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더 젖게 만들어 사고 위험 높여... 염화칼슘의 역설
녹은 염화칼슘 하천 유입으로 수중 생태계 파괴 우려도
염화물계 단점 보완한 친환경 제설제부터 도로 열선까지

염소계 제설제인 염화칼슘은 빠른 효과 만큼이나 다양한 논란 거리를 안고 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다시 전국적으로 눈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눈이 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도로에 제설제가 뿌려진다. 염소계 제설제인 염화칼슘은 저렴한 가격에 빠른 효과로 지자체에서 우선적으로 찾는 제설제다. 문제는 빠른 효과 만큼이나 다양한 논란 거리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입춘 이후 날씨가 풀리는 듯 하더니 다시 전국적으로 한파에 눈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일기예보에 눈 소식이 들려 오면 어김없이 도로에는 제설제가 뿌려진다. 겨울철 원활한 차량 흐름과 안전 통행을 위해서다. 16일 전국적으로 내린 눈을 치우기 위해 뿌려진 제설제만 5천 톤이 훌쩍 넘는다고 한다.

이 제설제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염화칼슘이다. 염화칼슘은 저렴한 가격에 눈을 빨리 녹이는 효과로 지자체에서 1순위로 찾고 있는 염소계 제설제다. 문제는 빠른 효과 만큼이나 다양한 논란 거리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도로에 뿌려진 염화칼슘은 자동차 하부를 부식시키거나 차 앞 유리에 뿌연 분진 얼룩을 남긴다. 때문에 염화칼슘 성분의 제설제가 뿌려진 도로를 지나간 다음에는 꼭 하부세차를 챙기는 사람들이 많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선 동절기에 염화칼슘 주의보가 내려진다. 눈길을 산책하던 반려동물이 염화칼슘을 밟고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오기 때문이다. 눈 소식이 있는 날 반려동물을 산책시킨다면 꼭 신발을 신겨주거나 안아서 이동하는 것이 좋다. 

뛰어난 제설 효과 뒤에 따르는 부작용들은 염화칼슘이 갖는 성질 때문에 발생하는 것들이다. 염화칼슘은 이름 그대로 염소와 칼슘이 합쳐진 화합물이다. 수용성이며 상온에서 흰색의 고체 상태를 띈다. 습기를 흡수하고 스스로 열을 내면서 녹는 성질이 있어서 눈이 오거나 겨울철 비가 오는 날 도로나 계단에 뿌려 놓으면 물기를 빨아들이고 난 뒤 눈을 녹이면서 용해된다.

염화칼슘은 제설제 외에 제습제로도 활용되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물먹는 하마’ 등에 들어있는 분말 성분이 바로 염화칼슘으로 습기를 흡수하고 나면 물만 찰랑거리며 남게 된다. 식품첨가제로도 들어간다. 두부에서 콩물을 응고시키는 간수로 활용되거나 포카리스웨트 등 이온 음료에도 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식품에 활용되는 염화칼슘의 경우 식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안전하지만 제설제로 사용되는 염화칼슘은 바닥에 뿌려 쓰는 공업용이므로 용도 이외에 식용이나 의료용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 특히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고 녹으면서 발열을 하기 때문에 입이나 눈에 닿거나 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도로 더 젖게 만들어 사고 위험 높여... 염화칼슘의 역설

지자체에서 염화칼슘을 제설제로 사용하는 이유는 겨울철 결빙을 예방하고 도로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만큼 저렴한 가격에 고효율을 보이는 물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빙 예방이라는 효과 외에는 부작용의 영역이 꽤 크다. 염화칼슘이 마르면서 발생하는 분진이 피부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등 인체에 해롭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눈이나 빙판길을 녹여서 통행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기존 목적과 위배되는 상황도 펼쳐진다. 적설량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뿌려지는 경우 도로에 남은 염화칼슘이 역으로 도로를 젖게 만들어 사고의 위험을 높이고 있는 것. 염화칼슘이 물보다 미끄러운 데다 잘 마르지 않는 성질을 가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염화칼슘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로 지자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있다.

염화칼슘은 도로의 아스팔트를 약하게 만드는 주범으로도 지목된다. 염화칼슘에 포함된 염소 성분은 금속의 부식을 촉진시켜 구조물에 영향을 끼치는데 철과 만나면 부식이 6배까지 가속화된다. 석회석이 들어간 시멘트도 지속적으로 접촉하면 부식이 진행돼된다. 염화칼슘으로 약해진 아스팔트를 위를 자동차가 지나가게 되면 그 압력에 노면이 탈락하고 포트홀, 즉 도로 파임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 눈이 많이 오는 충북 지역에는 포트홀이 유독 많이 발생해 이와 관련한 민원이 잇따라 접수된다고 한다. 

한국도로공사 도로연구소가 발표한 ‘염화물이 시설물에 미치는 영향과 대체 융빙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제설제를 다량 사용한 구간에서 특히 노면 탈락이나 떨어짐, 골재 노출 현상이 나타났다. 염화칼슘이 시멘트 콘크리트 철근까지 침투하는 등 강구조물을 부식시켜 내구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알려진 환경적인 영향도 크다. 특히 구성 성분인 염소 이온은 식물 성장에 관여하는 물질로 지면으로 흡수되거나 분진 형태로 날리면 주변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오래 전부터 보고되고 있다. 

염화칼슘이 분진 형태로 바람에 날려 가로수에 닿게 되면 잎이 탈수현상을 일으키거나 광합성 기능이 떨어져 말라죽는다. 땅에 흡수된 염화칼슘은 토양의 칼슘 농도를 높여 미생물 활동을 저해하고 염류 축적 작용으로 뿌리로 양분과 수분 흡수 작용을 방해해 성장 장애부터 고사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이를 막기 위해 동절기가 되면 차도로부터 영향을 받는 화단에 염화칼슘 방지책을 설치해 집중 유지관리하기도 한다. 

지면으로 흡수되는 염화칼슘은 토양오염 외에 수질오염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염화칼슘이 하천으로 유입돼 수중 생태계를 파괴하고 음용수 오염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지난 1월 30일자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김포시 한강 하구의 어부들이 하수처리장에서 제설제로 사용된 염화칼슘 성분이 제대로 정화되지 않고 한강에 방류되면서 물고기가 사라지고 일부 물고기가 폐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측은 제설제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며 겨울철 수온 변화 등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이 있다고 반박했다.

염화칼슘 논란은 경마장에서도 일었다. 지난 1월 마사회가 겨울철 경주로 결빙을 예방하기 위해 경마장에 뿌린 염화칼슘 때문에 지하수가 오염돼 인근 농원에서 재배하던 분재가 말라 죽었다며 해당 농장주가 손해 배상 청구를 소송한 것이다. 화훼농가에서는 농원 인근 용수 수질 검사 결과 염소 이온 농도가 기준치를 2배 가까이 초과하는 등 생활용수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마사회 측은 오히려 과천시가 겨울철마다 도로에 뿌리는 제설용 염화칼슘이 원인이 아니냐고 주장하며 법정에서 설전을 벌였다. 결론은 화훼농가의 최종 패소였으나 염화칼슘이 빚는 또 다른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 염화물계 단점 보완한 친환경 제설제부터 도로 열선까지

염화칼슘의 부작용 논란이 매년 제기되면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친환경 제설제 개발과 사용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염화칼슘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제설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불가사리를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가 tvN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스타스테크에서 개발한 이 친환경 제설제는 기존 제설제에 불가사리 추출 성분을 혼합해 기존의 염화물계 제설제의 부작용을 줄였다. 바다생물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먹어 바다의 해적이라고 불리는 불가사리에서 뼛조각을 추출, 탄산 칼슘으로 구성된 다공성 구조체가 염화이온을 흡착해 부식을 억제하는 원리다. 특수 코팅된 구슬 형태라 분진이 없고 기존의 제설 효과는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기존 제설제보다는 비용이 나가더라도 도로 파손에 의한 보수비용까지 고려하면 염화물계 제설제 단점을 보완한 불가사리 제설제 이용이 오히려 더 경제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각 지자체별로 제설제 개발부터 구성까지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영광군이 대표적이다.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영광군은 2019년부터 목포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함께 천일염을 활용한 제설제를 연구해 제설제 개발에 성공했다. 

광주 남구와 북구에선 염화칼슘 대신 아예 친환경 제설제만 사용키로 하고 친환경 제설제, 소금, 모래주머니로만 제설 용품을 꾸렸다. 친환경 제설제에 금속 부식 억제제가 첨가돼 구조물이나 환경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분진이 날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제설제 대신 도로에 친환경 열선 시스템을 설치한 곳도 있다. 서울 성북구는 관내 17곳 도로에 친환경 열선시스템을 설치했다. 폭설이나 한파로 인해 길이 얼어붙는 것을 막기 위해 서다. 이 시스템은 도로 포장면 7cm 아래 열선을 깔고 폭설이 내릴 경우 온도 및 습도 센서가 작동돼 스스로 도로를 녹여 눈이 쌓이는 것을 예방하는 구조다. 제설제를 아예 뿌리지 않아도 돼 도로시설물 부식 및 환경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비용 부담과 효과 면에서 친환경 제설제 선택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염화칼슘과 친환경 제설제 사이의 가격차는 평균 2배가 넘는 데다 제설 작업이 지체될 경우 항의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친환경 제설제로 바꾸기보다 문제가 생긴 도로를 보수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이유다.

일부 지자체는 제설제가 아닌 제설 방법을 바꿨다. 고체형 염화칼슘을 도로에 뿌리면 발생하는 환경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염화칼슘을 고상이 아닌 액상으로 만들어서 뿌리는 습염 제설방식을 선택한것.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이미 90년대부터 염화칼슘 제설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왔고 친환경 제설 방법에 대해서 얘기가 오갔다”며 “한국도로공사에서 2000년부터 습염 제설방식으로 바꿨고 서울시도 2005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0년부터 전면적으로 확대해왔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도로 제설방법이 모래에 고체형 염화칼슘을 섞어서 뿌리는 방식이었다면 습염 제설 살포는 염화칼슘 용액과 소금을 배합해 살포하는 방식이다. 눈을 빨리 녹게 하는 염화칼슘과 눈을 다시 얼지 않게 하는 소금을 이용한 것으로 염화칼슘 잔여물이 거의 남지 않는 제설 방식이다. 

서울시는 현재 제설제로 염화칼슘과 소금, 친환경인증 제설제를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 도로관리과에 따르면 염화칼슘 40%, 소금 40%, 친환경인증 제설제 20% 비율이다. 

이 관계자는 “친환경 제설제가 90년부터 개발됐고 조달청에 환경인증제품이 생겨 구매를 확대해오고 있지만 친환경 제설제라고 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기만 하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친환경 제설제도 제설 효과를 보려면 염화물이나 부식방지제 등 화학물을을 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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