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플라스틱 조각 모아 보내면, 친환경 제품으로 재활용
병뚜껑 26만 5천개...지구를 구하려고 모여든 전국의 손길
“사용 줄이는 게 진짜 해법, 재활용은 답이 아니다”
“2030 여성 참여 많아...환경 관심이 세계적 트렌드 된 듯”
“한번 쓰고 쉽게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인식 바꿔야”

다들 환경에 대해 말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덜 버리며 에코소비를 하자고 주장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라는 얘기도 들린다.

머리로는 다들 안다. 생각은 많이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로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귀찮은 게 싫어서, 마음은 있는데 이게 편해서,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왠지 피부로 안 와닿아서 그냥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사람도 많을 터다.

환경이 먼 나라 바깥세상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환경은 ‘어쩌다 한번 떠올리고 가끔 생각날 때만 실천하는 선행’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고 오늘의 숙제다. 밥벌이의 고단함에 뼈가 저려도, 지금 당장 지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환경人’들을 만나본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들을 직접 실천한 환경 선구자들과의 대화록이다. [편집자주]

서울환경연합에서 운영하는 ‘플라스틱 방앗간’은 재활용이 잘 안 되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모아서 보내면 그걸 가지고 튜브짜개 같은 제품을 만들어 다시 보내준다. 평소 환경에 관심 많던 (당시) 유학생 김자연씨가 해외에서 '프레셔스 플라스틱' 프로젝트를 보고 환경운동연합에 알렸다. 왼쪽이 김자연 서울운동연합 활동가. (김자연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방앗간에서는 소비자들이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모아 보내면 그걸 가지고 튜브짜개 같은 제품을 만들어 다시 보내준다. 평소 환경에 관심 많던 (당시) 유학생 김자연씨가 해외에서 '프레셔스 플라스틱' 프로젝트를 보고 환경운동연합에 알렸다. 사진 왼쪽이 김자연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 (김자연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사람들은 플라스틱을 ‘분리수거’한다. 종이와 구분하고, 유리와는 나눠서 플라스틱만 따로 모아 내놓는다. 여기까지는 다들 잘 한다. 사람들이 분리배출을 부지런히 하는 덕분에 우리나라는 재활용률이 독일 등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높다. 전 세계 평균으로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쓰레기에 대한 인식이나 의식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하지만, 버려진 플라스틱이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답은 ‘글쎄’다. 플라스틱이라고 다 같은 플라스틱이 아니어서다.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워낙 양이 많고 다양해서, 재활용 선별장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정교하게 분류하기가 어렵다. 산더미처럼 쌓여오는 쓰레기 속에서 쓸만한 것들을 재빨리 골라내야 해서다. 그 과정에서 크기가 너무 작은 것들은 그냥 버려진다. 집에서 부지런히 분리수거 해서 내놓아 봤자 결국 일반쓰레기가 된다는 의미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하 서울환경연합)에서 운영하는 ‘플라스틱 방앗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곳이다. 재활용이 잘 안 되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모아서 보내면 그걸 가지고 튜브짜개 같은 제품을 만들어 다시 보내준다. ‘티끌 모아 태산’이고 ‘버린 플라스틱도 다시 보자’는 얘기인데, 이곳이 요즘 큰 인기다. 이 방앗간에 플라스틱을 보내려는 ‘참새클럽’이 되어야 하는데, 지원자(?)가 워낙 많아 경쟁률이 치열하다. 3월에는 새 참새클럽을 최대 2천명 모집할 계획인데 3기 모집 알림을 신청한 사람은 4만명을 훌쩍 넘었다.

환경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에게 치열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플라스틱 방앗간은 어떻게 출발했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처음 제공한 서울환경연합 김자연 활동가와 나눈 문답을 아래 정리했다.

 

“사용 줄이는 게 진짜 해법, 재활용은 답이 아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가치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하자는 아이디어는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프레셔스 플라스틱’에서 출발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종류별·색깔별로 구분하고 분쇄기로 부순 다음 조각을 녹여 가공해 새로운 물건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재활용 기계 도면이나 재활용 물건 만드는 디자인 노하우 등은 오픈소스 형태로 무료 공유된다. 환경에 관심 많던 (당시) 유학생 김자연씨가 해외에서 이 프로젝트를 보고 환경운동연합에 알렸다. 이후 플라스틱 방앗간은 800Kg 정도의 플라스틱을 소비자들로부터 받아 그것을 선별해 재활용했다. 아울러, 단순히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목소리까지 함께 전하고 있다.

아이디어의 출발이 어디서부터였는지 궁금합니다. 이집트의 ‘프레셔스 플라스틱’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기사도 봤는데요.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친환경 생활용품 만들어 보내주자는 의견은 언제 처음 나와서 어떻게 구체화 됐나요

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이집트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이라는 프로그램을 접했어요. 그 프로그램은 네덜란드에서 처음 시작했는데 제가 이집트에서 유학하다가 그 내용을 알게 됐고 환경운동연합에 알려 시작하게 됐어요.

유학하던 시절에도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했나요 아니면 공부를 끝내고 환경단체 일을 시작했나요. 환경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궁금해서요

저는 플라스틱 방앗간 사업화가 이뤄지면서 이곳에 합류했어요. 어려서부텨 환경에 관심을 계속 가질 수 밖에 없는 가정환경과 교육환경이 있었거든요. 내 스스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활동이 이어진 것 같아요.

플라스틱 방앗간이라는 이름이 참 귀엽습니다. 쌀 만드는 방앗간처럼 플라스틱으로 새로운 걸 만든다는 의미겠지요. 이름은 누가 지은건가요

이름은 서울환경연합 미디어홍보팀장이 지었어요. 그분이 플라스틱 방앗간 초기 기획을 하던 당시에 정한 이름입니다.

우리나라는 독일 등과 더불어 재활용률이 세계적으로 높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소비자들이 분리해서 내놓는 걸 잘 한다는 의미고, 실제로 선별 거쳐 재활용으로 이뤄지는 비율은 높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작은 플라스틱을 따로 모으는 건 그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이해해도 될까요

분리배출율이 높은 건 맞아요. 하지만 정부가 발표하는 수치는 분리배출 되어서 나오는 플라스틱이나 재활용품이 업체에 가는 비율을 의미하죠. 실제로 후가공 통해 재활용이 얼마나 이뤄지고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체크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실제 재활용률은 높지 않거든요.

사람들이 분리배출은 나름 열심히 하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정작 재활용은 잘 안 된다는 의미겠지요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잘 안 됩니다. 분리배출된 재활용품이 선별장으로 넘어가면 선별장에는 종이나 고철, 캔 또는 유리 등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다 모이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손으로 일일이 골라내는 작업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일반 쓰레기로 그냥 버려지거나 소각되죠. 시스템상의 한계입니다. 사실 이 문제를 저도 잘 몰랐어요. 플라스틱 방앗간에 참여하는 스태프들도 잘 몰랐고요. 결국 플라스틱 사용을 처음부터 줄이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지런한 재활용이 근본적인 해법은 아닌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정부와 지자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환경단체에서 수고롭게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원순환과 재활용을 잘 해야 할 책임이 그들에게 있으니까요

작년에 재활용품 표시에 관한 환경부고시가 예고된 적 있었죠. ‘분리배출이 잘 안 이뤄져서 재활용이 안 되니까 소재가 뭔지 정확히 표기하겠다’는 취지인데요. 소비자에게 재활용이나 일회용품 줄이기 책임을 묻는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것보다는 불필요한 포장재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자본을 제한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분리배출된 재활용품을 선별하거나 그에 관한 시스템 자체가 비용이 들어요. 어떤 경우는 새로 만드는 것보다 (돈이) 더 많이 들거든요. 그런 것들을 보완하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죠.

플라스틱방앗간에서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 명화 붓터치를 연상케한다. (김자연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방앗간에서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 명화 붓터치를 연상케한다. (김자연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병뚜껑 26만 5천개...지구 구하려고 모여든 전국의 손길

플라스틱 방앗간으로 모인 작은 조각들은 지금까지 800Kg, 병뚜껑으로 환산하면 26만 5천개 분량이다. 효율과 안전성 등을 고려해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두 가지 소재만 받는다. 일반 소비자들은 플라스틱의 종류 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도 요즘은 그 기준에 잘 맞춰 보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소비자들이 보낸 플라스틱 조각은 일일이 세척하고 분리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과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플라스틱 방앗간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재활용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을 집에서 내보내 '처리'하는게 매우 쓸모있는 일이지만, 그게 문제의 근본적 해법은 아니라는 의미다. 

작은 플라스틱은 선별업체에서 잘 골라지지 않고 그대로 버려진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플라스틱 방앗간에서는 작은 조각을 일일이 색깔과 소재별로 나누는건가요. 까다로운 작업일 것 같은데요

작년에 800Kg 정도의 작은 플라스틱이 모였어요. 병뚜껑으로 환산하면 26만 5천개 분량인데요. 일일이 세척하고 분리해야 하죠. 자원봉사자분들과 함께 하는데, 그 과정이 정말 녹록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많은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 하는 과정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과 에너지가 필요해요. 정부나 기업이 해야 할 일을 다른 사람들이 대신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요. 이런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어요. 플라스틱 방앗간은 문제의 해답이 아닙니다. 안 쓰는 플라스틱을 보낸다고 자원순환 문제가 끝나고 해결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 이후에 많은 과정과 에너지가 필요하니까요.

플라스틱에서 재생원료를 뽑아내고 그걸로 제품을 만들려면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잖아요. 활동가분들이 직접 하나요. 아니면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가 따로 있나요

원료를 뽑아내는 작업을 따로 하고 있지는 않아요. 우리는 세척해서 분쇄한 플라스틱을 사용하거든요. 장비는 오픈소스 형태로 도면이나 디자인 가이드 등이 공개된 것들이 있어서 그걸 기반으로 진행해요. 관련 활동을 하는 분들과 만나 협업하기도 하고요. 내부 인력이 업무를 맡기도 하지만 금형 제작이나 기계설비는 외주, 사출 작업은 그때마다 필요한 인력을 섭외해서 비용을 지불하고 진행해요.

회비를 받지도 않고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돈이 많이 들지는 않나요? 좋은 취지의 활동인데 그 활동이 지속가능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서요

작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사업에 선정돼 그 지원을 바탕으로 시도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요. 서울환경연합은 비영리 민간단체여서 직접적인 사업 활동을 하기는 어렵죠. 지향점이 같고 방향이 같은 분들과 여러 가지 협업을 시도하고 있어요. 판매보다는 후원이나 기부 형태로 준비하는 일도 있고요.

작은 플라스틱이라면 흔히 PET 뚜껑이 생각나는데요. 뚜껑을 보내면 되나요 아니면 작은 플라스틱이면 뭐든 보내도 상관없나요

병뚜껑은 보통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소재죠. 그리고 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소재가 PP(폴리프로필렌)인데 두 가지를 받고 있어요. 그 두 개만 받는 이유는, 가열해서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정도의 오염물질이 발생하거든요. 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소재기도 하고요.

내가 사용한 플라스틱 제품이 PP인지, PE인지, 아니면 HDPE인지 전혀 모르는 소비자들도 많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굳이 플라스틱을 모아서 보낼 만큼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이미 그런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보내는 플라스틱은 어떤가요. 기준에 맞춰서 잘 옵니까

사실 일반 시민들은 플라스틱 재질이 얼마나 다양한지, 뭐가 PP인지 잘 모르세요. 눈여겨보지 않는 경우가 많고 또 너무 작게 적혀있기도 하고요. 그래도 요즘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천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서 예전보다는 인식이 높아진 편이에요.

플라스틱 방앗간 홈페이지 모습. 이곳에 플라스틱 조각을 보내려면 '참새클럽'이 되어야 한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방앗간 홈페이지 모습. 이곳에 플라스틱 조각을 보내려면 '참새클럽'이 되어야 한다.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2030 여성 참여 많아...환경 관심이 세계적 트렌드”

플라스틱 방앗간은 지금까지 시즌1과 시즌2에 걸쳐 2차례로 나눠 ‘참새클럽’을 모집했다. 참새클럽은 플라스틱 조각을 그곳으로 보내는 사람들을 뜻한다. 최근 이곳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즌2에만 540Kg이 플라스틱 조각이 접수됐다. 보내고 싶다고 무조건 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모여든 플라스틱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해야 해서 모집 인원이 정해져있다. 시즌당 최대 2천명 정도다. 지난 시즌 2차 모집은 5시간 만에 마감됐다. 참가자들은 주로 2030 세대 여성이라고 했다. 김자연 활동가는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한번 여쭤보죠. 방앗간에 플라스틱을 보내려면 뭐가 가장 좋습니까. 그러니까, 재활용 잘 안되는 플라스틱을 최대한 모아서 많이 사용한다는 취지와도 맞고, 방앗간에서도 수월하게 제품을 잘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재료는 뭔가요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여러 종류가 있어요. 용도에 따라 사용하는 재질이 다르고요. 예를 들면 탄성이 필요한 것도 있고, 어떤 건 강도가 필요할 수도 있죠. 거기 따라 재질별 특성이 있어서 ‘특별히 어떤 게 좋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조금만 보내주는 게 좋아요(웃음). 플라스틱을 덜 쓰고 덜 버린다는 얘기니까요. 우리는 플라스틱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 활동하는 게 아니라,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를 바라거든요.

그러면, 예를 들어서 레고 조각을 보내면 재활용이 가능한가요

소비자들이 플라스틱을 보내면 재질별로 분류하는데, 그게 PP인지 아니면 다른 재질인지 확인이 가능해야 합니다. 자체에 써 있어야 확인할 수 있어요.

시즌2 당시 540Kg이 모였다고 들었는데요 그 정도 모이면 거기서 얼마나 재활용되고 얼마나 버려지나요

우리가 버려지는 분량만 따로 재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적지 않은 양이 나왔어요.

그러면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재활용하지 못하는 플라스틱들은 어떻게 처리하나요

일반쓰레기로 버려요. 받아보면서 참 여러 가지 마음이 들어요.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이 나오는데 저만큼을 버려야 한다니 안타깝고 버릴 때도 착잡하죠

플라스틱을 녹이고 성형하는 과정이 위험하지는 않나요. 예를 들면 혹시 그 과정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플라스틱 재질은 유해물질이 많이 발생하지는 않아요. 환기가 잘 되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사실 우리 같은 프로세스는 엄청 유해한 물질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보고요.

그러면 작업하시는 분들은 안전을 위해 어떤 조치들을 하고 일하나요

우리는 고깃집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작업장에 두고 환기에 신경 쓰고, 작업할 때도 단열 장갑이나 방독마스크를 사용합니다.

1차와 2차 모집에 꽤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고 들었습니다. 2차는 5시간 만에 모집이 끝났다고요. 플라스틱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작년에는 코로나19가 가장 큰 이슈였으나 한편으로는 이어지는 산불이나 긴 장마 같은 기상이변도 있었잖아요. 기후위기에 대한 목소리도 어느때보다 높고요. 그러면서 시민들도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실천이나 행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계속 모이는 것 같아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것처럼 느끼기도 하고요. 2030세대 여성분들의 참여가 특히 많은데, 이런 시대상의 흐름이 모여있는 포인트에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는 3월에는 ‘참새클럽’ 시즌3이 시작된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캠페인 1차 신청 마감 당시 플라스틱 방앗간 SNS에 올라온 제품 사진. (김자연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오는 3월에는 ‘참새클럽’ 시즌3이 시작된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캠페인 1차 신청 마감 당시 플라스틱 방앗간 SNS에 올라온 제품 사진. (김자연씨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번 쓰고 쉽게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인식 바꿔야”

오는 3월에는 ‘참새클럽’ 시즌3이 시작된다. 시즌3 최대 인원 역시 2천명 내외로 예상된다. 그런데 사전 알람 신청을 한 사람이 현재 4만 4천 명이다. (기자도 그 4만 4천 명 안에 포함돼 있다). 시즌1~2 참가자는 시즌3에도 참가할 수 있다. 그만큼 경쟁률은 더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김자연 활동가는 플라스틱 조각을 보내는 것이 홀가분한 끝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인식하는 하나의 과정이 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플라스틱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걸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더 커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아울러, 그런 담론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생각도 들어요. 소비자들이 플라스틱을 잘 분류하고 제대로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기업에서 재활용이 잘 되는 소재로 통일해서 만들면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 말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너무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한번 쓰고 쉽게 버려지는 것들이 마케팅과 소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흐름이 있거든요. 이런 흐름을 깨기 위한 시도들이 있고 우리에게 협업 문의를 해오는 기업들도 많아요. 하지만 우리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그저 이미지를 개선하는 단발적인 활동이 아니라 실제로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를 만들거나 관련 프로세스를 갖추는 게 더 큰 영향력이 있겠죠.

3차에는 예전보다 좀 더 많은 양을 받게 되나요? 프로젝트가 점점 더 확대될 계획인지 궁금한데요

시즌3를 앞두고 모집 알림 신청을 받았어요. 그런데 4만 4천 명이 신청하셨더라고요. 우리가 전부 수작업에 소규모로 진행하느라 시즌당 2천명 정도만 가능하거든요. 시즌3까지 총 6천 명이 가능한 수량인데 신청자가 매우 많았네요. 시즌3 이후에는 수거 방법을 바꿀 계획이에요. 작은 플라스틱 모은다고 택배가 오가면 그 과정에서 또 쓰레기가 생기는 아이러니가 있잖아요. 그래서 한달에 한번 직접 방문해서 플라스틱을 놓고 가는 방식을 구성 중이에요.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는 제로웨이스트숍 같은 공간들을 지역거점 수거 공간으로 섭외해서 60곳 정도 확보하고 수거공간이 어디인지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드리려고 하고 있고요.

최근 카카오메이커스와 협업하셨는데요, 플라스틱 재활용에 관심을 두는 기업이나 기관과의 협업 계획이 더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출판사 창작과비평사 월간지에 캠페인을 접목하기도 하고, 모래상점이라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과 수익기부 같은 내용도 협의했어요. 대중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유명 대기업에서도 갑자기 많은 연락이 왔는데, 단순하게 임직원 캠페인이나 단발적인 이미지 개선을 위한 기업 협업은 지양하고 방향성이나 지향점이 맞고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것들만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단순히 플라스틱을 방앗간으로 많이 보내거나,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이벤트는 하지 않겠다는 뜻인가요

예를 들면, 플라스틱 생산을 누가 봐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는 산업 분야도 있잖아요. 우리가 그런 곳과 협업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그림으로 보일 수 있고요. 그런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취지와 방향성이 맞는 곳들과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해요.

그러면 플라스틱과 관련해서, 방앗간에서의 프로젝트 말고 또 다른 활동 계획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디자인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어서 공모전 이후에는 그걸 가지고 직접 제작과 개발도 해보고 싶어요. 플라스틱 방앗간을 직접 해보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아서 그런 분들을 위한 자문이나 교육도 준비하고 있고요.

플라스틱에 대해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많은 분들이 참여해서 플라스틱을 보내주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말아야 해요. 방앗간에 보내는 게 끝이 아니라는 걸 많은 분이 알아주면 좋겠어요. 플라스틱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걸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소리가 모여서 사회적인 담론이 되면 좋겠어요.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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