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채권·그린에너지 사업 '큰 손'에도 석탄화력발전산업 투자에 '몸살'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기업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공식 석상에서 ESG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국내 주요 금융사의 수장들도 새해 벽두부터 ESG를 외치고 나섰습니다.

'ESG'란 비 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중심의 경영방침을 말합니다.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지배구조는 투명한지를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금융회사가 ESG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금융이야말로 환경·사회적 가치 실현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가 미래를 위해 올바른 이윤을 추구한다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닥쳐올 위기에도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번 연재는 새해 벽두부터 ESG를 외친 금융권의 ESG점수를 부문 별로 진단합니다. 두 번째 순서는 수출입의 교두보, 한국수출입은행의 환경 부문에 대해 들여다보겠습니다.[편집자 주]

방문규 수출입은행장(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방문규 수출입은행장(본사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박은경 기자] "모든 분야에서 착한 경영이 요구되고 정부도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비전을 발표한 만큼 우리 수은도 친환경 금융 확대, 사회적 책임 이행, 윤리경영 실천 등 ESG경영을 선제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올해를 수출입은행의 해로 조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ESG경영 내재화를 꼽았다. 수출입과 해외투자 및 대외경제협력을 도맡는 공적은행으로써의 한계를 넘어 국민에게 신뢰받는 '클린뱅크'로 도약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방 행장은 친환경 금융을 확대하고 ESG경영체계를 단계별로 구축·실행해 업무 전반에 걸친 ESG경영 내재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방문규표 ESG경영이 순항하기 위해선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역량 확대와 동시에 선제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기후악당' 오명을 안겨준 '석탄화력발전산업 투자'의 탈피다.

수출입은행은 개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보다는 기업들의 수출입 금융을 전담하는 만큼, 지난 한 해동안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 등에 58조원의 금융과 73조원의 여신을 공급하며 수출입 기업들의 '돈맥'이 되며 사회적 기능을 성실히 이행했다.

지배구조 부문에서도 일반은행과 달리 은행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아닌 수출입은행법을 따라 안정적인 경영과 재무구조 하에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남은 과제는 친환경금융 확대 부문이다. 시중은행에 비해 친환경금융 행보가 저조한 데다, 석탄화력발전산업 투자로 정부의 그린뉴딜을 역행하고 전 세계 기후변화 노력에 위반된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됐기 때문이다.

◇수은의 친환경금융, 첫 발은 석탄화력발전투자 오명 벗기

권은희 의원실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7년 4월 인니 Cirebon2 석탄화력발전에 2923억원을, 이듬해 4월에는 베트남 Nghi Son 2 석탄화력발전산업에 1365억원을 대출해 총 4288억원을 투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석탄화력발전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 유일한데, 우리나라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및 한국전력 등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제적 비판을 받았다. 

석탄화력발전산업은 기후오염 원인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 배출 주범으로 꼽혀, 주요 국가들은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산업 감축을 최우선 과제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기후협약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협약이다.

미국의 경우 2010년부터 2019년 1분기까지 546개의 석탄발전소를 폐지했으며, 유럽 15개 국가도 석탄화력발전산업 비중을 2% 이내로 줄이고 폐지를 선언했다. 스웨덴은 지난해를 마지막 석탄발전소를 폐쇄했으며 프랑스는 2022년, 포르투갈은 2023년, 영국은 2024년, 이탈리아는 2025년, 네덜란드는 2029년까지 차례대로 석탄발전산업을 퇴출하기로 했다.

전 세계는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등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지난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그린뉴딜'을 미래 국가 경쟁력제고를 위한 핵심 정책으로 실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19일 진행됐던 국정감사에서는 석탄화력발전산업의 사업성과 수익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수출입은행이 투자한 석탄화력발전산업이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당시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윤세종 기후솔루션 이사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붕앙2 사업 관련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를 예상했다"며 "베트남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발표한 점과 석탄의 장기적 가격경쟁력을 고려하면 실제 손실 폭은 더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석탄발전 투자, 수은도 억울…민간 금융사와 대비돼 곤혹 

기후오염과 사업성 측면에서도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수출입은행측 입장도 억울하다. 기후오염에 일조하기 위한 차원이 아닌 정부의 지난 사업에 국책은행으로써 소임을 다하기 위한 투자로 수출입은행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는 항변이다.

당시 문제가 불거졌던 '붕앙2' 사업은 총사업비 22억달러로 하띤성 끼안(Ky Anh) 지역 42ha(12만7000평) 규모의 부지에 1200㎿급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국전력과 일본 미쓰비시가 40%씩 지분투자를 하고, 시설 설비 관련해 두산중공업과 삼성물산이 참여했으며 일본국제협력은행과 수출입은행 및 일본 상업은행들이 대주단으로 참여해 자금을 공급했다.

이에 대해 당시 방 행장은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따라 해외 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붕앙-2 발전소는) 국가 간 협의를 통해 정부가 승인하는 단계로, 수출입은행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가간 산업과 다양한 이해관계와 입장이 얽혀있는 만큼 독단적으로 결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입장에도 수출입은행의 석탄화력발전산업 투자가 뭇매를 맞은 건 민간 금융사의 탈석탄 선언과 맞물려 대비된 까닭이다. 지난해 KB금융그룹의 탈석탄 선언을 시작으로 신한금융지주가 저탄소 전환을, 삼성그룹 금융계열사가 탈석탄을 선언했으며 올해는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도 탈석탄 금융에 동참했다.

◇ESG채권·그린에너지 사업 큰 손…ESG경영 내재화 추진

하지만 수출입은행의 환경 부문을 석탄화력발전산업 프레임에 씌워 다른 성과마저 희석시킬 순 없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8년부터 환경친화적 가치 창출을 위해 3천500억원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친환경을 위한 1조8천억원의 '그린본드(녹색채권)'를 발행했다.

또 지난 2월에는 천연가스 사업을 비롯한 자원개발에 2조5천억원을 지원하고, 8월에는 한화에너지가 추진하는 아일랜드 에너지저장설비(ESS) 프로젝트에 PF금융 5620만 유로를 투자해 전기에너지를 필요시에만 방출하는 '그린에너지' 사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더불어 9월에는 그린뉴딜 등의 실행을 위한 전담팀 'K-뉴딜 성과창출 TF'를 구성해 2차전지, 태양광·풍력, 수소에너지, 미래차 등 중점 7대 분야 외에 친환경 선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그린뉴딜 관련 산업을 중점 지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에는 ESG경영을 집중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여신·채권발행 중심의 ESG 체계를 개편하여 은행 운영 전 분야에 걸친 ESG전환을 실행하기로 했다.

방 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수은도 친환경 금융 확대, 사회적 책임 이행, 윤리경영 실천 등 ESG 경영을 선제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면서 "ESG 단계별 경영체계를 구축․실행해 업무 전 분야에 걸쳐 ESG 경영을 내재화하고, 취약계층 지원, 일자리 창출, 인권 보호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며, 작년에 국제기구에 의해 인증된 ISO 37001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 '클린뱅크'로 발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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