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이노베이션에 승소
美대통령 거부권, 양사 합의 등이 변수
세계 배터리 시장 둘러싼 전망은?

LG에너지솔루션(前 LG화학 전지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이고 있는 ‘배터리 소송’의 최종판결이 또 한 차례 연기됐다. /그린포스트코리아
ITC(국제무역위원회)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제기한 영업비밀침해 소송에 대해 승소판결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서는 10년간 미국내 수입금지 명령을 결정했다. 이를 두고 양사와 세계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앞으로의 전망에 업계에 관심이 모인다. (본사 DB) /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ITC(국제무역위원회)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제기한 영업비밀침해 소송에 대해 승소판결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서는 10년간 미국내 수입금지 명령을 결정했다. 이를 두고 양사와 세계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앞으로의 전망에 업계에 관심이 모인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소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직 직원에 대한 가처분 소송으로 시작된 이 법정다툼은 영업비밀 침해 등 여러건의 소송으로 확장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게 제기했던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한 파결이다. 지난해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판결(예비결정)을 내렸고, 이후 SK이노베이션이 재검토를 요청했으며 이에 대한 최종판결이 2월 10일 내려졌다. 이로서 SK이노베이션은 10년간 미국 내 수입금지 명령이 내려진 바 있다.

ITC의 결정은 배터리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의 공급에 차질을 겪을 우려가 생겼다. SK증권 박한샘 연구원은 15일자 보고서를 통해 관련 내용을 다뤘다.

보고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 잭슨카운티에 9.8GWh 제1공장을 짓고 있었으며 1조 8천억원을 추가 투자해 제2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제1공장은 현재 상반기 시운전을 앞둔 상태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앞두고 있었다.

박한샘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재 미국 수주금액은 약 20조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체 수주예상 잔고 70조원(550Gwh)의 28%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짚으면서 “각각 포드 4년, 폭스바겐 2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벌었으나 이후의 판매 차질 및 지난 공사 투자금액에 대한 기회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와 더불어 “차량의 라이프타임이 6~7년인 것을 감안하면 유예기간 이후의 공급을 진행하지 못한다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입금지 조치가 그대로 적용되는 대신 다른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보고서 역시 앞으로의 전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갈래로 나눠 전망했다. 현재 판결의 효력제한 및 협상 그리고 진행 중인 소송의 향방에 대해서다.

첫 번째 변수는 미국 대통령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ITC 결과는 60일 이후에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그 사이에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효력을 중지시킬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ITC가 삼성전자가 애플에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애플 제품 미국 수입금지 최종판결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소비자 권익 침해를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해 효력이 중지된 바 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 주 배터리 공장의 일자리 효과와 경제 피해 등을 고려해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두 기업의 협상 가능성도 남아있다. 협상 타결시 수입금지 제한조치 효력을 중지시킬 수 있다. 보고서는 언론 보도 등을 언급하며 “SK이노베이션은 협상 금액으로 수천억원, LG화학은 2.8조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최소 2조원 가량의 배상금을 요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올해 1~2조원 규모의 SK루브리컨츠도 일부 지분 매각 계획 등에 유동성 문제는 제한될 것으로 판단하나 4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149%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코로나19 악재로 인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내다보았다. 배터리에 대한 추가 투자 여력이 다소 훼손됐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다른 배터리 기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보고서는 “만일 이번 조치로 포드와 폭스바겐이 타업체 배터리로 전환한다면 LG화학, CATL, 삼성SDI 등 주요 업체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제공된 유예 기간 동안 포드와 폭스바겐은 신규 배터리 업체와의 테스트 및 협상과정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별다른 협상 부재시 공급사 전환 입찰소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은 사용량 기준 CATL(24%), LG에너지솔루션(23%), 파나소닉(19%), BYD(7%), 삼성SDI(6%), SK이노베이션 (5%)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40분 현재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LG화학은 전 거래일보다 2.60% 오른 98만 5000원, SK이놉이션은 5.40% 내린 28만 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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