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안 되는 작은 플라스틱, 효과적으로 버릴 수 있을까?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3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스무번째 도전입니다. 작은 플라스틱조각을 따로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처치곤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작은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안 된다고 해서 따로 모아뒀다. 그런데 따로 모은 플라스틱을 처리할 적당한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언제까지 소비자가 스스로 이걸 찾아야 할까? (이한 기자 2021.2.19)/그린포스트코리아
작은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안 된다고 해서 따로 모아뒀다. 그런데 따로 모은 플라스틱을 처리할 적당한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언제까지 소비자가 스스로 이걸 찾아야 할까? (이한 기자 2021.2.1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플라스틱은 ‘재활용품’이다. 그건 지식이 아니라 상식의 영역이다. 플라스틱을 따로 분리배출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버리는 사람은 ‘몰라서 그랬다’는 이유를 대면 안 된다.

그런데, 모든 플라스틱이 다 재활용 되는 건 아니다. 쓰레기랑 구분하고 종이나 유리랑 따로 구분해 버려도 결국 ‘(일반)쓰레기’가 되는 플라스틱들이 있다. 기름이나 음식 등으로 오염됐거나, 소재 자체가 재활용이 어려운 것들이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크기가 아주 작은 것들이다.

분리배출한 폐기물은 선별장으로 간다. 산더미처럼 몰려오는 폐기물 더미에서 쓸만한 것들을 골라(선별)내는 건 사람의 눈과 손이다. 능숙한 작업자들이 빠르게 손을 움직여도 작은 플라스틱을 일일이 골라내기가 어렵다. 폐기물이 밀려오는 컨베이어 속도를 늦추려면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제시간에 처리하기 어렵다. 작은 플라스틱을 일일이 찾아 골라내ㄴ니, 그 사이에 (재활용 더 잘 되는) 크고 깨끗한 플라스틱 하나라도 더 건지는 게 낫다. 재활용 시스템의 현실적인 문제다.

기자가 작은 플라스틱 문제를 실감한 건 지난해, 환경부와 서울시가 서로 각각 다른 방법으로 PET병을 버리라고 안내했을 때 부터다. 환경부는 부속품 등 본체와 다른 재질은 제거한 후 배출하라고 했는데, 서울시에서는 뚜껑을 닫아 압착해서 버리라고 했다. 왜 그런지 확인해보니 (재질이 다르다는 이유로) 뚜껑을 따로 모아서 버려봤자 재활용이 안 된단다. 위에서 언급한 이유 때문이다.

방법은 있다. PET뚜껑만 따로 모으는거다. 재활용품을 잘 버리는 원칙 중 하나가 똑같거나 비슷한 것들끼리 모으는 것인데, 뚜껑도 뚜껑끼리만 모으면 재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그 방법을 실천하려면 문제가 있다. 뚜껑을 따로 모으는 시스템이 동네에 없어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기자에게 문제에 대해 “소비자가 뚜껑과 본체를 분리했을 때 뚜껑을 따로 모으는 시스템이 있는게 가장 좋다. 하지만 작은 크기의 뚜껑을 따로 모으는게 어려워서 일상적인 분리배출 과정에서는 마개를 닫되, 압축은 꼭 해서 버리라는 얘기인데, 이것 역시 최선은 아니고 차선”이라고 지적했다.

◇ 소비자는 준비됐다...기업·정부가 방법 찾아야

작은 플라스틱은 어떻게 처리할까.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있었다. 플라스틱 조각을 보내면 그걸 재활용해 ‘에코템’을 만들어준다는 곳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에서 운영하는 ‘플라스틱 방앗간’이 대표적이다. PET병 뚜껑을 보내면 그걸로 플라스틱 소재의 튜브짜개를 만들어준다. 플라스틱 제품이 생기는 게 마뜩찮지만, 쓰레기로 버려질 물건이 재활용된다는 점, 그리고 용기안에 담긴 제품을 최대한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제품이어서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PET 뚜껑을 모으기 시작했다.

음료수를 잘 사먹지 않으려고 애쓰는데도 이래저래 뚜껑이 많이 모였다. 큰 사이즈 생수병은 서울시가 안내한 방법처럼 뚜껑 닫아 압착해서 버리고 나머지 음료수병 같은 곳에서는 뚜껑을 따로 모았다. 살면서 종종 생기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도 모았다. 그러기를 몇 달, 어느 덧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한아름 쌓였다.

플라스틱 방앗간에 그냥 보낼수는 없다. 이곳에 플라스틱을 보내려면 ‘참새클럽’에 가입해야 하는데, 프로젝트가 이미 유명해졌고 플라스틱을 보내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선착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조만간 3기 가입을 받을 예정인데, 최대 2천명 규모에 현재 모집알림 서비스 신청을 한 사람만 4만 4천명이 넘었단다. 작은 플라스틱이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걸 아는 사람, 그래서 나름의 방법을 찾으려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게 한편으로는 기쁘고 또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제품을 만드는 건 기업이고, 그 제품의 자원순환주기를 관리하는 건 정부와 지자체다. 환경적인 인식과 습관을 가진 소비자도 물론 필요하고, 환경관련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업과 정부가 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없다. 방법을 찾고 싶어하는 개인은 많은데 그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는 창구도 아직은 제한적이다.

요 며칠 사이 문득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기껏 모아놓고 결국 쓰레기로 다 버리게 될 것 같아서다. 기자는 쓰레기를 줄일 준비가 돼 있다. 실천도 하고 싶다. 그런데 방법이 없다. 그 방법을 이제는 기업과 정부가 찾아주면 좋겠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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