고 있는 윤성복, 박원구, 차은영, 백태승, 김홍진, 양동훈, 허윤, 이정원 사외이사가 있으며 이 중 윤성복은 지난 2015년부터 4회, 박원구는 2016년부터 3회, 차은영과 허윤은 2017년부터 2회 연임했다. 백태승을 제외하면 경제 또는 금융분야 전문가들이다.

이들로 구성된 이사회 내 소위원회는 8개로 △이사회운영위원회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경영발전보상위원회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있다. 이사회는 10번이 열렸으며 중간배당과 자회사에 대한 유상증자 등을 심의했다. 내부통제와 감사를 책임지는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7번 개최됐고, 경영상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방지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이달초까지 11번이 개최됐다.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을 심의하는 경영발전보상위원회는 6회 개최됐다. 또 하나금융지주에선 지난해 이들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10회 내부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사회를 필두로 한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으로 지난 201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성장동력을 확보한 하나금융지주는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로부터 A등급을 받으며 안전성을 입증했다.

주주친화정책도 지속되고 있다. 올해에는 당국의 유동성 관리 정책에 맞춰 배당을 20%로 조정했으나 지난 2019년 결산배당 시에는 25.78%의 배당을 실시했으며 금융권업권 내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실시해 주주권익을 제고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주주 구성은 국민연금공단이 9.97%로 대주주로 올라 있으며, 외국인 주주 소진률이 67.35%에 달한다.

◇반복된 사모펀드發 이슈에 경영진 부담 커져…'과제 개선' 관건  

안정적인 실적과 주주와의 우호적 관계에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리스크가 남아있다. KCGS의 지배구조 등급도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한 하나은행은 B+, 하나금융투자도 B+에 그치고 있다. 추가적인 이슈가 발생해서 ESG등급이 2등급 이상 하락하거나 C등급으로 하향 조정될 경우 부담은 커진다. 국민연금공단에선 정기 ESG평가등급이 2등급 이상 하락해 C등급 이하에 해당하거나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한 예상치 못한 기업가치훼손 등의 침해 우려가 있는 경우 비공개중점관리에 돌입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국민연금공단 외에도 해외주주 비중이 큰 만큼 해외연기금 투자자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실제 지난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로 당국의 제재를 받았을 당시 주총에선 사외이사 연임에 예년과 비교해 적지 않은 반대표가 나왔다.

지난해 3월 20일 열린 하나금융지주 제15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모든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가 개진됐다. 의결권 있는 주식수 가운데 74.7%가 참석했는데 윤성복 이사회의장 선임에는 16.6%, 박원구 14.1%, 백태승 14.9%, 김홍진 15.3%, 양동훈 16.1%, 이정원 14.1%, 허윤 사외이사는 무려 22%의 반대표가 개진됐다. 지난 2019년 제14기 주총에선 사외이사 선임 반대가 최대 5.5%, 2018년 제13기에선 0.1%에 불과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당시 DLF펀드 사태로 인해 하나은행은 일부 영업 6개월 정지 및 과태료처분에 해당하는 기관 중징계와 함영주 부회장은 문책경고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이에 대한 감사의 책임을 물었던 만큼 오는 주총서도 옵티머스발 제재, 라임 펀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등 다수의 환매중단 사모펀드 사태를 둘러싼 부담이 커졌다. 

더불어 현재 차기 회장 선임도 순조롭지 않다. 유력 후보인 함영주 부회장, 김정태 회장에 대한 리스크가 잔존하는 탓이다. 함영주 부회장은 지난 DLF사태로 중징계 처분을 받는 등 논란이 있던 만큼 부담이 크다. 김정태 회장이 이번에 연임하게 되면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해 장기연임을 이루게 된다. 안팎에서 불거지는 장기 연임 지적 이전에 누적된 리스크는 주총서 불리하다. 

더불어 지배구조 등급 평가에서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KCGS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가 확정되면 조정 대상에 오른다"며 "제재가 누적될 경우에는 가중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횟수에 따라 무조건 누적 적용된다기 보다 내부 평가체계에 의해 소비자피해 규모와 내부통제 시스템 작동 여부 등을 고려해 피해가 크거나 할 경우 한 번에 2단계까지 조정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차기 회장 선임 및 사모펀드 리스크에도 호실적을 보여주며 견고한 경쟁력은 유지하고 있지만 반복된 이슈에 경영진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리스크를 극복을 위해 소비자중심 경영을 내걸었다. 김정태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변곡점을 넘어서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금융'을 이뤄내겠다"고 제시했다.

 



mylife1440@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