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석포제련소, 그리고 지나친 ‘환경중심주의’
[데스크 칼럼] 석포제련소, 그리고 지나친 ‘환경중심주의’
  • 박광신 편집국장
  • 승인 2021.02.08 14: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광신 편집국장
박광신 편집국장

우리나라 환경법은 1963년 제정된 ‘공해방지법’이 최초다.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고 환경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박 정희 정부가 제정했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가파른 산업발전 여파에 따른 여론 잠재우기용으로 규율내용이 미흡했고, 환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절이라 공표 이후 4년이 지나서야 시행규칙이 마련됐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경제발전에 기치를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환경’을 돌아볼 여력은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공해방지법이 1968년 ‘로마클럽’이 결성되기 5년 전 제정됐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국가정책 토대위에 발전소, 조선소, 제철소, 제련소 등의 공장이 세워졌으니 환경영향을 고려했을 리는 만무했다. 물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전란을 겪은 우리나라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키기에 이르렀으나 수십 년이 지난 오늘 날 환경오염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됐으니 역사의 평가는 좀 더 뒤로 해야 할 듯하다.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도 마찬가지다. 영풍은 박 정희 정부시절 1970년 아연 광산이 있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국내 최초의 아연 제련소를 설립했다. 이후 석포제련소는 세계 4위의 아연제련소로 성장한다. 한해 생산량은 약 37만톤이며 대략 1조3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계열사인 고려아연을 합치면 세계시장의 10%를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아연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카드뮴 등의 유해성 물질이다.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상류에 위치해 있는 만큼 낙동강 상수원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석포제련소는 2018년 폐수방출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이와 관련해 조업정지 20일 처분을 받았고, 재차 이뤄진 조사에서 폐수 중 일부가 공장 내 빗물용 이중옹벽조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적발돼 120일의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경상북도가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환경부는 또다시 조사를 벌여 2020년 10월 보도자료를 통해 공장부지 전반이 카드뮴에 오염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하루에 약 22㎏ 카드뮴이 하천으로 유출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발표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실험을 통한 추산치로 밝혀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도 살아남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수질오염 관련해선 아연 제련에 사용한 물을 한방울도 방류하지 않겠다며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하고 시험가동을 앞두고 있다. 국내 제조업 중에는 최초이며 이를 발판삼아 환경보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환경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무방류 시스템’만으로 환경오염에 관한 논란을 불식시키기는 어렵겠으나 노후화된 제련소 시설에 재발방지를 위한 기업의 노력은 앞으로 지켜볼만 하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환경부, 국회의원 등은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연일 석포제련소 폐쇄론을 꺼내들고 있다.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은 “가능하다면 석포제련소의 폐쇄나 이전과 같은 조치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발언하기도 했으며, 더불어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석포제련소는 여전히 목표만을 제시할 뿐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제련소 폐쇄를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련소 폐쇄론은 경제성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환경중심주의’라고 비난한다. 세계 4위의 아연제련소가 폐쇄나 이전 조치되면 경제적 손실비용은 물론 인근 주민들의 고용문제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풍 석포제련소에는 봉화군을 포함한 인근 주민 12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런 경제성 영향에 구체적인 대책 마련없이 이전이나 폐쇄 운운 하는 것은 정부나 국회가 할 일은 아니다.

물론 석포제련소가 잘했다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바야흐로 환경의 시대에 세상의 모든 기업들은 국민들의 살 권리인 ‘환경’에 중심을 둬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해온 기업들에게 소위 ‘먹고살만해’ 졌으니 무조건 ‘환경해라’라는 식의 환경중심주의는 기업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 뿐이다.

정부는 정책을 통해서 환경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들이 이행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월별 쓰레기 통계조차 없는 환경부가 ‘지나친 환경중심주의’로 기업에 잣대를 들이댄다면 폐쇄하지 않을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 우려스럽다.

환경과 타협을 하자는 말이 아니다. 기업 때리기에 앞서 ‘환경과 경제’의 교집합을 현명하게 찾지 못하면 지난 50여 년 동안 경제발전 일선에서 일해 온 기업들의 설자리는 없을 것이다. 새로 취임한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환경과 경제라는 간극에 부디 현명한 해법을 제시해 주길 바라는 이유다.

jakep@greenpost.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