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과 탄소중립 정책...
정말로 인류의 '새로운 각성'일까?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편집국 SNS 단체방에서 ‘도쿄올림픽이 만약에 열린다면, 환경적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있었다. 올림픽과 환경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의문이었을까? 

후쿠시마 오염수나 코로나19 얘기가 아니다. 경기장 만들고 기반 시설을 다지는 과정에서, 또는 많은 사람이 대회에 참여하거나 관전하기 위해 비행기로 오가는 과정 등에서의 환경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사람의 발길이 잦으면 환경 파괴 확률도 그만큼 높아질거라는 문제 의식이다.

물론 새 경기장이나 호텔을 짓는게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시설만 활용한다면 그 우려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겠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소비하면서 남길 수 있는 '환경발자국'에 대한 지적이다. 

이런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무려 14년 전인 지난 2007년,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는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보다 2년 앞선 2005년에는, 호주 탄소저감기술 기업 카본플래닛이 ‘영국에서 열린 한 영화제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이 83톤에 이른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당시 위 내용들은 동아일보 보도로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다.

긴 시간이 흐르고 그 사이에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해 인류의 탄소배출은 줄었을까? 기술이야 발전했겠지만, 인류의 탄소배출이 크게 줄어든 것 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생산과 제조, 유통과 소비, 그리고 쓰임새가 다한 후 그걸 버리는 과정에서 인류는 늘 자원을 사용하고 탄소를 내뿜고 쓰레기를 만든다. 무슨 재료를 어디서 가져와 뭘 만들어 어떻게 사용하든, 인류는 매일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마찬가지고, 축제나 운동경기처럼 사람이 움직여 활동하는 이 세상 모든 일이라면 다 그렇다.

자연적인 소재를 사용해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피할 수 없다. 79억에 육박하는 인류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고 전부 옥수수를 따서 그 소재만 가지고 물건을 만들면 이 세상 옥수수밭이 온전할까? 천연 소재를 사용한다고 전부 목화만 재배하면 그 많은 양을 수확할 땅이나 물은 어디서 얻는단 말인가.

이 문제는 소비자가 생활습관과 소비패턴만 바꿔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제품과 서비스를 기업이 만들고, 경제 구조와 자원순환 구조를 함께 아우르는 정책을 정부가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가 그런걸 만들겠다는 말은 계속 하고 있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말하고, 기업은 ESG와 지속가능경영을 말한다. 모두 입을 모아 ‘적극 실천’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최선을 다할 것이냐다. 물론 실천도 한다.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1년간의 활동을 공개하고 정부 각 부처들은 지난해 내놓은 탄소중립 전략에 따라 세부 과제들을 세우고 있다.

그 움직임에는 지금 구체적인 실체가 있을까? 탄소중립은 세계적인 과제다. 하지만 10여년 전에도 우리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ESG는 요즘 재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키워드 중 하나지만 ‘친환경 경영’이나 ‘사회적 가치 창출’, 그리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어 나간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은 20년 전에도 있었다. 2021년의 탄소중립과 ESG는, 정말로 그때와는 다를까?

그린포스트는 앞으로 최근의 ESG 평가가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는지, 그런 활동을 잘했다고 평가받는 기업들은 뭘 잘한건지, 그런 평가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들은 무슨 이유로 저조한 평가를 받은 것인지 취재해 보도할 계획이다. 탄소중립이 정말 실현되고 있는지도 꾸준히 확인할 계획이다. 탄소중립과 ESG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경향인지, 아니면 그냥 이름만 멋지게 바뀌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물론, 우리는 새로운 경향이 정말로 나타났기를 바란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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