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사용기한・품질유지기한... 헷갈리는 표시들
유통기한 경과로 버려진 폐기물 처리비용 연간 1조3000억 원
소비기한 도입한 선진국들... 한국만 유통기한 표시제도 유지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고 날씨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물과 공기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떠 다닌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먼 나라 이야기 같던 환경 문제들이 이미 생활 속 깊숙이 알게 모르게 들어와 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손길과 발길이 닿는 모든 곳에 쓰레기가 남습니다. 어쩐지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라는 시구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서글픈 느낌도 듭니다. 내 손 끝에서 시작되는 일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내가, 내 이웃이 함께 움직인다면 결과도 조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생활 속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일명 지구를 살리는 생활의 기술입니다. 매주 주말마다 한 가지씩 알려드리겠습니다. 정보를 가져가는 데는 1분이면 충분합니다. 실천하면서 보내는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요. 1분 환경 정보의 의미는 거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 다섯 번째 시간은 ‘식품 소비기한’입니다. [편집자주]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5일 지난 우유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버린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유통기한은 실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소비기한과 다르다. 유통기한이 식품의 폐기 시점이 아니란 뜻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5일 지난 우유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버린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유통기한은 실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소비기한과 다르다. 유통기한이 식품의 폐기 시점이 아니란 뜻이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5일 지난 우유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버린다고 말할 것이다. 실제 조사 결과 95%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폐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식품 상단이나 후면에 표시된 유통기한을 식품의 폐기 시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은 식품이 유통되는 기간이고 실제 소비기한은 그보다 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먹기가 꺼려진다. 제품에 찍힌 숫자의 힘 때문이다. 

식품과 관련한 ‘기한’ 개념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유통기한이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판매 최종일’을 의미한다면, 소비기한은 식품을 섭취해도 건강과 안전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식품의 최종 수명, 즉 ‘소비 최종일’을 의미한다. 품질유지기한도 있다. 이는 품질이 최상으로 유지되는 기한으로 유통기한과 마찬가지로 이 기한이 지났다고 식품을 판매하거나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표기된 보관 방법을 준수할 경우 유통기한 대비 크림빵은 2일, 생면은 9일, 계란은 25일, 액상커피는 30일, 우유는 45일, 슬라이스 치즈는 70일까지 섭취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가 이를 알고 있기는 어렵다. 그래서 소비기한 표시제도 도입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현재 일본, 호주, 캐나다, EU 등 선진국에선 소비기한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도 2019년부터 소비기한 전환 과정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만 아직 소비기한이 아닌 유통기한 표시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기한 표시제도의 필요성은 소비자의 알 권리는 물론, 식품 폐기량 감소에 방점을 찍고 있다. 실제로 유통기한 경과로 버려지는 가공식품의 폐기비용은 연간 1조3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소비기한 표시가 도입되면 연간 3000억 원의 식품폐기물 처리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해부터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 표시로 식품표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35년 만이다. 국내에서 유통기한이 처음 도입된 건 1985년으로 당시에는 국내의 콜드체인 시스템이 미흡해 유통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의 식품산업 발전과 포장기술 및 유통환경 변화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사용기한으로 변화해도 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반대 입장도 있다. 낙농업계에서는 소비기한 도입 시 우유 등 유제품 변질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제품 수입이 늘어난 가운데 사용기한 표시제도로 변질사고가 잦아지면 기업 이미지가 실추하고 이는 전체 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아직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단순히 표현 때문에 버려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 음식물 섭취에 대한 혼란과 식품 낭비를 줄이기 위해 식품기한 표기방식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기후행동은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이 전체 온실 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는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발표에 비춰봤을 때 소비기한 표시제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면서 “표시제도로 발생하는 음식 쓰레기 낭비와 이에 따른 환경문제를 고려해 유럽 등 선진국과 같이 소비기한 표시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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