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경제부 기자
박은경 경제부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시중은행 수장들이 새해 벽두부터 외친 단어는 '플랫폼·디지털·소비자'로 귀결되는 혁신이다. 디지털혁신과 소비자중심 은행으로 진화해 격변의 시기 속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다짐이다.

혼란한 정국과 악화된 업황 속에서도 리스크를 방어하며 안정적 실적을 견인했던 주요 은행들의 역량은 검증된 만큼 그들이 내세우는 미래 혁신도 향후 서서히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란 사실에는 의심이 없다.

하지만 혁신에 도전하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쫑긋하면 은행의 혁신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를 꾀하겠다고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던 물리적인 변화가 아닌 관점의 변화말이다.

같은 사건을 마주해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바가 가지각색이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은행이 혁신과 변화의 결과물로 내놓은 컨텐츠들도 때론 소비자에겐 지루하게 다가올 포인트가 잔존한다. 어렵고 딱딱한 금융이라서만은 아니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다양한 각도에서 혁신을 추진하는 빅테크와 핀테크로부터 엿볼 수 있다. 그들은 새로운 컨텐트로 무장하기 전에 다른 각도에서 금융을 바라보고 가려웠던 부분을 잘도 긁어준다.

시중은행이 말하는 혁신과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빅테크, 핀테크 들이 바라보는 혁신에는 상당한 시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기존 금융권에서는 같은 상품도 '공급자 관점'이 짙다. 반면 핀테크, 빅테크 기업들은 같은 서비스도 '소비자 관점'으로 접근한다.

은행이 듣자면 갸우뚱할 얘기일 수도 있다. 전담부서를 만들며 고급인력을 영입하는 등 역량을 집결해 플랫폼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상품의 라인업도 강화했다.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도 만들고 고객중심 경영을 주요 경영이념으로 끌어올리는 등 안팎으로 많은 노력과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에 접속하면 옥에티가 눈에 띤다. 퇴직 이후 준비를 위한 상품을 비교해볼라 해도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이 각각 다르게 분류돼있어 앱 내에서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야한다. 이 때 이것만 편리하게 제공하는 다른 플에이어가 나타나면 소비자는 이동하기 쉽다. 단지 편리하기 때문이 아니라 원하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각종 솔루션과 유용한 서비스는 많은데 소비자는 활용을 도통 안한다. 찾기도 어려운 곳에 배치해두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설계 또한 사실 상품군을 나열해 보여주고 분류해주는 것 외 이렇다 할 특별함을 찾을 수 없어 아쉬운 지점이다.

마이데이터 시대. 축적된 고객 데이터로 원하는 걸 알아서 제안해주는 맞춤형 상품이라지만 막상 이용해보면 기존의 상품에서 이름만 바뀌었을 정도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플랫폼 시대라며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외쳤지만 뱅킹앱에서 아직도 뱅킹서비스만 가능한 현상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숨바꼭질하듯 찾아야 한다면 사용자 유입이 늘어날 수가 없다. 핀테크, 인터넷은행, 빅테크의 금융 플랫폼을 자세히 뜯어보면 화면구성도 내 맘대로, 상품은 보기 쉽게 배치돼있다. AI챗봇의 활용도 다르다. 은행앱 내 챗봇들은 앱 내 서비스를 소개해주는데 그친다. 그들의 챗봇은 포털의 검색 결과까지 긁어다 정리해준다.

상품을 구성하는 시각도 다르다. 그들은 모여서 "소비가 어떤 것을 불편해하는가?"라며 소비자의 시각을 논의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와 상품에 대해 질문하면 그들은 누구도 편의성 제고 측면에서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을 듣고 있노라면 어떤 관점과 의도에서 서비스가 나왔는지 듣게 되는데, 콕 집어 설명하지 못했지만 있으면 편리한 부분들을 찾아내 상품화하는데 능통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급하는 공급자 관점이 아닌 이용하는 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찾아낼 수 있는 애매하거나 불편했던 부분들 말이다. 이런 지점들이 상품화되는 데는 고객의 시각에 접근하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은행권이 빅테크와 협업 또는 경쟁을 선언하며 그들의 장점을 흡수하고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노력이 빛을 발하려면 혁신의 시각을 소비자관점으로 틀어주는 시도가 필요할지 모른다. 이 사소한 차이로 같은 서비스라도 색다른 사용감을 선사하는 '디테일'이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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