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받은 대나무 빨대...정말 1년 쓸 수 있을까?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 2~3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열 여덟번째 도전입니다. 대나무 빨대 2개를 구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한 달 전 동네 카페에서 대나무 빨대 2개를 받았다. 식초와 소금을 넣고 끓인 물에 소독한 다음 가끔 사용하고 있다. 물을 마실때 대나무 향이 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는 한다. (이한 기자 2020.2.3)/그린포스트코리아
한 달 전 동네 카페에서 대나무 빨대 2개를 받았다. 식초와 소금을 넣고 끓인 물에 소독한 다음 가끔 사용하고 있다. 물을 마실때 대나무 향이 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는 한다. (이한 기자 2020.2.3)/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기자는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지 않은지 좀 됐다. 환경적인 이유도 있고 상황에 따른 이유도 있다. 작년 여름 플라스틱 소재의 다회용 빨대를 구매해 사용하기 시작했고 서울 거리두기 2.5단계 이후로는 카페 방문 횟수 자체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음료를 포장할때는 텀블러에 담고 빨대는 안 받은 다음 집에 가져와서 주로 마셨다.

다회용 빨대를 가끔 사용하느라 새로운 빨대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친환경 빨대 2~3개를 번갈아 쓰는 사람의 얘기도 읽었지만 기본적으로 요즘 카페를 자주 가지 않아서다.

한달 전 대나무빨대 2개가 생겼다. 호기심은 있었으나 이미 다회용 빨대를 가지고 있어서 굳이 지갑을 열지는 않은 제품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면서 다회용품 여러개를 구매하고 결국 버리는 환경적 아이러니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집 근처 카페에 전화로 메뉴를 주문해놓고 찾으러 간 날이었다. 부득이 일회용컵을 사용하게 됐지만 다른 쓰레기라도 줄여보자는 마음에 다회용 컵홀더를 들고 매장에 갔다. 그런데 이미 메뉴가 완성돼 비닐에 포장돼있었다. 들고 간 컵홀더를 보여주며 비닐봉투를 빼달라고 했다.

점원이 빨대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보기에 역시 안 줘도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대나무빨대 2개를 건넸다. 카페에 여러 개 갖다놓고 친환경 빨대를 요구하는 손님에게만 가끔씩 제공한다고 했다.

빨대 2개가 길이는 똑같은데 두께는 달랐다. 하나는 카페에서 흔히 보는 일회용 빨대와 비슷했고, 또 하나는 버블티를 마셔도 충분할 만큼 구멍이 더 컸다. 나무로 만들다보니 질감과 크기가 모두 다르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색깔도 조금 달랐다. 정확히 말하면, 디자인이 완벽하게 똑같은 대나무 빨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나무 빨대는 이미 인터넷 등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관리를 잘 하면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고 뜨거운 물에 삶아 소독해도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회용 빨대를 하나 가지고 있으니 돌려가며 사용하면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아 집으로 가져왔다.

카페에서는 “대나무 성분이라 내부에 석회질이 있을 수 있으니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한번 소독해서 사용하라”고 했다. 그런데 미리 사용해본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대부분 “처음에는 끓는 물에 식초를 한두방울 넣고 소독한 다음 바짝 말려 사용하라”고 했다. 식초를 넣을까 소금을 넣을까 고민하다가 둘 다 넣고 삶은 다음 사용해봤다.

겉면에 금이 간 곳이 있어 음료가 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별 문제 없었다. 입에 닿는 촉감이 좀 낯설지만 이미 플라스틱 다회용 빨대를 사용해본 덕분이 금새 적응은 됐다. 기자는 500미리 텀블러에 생수를 담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수시로 마시는데, 물에 빨대를 오래 꽂아두었더니 왠지 대나무향이 나는 것도 같았다. 말하자면, 대나무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하지만 불편한 냄새나 이상한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루 사용하면 저녁에 세척솔로 닦아 그늘에 말려둔다. 물과 아메리카노만 주로 마셔 여러 가지 이물질이 끼지는 않는 것 같아 아직 세제는 사용하지 않았다. 구부러지지 않아 불편하지만 이건 기존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다회용 빨대는 물론이고, 최근 화제가 되는 유리빨대, 스테인리스빨대 등도 모두 그러므로 크게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귀찮음이다. 빨대를 씻어 말리기 귀찮고 먼지가 쌓이지 않게 잘 보관하는 것도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다. 집에서 쓸 때는 괜찮은데 밖에 가지고 나가거나 사무실에 들고 가려면 파우치나 세척솔을 가지고 가든지, 아니면 젖은 상태로 집에 가져와 씻어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환경을 지키면서 소비도 편리하게 하는 기술이 아직은 많지 않은 세상이다. 대나무 빨대를 보면서 다시 한번 ‘귀차니즘’의 환경학을 느낀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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