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책 개발 활용할 과학적 정보 제공”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에도 관련 자료 활용
역사상 가장 더운 5년...이상기후, 한국도 예외 아니다
IPCC 의장 “신기후체제, 한국 경제에도 도움될 것”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열 아홉 번째 순서는 기후변화 관련 대책마련을 위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 IPCC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1월 국립해양조사원이 한국 해수면 상승 전망치를 발표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2100년에는 한국 주변 해역 해수면이 지금보다 최대 73cm 상승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국립해양조사원은 이 전망치가 “IPCC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1월 국립해양조사원이 한국 해수면 상승 전망치를 발표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2100년에는 한국 주변 해역 해수면이 지금보다 최대 73cm 상승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국립해양조사원은 이 전망치가 “IPCC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난 1월 25일, 국립해양조사원이 서울대 조양기 교수 연구팀과 함께 한국 해수면 상승 전망치를 발표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2100년에는 한국 주변 해역 해수면이 지금보다 최대 73cm 상승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국립해양조사원은 이 전망치가 “IPCC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IPCC가 뭐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 전망치를 연구에 활용했을까.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영문 약자다.

IPCC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됐다. 환경부 환경용어사전에 따르면, IPCC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에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정부 간 협의체다.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고 현재 세계 여러 나라의 기상학자, 해양학자, 빙하 전문가, 경제학자 등 3천여 명의 전문가가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IPCC의 주된 활동 중 하나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및 교토의정서의 이행과 관련해 특별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1990년 이후 여러 차례 발표된 특별보고서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공해 물질이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과학적, 기술적, 사회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인정돼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 “기후정책 개발 활용할 과학적 정보 제공”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억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건 다들 잘 안다. 탄소중립이나 파리기후변화협약 같은 단어들도 요즘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하다. 그런데 IPCC는 상대적으로 낯선 단어다.

IPCC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의 목표가 “각국 정부에 기후정책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과학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IPCC는 현재 195개 회원국이 가입돼있다.

IPCC설립은 지난 1988년 유엔총회에서 승인됐다. 기후변화의 과학적인 지식 상태, 기후변화가 미칠 사회·경제적 영향,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응 전략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후 IPCC는 5번의 평가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과학, 대응, 적응분야 등이 있으며 6차 평가보고서는 조만간 발행 예정이다.

IPCC에 따르면, 보고서들은 국제 기후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1990년 1차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해 국제협력을 요구하고, 국제협약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5년 2차 보고서는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을 앞두고 각국 정부가 도출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했다.

2001년 3차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해 주목했고 2007년 4차 보고서에서는 포스트 교토협약의 토대를 마련했다. 2013~2014년 확정된 5차 보고서는 파리협정에 활용됐다. 2018년에는 우리나라 인천 송도에서 제48차 총회가 열리기도 했다. 

IPCC홈페이지 (www.ipcc.ch) 첫 화면.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IPCC홈페이지 (www.ipcc.ch) 첫 화면. (홈페이지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에도 관련 자료 활용

IPCC의 보고서들은 우리나라 기상청이 2100년까지의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을 발표하는데에도 활용됐다. 기상청은 지난 1월 18일, IPCC 보고서의 온실가스 배출 경로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기후변화 전망을 발표했다.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은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하나는 현재 수준의 탄소배출량을 지속하는 ‘고탄소 시나리오’, 그리고 또 하나는 앞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획기적으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저탄소 시나리오’다. (시나리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단락에서 언급한다)

기상청은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가까운 미래(2021~2040년) 한반도 기온이 현재보다 1.8℃ 상승하고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먼 미래(2081~2100년)에는 연평균기온이 7℃까지도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보았다.

반면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가까운 미래(2021~2040년) 한반도 기온이 1.6℃ 상승하고 강수량은 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나, 21세기 중반 이후 기후변화의 추세가 약화되면서 먼 미래(2081~2100년)에는 기온이 2.6℃ 상승하고 강수량은 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선언한 2050 탄소중립 시점인 미래 중반기(2041~2060년)에는 어떨까. 기상청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현재(1995~2014년) 대비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3.3℃ 상승하는 반면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1.8℃ 상승으로 기후변화가 억제된다.

◇ 역사상 가장 더운 5년...온도상승 줄여야

국립기상과학원도 최근 IPCC의 자료를 활용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들은 지난해 발간한 ‘IPCC 6차 평가보고서 대응 전 지구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개정판)’에서 IPCC 최신 온실가스 경로(SSP)에 따라 산출된 신규 전 지구 기후변화 시나리오 4종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세계기상기구(WMO)의 발표를 인용해 2015~2019년의 전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시기(1850~1900년)보다 1.1℃ 상승했고 최근 5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5년으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인용해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전지구 평균기온이 1.5℃ 상승할 경우 극한고온, 호우 및 가뭄 등 자연재해의 발생이 증가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온난화 속도와 규모에 따라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신 온실가스 경로(SSP)가 뭘까. 기상과학원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2021년 발간 예정인 IPCC 6차평가보고서(AR6) 작성을 위해 각 국의 기후변화 예측모델이 참여하는 ‘국제 기후변화 시나리오 비교·검증 프로젝트(CMIP67)’를 추진 중이다.

국제표준 기후실험에 관한 국제공동 프로젝트인 CMIP6은 IPCC AR6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 수준 및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행 여부 등에 따라 미래 사회경제 구조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고려한 새로운 온실가스 경로인 SSP(공통사회 경제경로)를 개발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기후변화와 전염병은 3가지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 관계를 끊기 위해 인류는 어떤 활동을 줄여야 할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사회적 전환이 경제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꾸준히 이어지는 이상기후...한국도 예외 아니다

경로별 구분 기준을 보자. CMIP6는 SSP에 기반한 미래의 다양한 온실가스 경로 중에서 4가지의 표준 경로를 제시하고, 이를 사용한 각 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개발을 권고했다. SSP1-2.6은 사회 불균형 감소와 친환경 기술의 빠른 발달로 기후변화 완화, 적응능력이 좋은 지속성장가능 사회경제 구조를 보이는 저탄소 시나리오다.

SSP2-4.5는 중도성장의 사회경제 시나리오로 기후변화 완화 및 사회경제 발전 정도가 중간 단계를 가정하는 경우다. SSP3-7.0은 사회경제 발전의 불균형과 제도적 제한으로 인해 기후변화에 취약한 상태에 놓이는 사회경제 구조의 시나리오다.

마지막으로 SSP5-8.5는 기후정책 부재, 화석연료 기반 성장과 높은 인적 투자로 기후변화 적응능력은 좋지만, 완화능력이 낮은 사회경제 구조의 고탄소 시나리오다.

국무조정실(녹색성장위원회)과 기상청이 공동 주관해 발간한 ‘2020년 이상기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는 기상 역사상 가장 따뜻했던 1월, 기상관측 이후 4월 가장 늦은 서울 봄 눈, 역대 가장 긴 장마철 등이 한꺼번에 발생했다. 1973년 이후 처음으로 6월 평균기온이 7월보다 높았고 1951년 이후 처음으로 7월에 태풍이 없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은 연 평균기온이 13.2℃로 평년(12.5℃)보다 높았고 1973년 이후로 다섯 번째로 높았으며 연평균 누적강수량은 여섯 번째로 많았다.

◇ 이회성 IPCC 이장 “신기후체제, 한국 경제에도 도움될 것“

IPCC와 그들의 활동이 우리나라 경제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회성 IPCC의장은 지난해 10월 서울국제포럼이 개최한 워크숍(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에너지 시장과 기후변화)에서 “한국은 지난 50년 동안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석유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것이 파리 기후협약에 따른 신기후체제가 강조하는 것”이라며 “신기후체제는 한국 경제에 축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중앙일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의장은 주제발표에서 “전 세계에서는 에너지 부문 투자를 총생산(GDP)의 2% 규모로 투입하고 있는데,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GDP의 2.3%로 0.3%포인트 늘려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도 밝혔다.

이회성 의장은 한겨레가 올해 1월 보도한 기상청장과의 대담에서도 관련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이 의장은 “기후변화라는 것은 화석에너지 자원을 벗어나 다른 자원을 써서 경제성장을 하는 것이다. 한국처럼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 입장에서 너무 좋은 뉴스”라고 언급했다.

당시 이 의장은 보도된 대담을 통해 “지난 30~40년 동안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어떻게 하면 부존자원의 부족을 해소하면서 경제성장을 할 것인가였는데 (이제는) 전 세계가 나서 그렇게 하자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인 자신이 의장으로 선택된 것 역시 그런 공감대라고도 덧붙였다.

이회성 의장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아시아개발은행 기후변화 자문위원, 고려대학교 그린스쿨대학원 에너지환경정책 교수를 역임했으며 2015년부터 제6대 IPCC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2019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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