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소비자의 인식에 기업이 답할 때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며칠 전 지인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그 지인은 대뜸 ‘요즘도 일주일에 이틀씩 채식을 하느냐’고 물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잘못된 질문이었다. 기자는 일주일에 이틀이 아니라 일주일에 딱 두끼, 주말 저녁에 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는 일주일에 두 번이 아니라 두끼라고 얘기하고 최근에 먹었던 식물성 고기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 지인은 매거진 에디터다. 채식 관련 취재원이 필요해서 물어본건지 궁금했는데, 그건 아니고 개인적인 경험담을 듣고 싶었단다. 그도 최근 채식에 관심이 생겼고 시도해 볼 마음이 있다고 했다.

지인은 “완전한 비건이 되기는 힘들 것 같고 일년 중 한 달 정도 정해 비건으로 살아보려고 한다”고 했다. 곧바로 한 달에 도전하기는 어려우니 우선 3일 내외로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잦아들면 비건 레스토랑에서 식사 한번 하자”고 제안했다.

처음이 아니다. 요즘 채식 관련 문제나 일회용품 문제로 기자에게 연락하는 지인이 많다. 아마 두 가지 이유 때문일텐데, 하나는 기자가 환경 관련 취재를 해서, 그리고 또 하나는 요즘 환경 문제에 관심 갖는 ‘보통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서다.

공식적인 통계가 아니라 기자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몇 년 전에는 채식에 대해 말하면 유별나거나 신기한 행동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드물었고, 누군가 그런 말을 하면 꼭 ‘그래도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쓴다’며 훈수를 두는 사람이 꼭 있었다. 개인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가지고 있는 기준과 신념을 제3자가 함부로 재단하는 건 폭력적인 일이지만, 그런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많았다.

플라스틱을 줄이는 문제도 그렇다. 과거에는 배달음식 먹으면서 일회용 그릇 얘기를 하면 지인들은 ‘왜 그리 유난이야’라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고백하자면, 솔직히 기자 역시 그런 적도 있다. 텀블러를 들고 다녔지만 플라스틱을 줄이려고가 아니라 소유욕을 충족하기 위해서였고, 배달음식을 먹는 가장 큰 이유는 ‘맛있어서’가 아니라 ‘설거지 안 하려고’ 였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오히려 꺼려지는 시대가 됐다.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달라졌다. 기자도 달라졌고 기자 주위의 몇몇 사람들도 달라졌다. 앞서 언급한 지인도 기자가 왜 채식에 관심이 생겼냐고 물어봤더니 곧바로 “건강과 환경때문”이라고 답했다. 동네 단골 카페에서 늘 텀블러에 테이크아웃하고, 가끔 일회용 컵에 담아올때도 빨대는 꼭 빼달라고 했더니, 최근에는 사장님이 ‘한번 써보라’며 대나무 빨대를 줬다, 카페에 항상 놓아두고 원하는 사람에게는 준다고 했다.

얼마 전, 한 출판사 편집자와 환경 관련 책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편집자는 환경 관련 책을 기획해보고 싶은데,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우려 때문에 회사에서 기획안이 통과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시장성이 커질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당연하지 않던 것들이 요즘에는 점점 당연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환경을 둘러싼 것들에 대해서는 유난 떠는 것이 ‘뉴노멀’이 됐다. 기자도 일회용 비닐봉투를 계속 쓰고 대나무 빨대로 음료를 마시며 일주일에 두끼는 고기를 안 먹을거라는 상상을 수년 전에는 못 했다.

이제는 변한 인식에 따라 사회도 달라져야 한다. 소비자들의 뉴노멀에 기업이 답해야 한다. 환경적인 실천을 하는 게 귀찮고 번거롭고 유난스런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울 수 있게 말이다. 고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대체 음식을 쉽고 맛있게 찾을 수 있어야 하고,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쓰고 싶지 않은 사람도 쉽게 물건을 살 수 있어야 한다. 2021년에 필요한 환경의 뉴노멀이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