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 필요성에 물음표 던지는 유통업계
플라스틱보다는 종이, 종이보다는 PLA 빨대로
국내 플라스틱 빨대 폐기량 연간 100억개 이상

일회용품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편의점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추방하는 데 힘을 합치고 있다. 사진은 세븐일레븐이 내놓은 ‘빨대없는 컵커피’ 2종. (세븐일레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일회용품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편의점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추방하는 데 힘을 합치고 있다. 사진은 세븐일레븐이 내놓은 ‘빨대없는 컵커피’ 2종. (세븐일레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사람들이 환경오염과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는 것은 언제일까. 눈으로 보거나 피부에 와 닿는 등 현실적인 경험을 할 때다. 

실제로 많은 제로웨이스트들의 행동을 변화시킨 계기는 하나의 사건일 때가 많다. 이를테면 지난 2015년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한쪽 코에 흰색 물체가 박힌 채 구조된 거북이 영상이 있다. 거북이가 눈물을 흘리며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던 이유는 코에 박힌 플라스틱 빨대 때문이었다. 이를 뽑아내자 거북이는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 

거북이 코에 박힌 플라스틱 빨대는 사람들에게 현실이자 상징으로 다가갔다. 거북이 코에 박힌 빨대는 오롯이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였고 거북이의 숨통을 막은 빨대가 사람의 숨통을 막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국내 플라스틱 빨대 폐기량은 연간 100억개로 추산되고 있다. 억 소리 나는 배출량에 비해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빨대는 작지만 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이에 전세계적으로 몇 년 전부터 빨대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도입하고 외식음료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도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실 수 없는 뚜껑을 도입했다. 환경부는 지난 15일 내년부터 커피 전문점 등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음료업계와 유통업계에서도 재활용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이라는 아이러니를 안고 있는 빨대를 시장에서 조금씩 퇴출하는 분위기다. 올 들어 유통가에선 유독 ‘빨대’를 제거한 제품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지난해 소비자 목소리를 반영해 액상발효유 ‘엔요’에서 빨대를 제거했던 매일유업은 올해 1월 빨대를 제거한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 190ml’를 출시했다. 매일유업은 빨대를 없앤 이유에 대해 환경을 중시하는 고객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빨대 제거 등 패키지 변경을 통해 저감되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42톤에 이른다.

남양유업도 1월 말 ‘맛있는우유GT 테트라팩’에서 빨대를 없앴다. 일반적으로 테트라팩에 담긴 제품은 음용 간 편의성을 위해 플라스틱 빨대가 부착돼 있는데 이를 제거한 것이다. 남양유업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캠페인 ‘Save the earth’ 활동을 통해 소비자 목소리를 반영, 해당 제품이 탄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일회용품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편의점에서도 플라스틱 빨대를 추방하는 데 힘을 합치고 있다. 

지난 1월 18일 ESG 경영을 선언한 세븐일레븐은 빨대를 없앤 제품을 선보이면서 친환경 상품 개발 행보에 본격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유가공식품 전문업체 서울F&B와 함께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편리하게 마실 수 있는 친환경 아이디어 상품 ‘빨대없는 컵커피’ 2종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이 내놓은 빨대없는 컵커피는 국내에 시판 중인 편의점 컵커피 중 빨대가 들어있지 않은 최초 사례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컵커피에는 패키지 표면에 플라스틱 빨대가 부착돼 이를 컵뚜껑에 꽂아 마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빨대를 없애기 위해 세븐일레븐은 특허 받은 이중 흘림방지 락킹 기술을 적용한 뚜껑을 사용했다. 뚜껑을 열고 리드지를 제거한 다음 다시 뚜껑을 닫고 마시면 되는 구조라 굳이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음용이 가능하다. 컵을 기울여도 내용물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안정적인 보관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다 마신후엔 별도 조치없이 그대로 분리수거하면 된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한 해 세븐일레븐에서 팔려나가는 컵커피 판매량만 7천만개가 넘는다. 이는 곧 컵커피에서만 플라스틱 빨대 7천만개가 버려진다는 의미다. 

GS25는 오는 25일부터 연간 1억개 팔리는 파우치 음료에 생분해 빨대를 도입한다. 33종의 파우치 음료 구매 시 증정하는 빨대를 전량 PLA 소재로 교체하는 것으로 역시 ESG 경영 강화의 일환이다. 

PLA빨대는 석유 화학 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옥수수 소재로 만들어져 100% 생분해 될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빨대와 유사한 사용감과 물에 잘 녹지 않는 내구성까지 갖춘 제품이다. 시중에 많이 사용되는 종이 빨대처럼 물에 젖어 형태가 물러지거나 종이맛이 배어 나오는 단점을 보완했다.

CU는 일찌감치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로 변경했다. CU는 2019 8월부터 아이스드링크 한 팩당 하나씩 무상으로 들어가는 빨대를 종이 빨대로 변경하고 지난해 10월 이를 다시 옥수수전분 소재로 만든 PLA 빨대로 교체했다. 1년 만에 빨대 소재를 바꾼 배경에는 환경적인 이유가 있다. 플라스틱 빨대보다는 종이 빨대가, 종이 빨대보다는 PLA 빨대의 유해성이 덜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CU 관계자는 “CU는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훨씬 이전부터 친환경적인 시도를 해왔다”며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유해성은 덜하지만 PLA 소재가 퇴비화 조건에서 자동으로 썩는 등 종이보다 자연에 더 해롭지 않아 차근차근 변경해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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