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모든 농산물에 대해 농약 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시행된다. (서창완 기자) 2019.1.2/그린포스트코리아
지금의 기후이변이 당장의 이상기후가 아닌, 식량 위기까지 초래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식량 생산 체계는 기후 변화와도 관련이 깊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지금의 이상기후가 당장의 기후 변화가 아닌, 식량 위기까지 초래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식량 생산 체계는 기후 변화와도 관련이 깊다.

미국에서 기르는 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은 미국 전체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8%에 달한다. 게다가 현재의 식량 생산은 화석 연료에 기반을 둔다. 비료 생산, 비닐하우스, 식량 운반 과정에 모두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따라서 화석연료 사용 통제는 식량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우리는 현재의 식량 생산과 소비, 유통하는 모든 과정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코로나19와 이상기후가 겹치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이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식량 대란이 일었던 2008년 '글로벌 식량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식량 부족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하는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Inflation)'까지 발생할 수 있다. 

심교문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기후변화로 인해 장마가 길어지고 겨울이 따뜻해지는 등 기상 변동이 심해지고 있다"라며 "온도 상승으로 인해 새로운 아열대성 병원체와 해충, 잡초 등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면 농업 피해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코로나에 이상기후까지...글로벌 식량위기 재현되나

"코로나19 이후 기후∙보건 등 초 지구적(transnational)∙구조적 요인이 부각되고 있는 데다 중국 등 신흥국 수요가 증가할 경우 식량 위기 우려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발 글로벌 식량 위기(food crisis) 우려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는 지난해 12월 세계 식량 가격(FAO 107.5)이 6년 내 최고치를 경신하며 국제기구 등을 중심으로 올해 글로벌 식량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보고서에서는 글로벌 식량 위기 유발요인을 5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잦은 가뭄·폭염·폭우·한파 등 이상기후 현상이 심화하면서 이에 따른 작황 부진이 식량 공급의 차질을 초래해 시장수급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 우려했다.

또한, 계절 노동자의 이동 제한 등으로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농작물의 파종·수확 중단 등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각국이 식량안보(food security) 강화 차원에서 자급률 제고(more self-supply)에 나선다면 이는 세계적 식량부족으로 가격상승이 가속화되며 수급불균형을 심화시킨다.

파리협약 재개입을 약속한 바이든 행정부가 바이오 연료 생산확대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주원료인 옥수수·대두 등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는 글로벌 과잉유동성 속에 헤지펀드 등 투기자금이 농산물로 대거 유입되고, 미 달러 약세가 계속되면서 식량 가격 추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제금융센터 이상원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기후, 보건 등 초 지구적(transnational)·구조적 요인이 주목받고 있는 데다, 중국 등 신흥국 수요가 증가할 경우 식량 위기 우려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동 제한으로 인도적 구호 활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식량자원 민족주의가 확산할 경우 수입의존도가 높은 빈곤국일수록 사회·경제적 타격이 커질 소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 인구 증가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는 식량 위기

한편, 이런 식량 위기는 인구 증가로 인해 더욱더 빨라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21세기 중반까지 전 세계 인구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인구가 증가하면 식량 수요 증가세는 인구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050년 세계 인구는 97억 명이 될 것이며 지금 추세대로 식량과 에너지를 소비하면 30년 후에는 지금의 1.7배 정도의 식량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내 식량자급률은 2018년 기준 46.7%로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게다가 가축들이 먹는 사료까지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1.7%다. 지난 2009년 국내 식량자급률은 56.2%였지만, 지난해는 45.8%로 감소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곡물 수출국에서 수출을 중단하는 국가들이 속속 발생했다. 베트남에서는 쌀을, 러시아는 밀과 쌀, 보리 등 모든 곡물과 카자흐스탄은 밀과 설탕, 가자, 당근, 양파 등의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인류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나타나면서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식량 부족이다. 최근 계속 이어지는 이상기후 현상은 만들어낼지 모른다. 이미 강대국들은 1990년대 초에 이상기후에 따른 대흉작을 겪으면서 이 문제에 대비해 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돈이 있어도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어 국가 식량안보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라며 "코로나19와 기후 위기와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들로 외국에서 식량이 제때 조달되지 못하면 국민 모두에게 생존 차원에서의 심각한 문제를 겪을 수 있어 국내 농산물 생산 제고와 농산물 비축 등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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