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화장품과 달리 정제수・플라스틱 사용 안 해
코코넛에서 추출한 계면활성제로 환경 영향 최소화
종이 포장재・옥수수 완충제 등 친환경 부자재 사용
5년 내 제조공정에서도 노플라스틱 실천할 것

우리는 기후위기라는 예고된 미래 앞에서 같은 운명을 가진 공동체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늦출 순 있어도 막을 순 없다고 말합니다.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의 가속화 여부가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얘기입니다. 

모든 경제 활동은 환경 문제를 동반합니다. 내딛는 걸음마다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고 경제 논리의 한 가운데 있는 기업에 우리가 책임을 묻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기업도 사람이 있는 곳입니다. 그 속에는 의식있는 소비자못지 않게 환경 문제를 정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구호와 외침을 넘어 자기 자리에서 환경을 위한 디테일을 하나씩 더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장의 히어로는 각자의 현장에서 환경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환경과 경제를 양 손에 올리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환경과 경제에 대한 새로운 환기점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노순호 동구밭 대표. 그가 2015년 설립한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곳에서 만들고 있는 고체형 화장품은 유기농 성분으로 만들어져 친환경 패키지로 포장돼 판매된다. 그래서 동구밭 비누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구를 지키는 비누’로 불리고 있다. (동구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노순호 동구밭 대표. 그가 2015년 설립한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곳에서 만들고 있는 고체형 화장품은 유기농 성분으로 만들어져 친환경 패키지로 포장돼 판매된다. 동구밭 비누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구를 지키는 비누’로 불리고 있다. (동구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플라스틱 대란으로 고체비누 사용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주목 받은 기업이 있다. 설거지비누, 샴푸바, 린스바 등 고체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는 ‘동구밭’이다. 동구밭 비누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구를 지키는 비누’로 불린다. 동구밭 네이버 스토어에도 ‘지속가능한 일상’으로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비누가 어떻게 지구를 지킨다는 것일까. 동구밭 비누를 몇 개 주문해봤다. 올바른 샴푸바 중건성용・쿨링용 각각 하나와 가꿈 버블바 오이가지를 주문했다. 린스바도 써 보고 싶었지만 며칠째 품절 상태라 구매 목록에는 넣지 못했다. 제품이 도착하고 샴푸바를 하나 뜯어 사용해봤다. 손바닥만한 샴푸바 하나를 종이 패키지에서 빼내자 재활용 배출이 가능한 포장재 하나만 남았다. 

비누는 예상했던 것보다 거품이 더 풍성했고 사용감은 액체 샴푸와 다를 게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기존에 사용하던 액체 샴푸는 사용 후 큰 플라스틱 병이 남지만 고체 샴푸는 불필요한 플라스틱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점은 노순호 동구밭 대표가 고체 화장품의 장점이라 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동구밭 제품 포장은 종이 패키지 하나이고 그 패키지는 분리 배출하면 끝이에요.”

그는 많은 소비자들이 이 점에 매료돼 점점 더 많이 제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라고 느낀 건 기자 역시 소비자의 입장에서 재구매에 대한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노 대표는 동구밭을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라고 직접 소개하진 않았다. 다만 제품 포장과 택배에서 최대한 자연에 해가 가지 않는 소재를 선택한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주저 없이 말했다. 앞으로 5년 이내에 제조 전 과정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 제로에 가깝게 만들 것이란 계획도 밝혔다.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션에 방점을 찍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노 대표가 천연 비누를 만들어 판매하기로 결정하고 난 뒤 던진 질문 속에 ‘1등할 가능성이 있는가’를 넣었던 것도 ‘발달장애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도 1위를 할 수 있다’는걸 몸소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재 동구밭은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며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모델을 제시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으로 노순호 대표와 이메일을 통해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았다.

 

액체 화장품과 달리 정제수플라스틱 사용 안 해

동구밭 팩토리의 출발점과 어떻게 지금의 ‘가장 주목 받는 소셜벤처’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성장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동구밭 팩토리는 2013년 ‘인액터스’라는 사회 혁신 동아리 친구들과 만든 ‘동구밭 프로젝트’에서 출발했어요. 비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이 농사를 지으면서 사회 적응력을 키워나가는 프로젝트였는데 당시에는 진짜 발달장애인 고용에 대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진정성은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 또래 발달장애인들과 6개월 정도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친구가 되더라고요. 그게 계기가 됐어요. 그들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게 되었고 사회 문제가 다시 보이더라고요.”

발달장애인과 친구가 된 이후 사회 문제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노 대표는 가장 먼저 발달장애인 고용률 잣대에서 문제를 느꼈다. 수적인 고용률에 지나치게 큰 가치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던 건 발달장애인 일자리의 고용률 잣대였어요. 무조건 많은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을 더 가치있게 보고 고용 이후 근속 기간이나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써요.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고 발달장애인 근속 년수 해결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2015년 동구밭을 정식으로 설립했습니다. 사실 처음엔 매출을 못 냈어요. 그러다가 고정 매출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베어베터‘가 떠올랐어요. 초기엔 베어베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회사로 이들의 이해를 도운 쉬운 직무 체계를 갖춘 기업이다. 노 대표는 베어베터의 사례를 참고하며 초창기 동구밭의 방향을 설정했다. 천연 비누를 생산하기로 한 것은 그가 던진 여러 질문에 가장 근접했기 때문이다.  

“다음 네 가지 기준에 맞춰서 천연 비누를 생산하기로 결정했어요. 발달장애인이 쉽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인가, 자본이 적게 드는가, 유통기한이 긴 품목인가, 1등할 가능성이 있는가. 발달장애인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도 1위를 할 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었고 현재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초기에는 텃밭을 가꾸면서 작물을 수확했죠. 현재 동구밭은 어떠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나요?

“초기에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가꾸는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을 이용했습니다만 현재 텃밭 운영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은 동구밭 팩토리 R&D 팀이 유기농, 천연 재료를 직접 선정하고 원료 배합을 합니다. 비누가 어떤 종류인가에 따라서 생산 공정이 달라집니다. CP(Cold Press) 비누의 경우 오일을 비누화 하는 작업 이후 1000시간의 숙성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수많은 제품 가운데 천연 비누를 회사의 주력 상품으로 결정한 이유와 고체 화장품이 액상 제품보다 더 낫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가요?

“천연 비누를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은 방금 말씀드린 네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고체 화장품의 경우 액상 제품에 비해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요. 동구밭 제품 포장은 종이 패키지 하나이고 그 패키지는 분리 배출하면 끝이에요. 현재 동구밭 제품을 구매하는 많은 분들이 이 점을 좋게 봐주시고 있어요. 물 사용을 줄이고 영양 성분을 농축해서 만들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성분적인 장점도 있습니다.” 

영양 성분을 농축했다고 말씀하셨는데 동구밭 비누 성분이 기존의 바디워시나 샴푸 등 액체 화장품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샴푸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액상 샴푸의 경우 정제수, 즉 물의 비율이 큽니다. 고체 샴푸는 정제수를 사용하지 않고 고농축된 형태로 제조됩니다. 액상 제품에서 유효성분 비율이 20%라면 동구밭 제품은 비율이 훨씬 더 높습니다. 성분은 수분이 풍부한 병풀추출물 등 피부에 이점이 있는 것 위주로 들어있습니다.”

고체비누 제작기간은 액상 제품에 비해서 얼마나 더 걸리나요? 아무래도 수제비누라 생산효율을 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체비누도 제조하는 방식이 다양합니다. 우리가 마트나 편의점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하는 비누는 비유하자면 인스턴트 음식 같이 이미 비누 상태인 베이스를 임가공만 해 포장 후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CP 타입의 저온숙성 방식의 비누는 식물성 오일에 콘셉트 성분을 배합해 비누화하고 1000시간의 숙성 과정이 필요해 제작 기간만 40일 정도 걸립니다. 약산성 비누의 경우 가루 성분을 반죽해서 건조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5일 정도 소요됩니다.”

1000시간을 일수로 환산하면 한 달 하고도 열흘이 더 나온다. 동구밭 CP 비누는 설거지비누, 세안비누 등 다양한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단품 기준 5000원~1만 원으로 형성 돼 있다. 시중에 판매 중인 일반 비누에 비하면 비싸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노 대표는 수작업을 통해 완성하는 품질로 소비자를 설득하자는 입장이다. 

“생산효율적인 측면에서 보면 수작업이기 때문에 일반 공장에서 찍어내는 효율에는 다다르지 못합니다. 생산량 뿐만 아니라 숙성 건조 기간까지 감안해야 하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비싸고 회전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이 부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것보다는 왜 이런 제조과정이 필요한지, 이 과정을 거침으로써 더 안전하고 좋은 품질의 비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코코넛에서 추출한 계면활성제로 환경 영향 최소화

 
동구밭에서 생산 중인 수제 고체비누. R&D팀에서 원료 수급부터 배합까지 직접 검수하고 있는 동구밭 비누는 종류에 따라 숙성 건조 기간이 최대 40일까지 소요된다. (동구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동구밭에서 생산 중인 수제 고체비누. R&D팀에서 원료 수급부터 배합까지 직접 검수하고 있는 동구밭 비누는 종류에 따라 숙성 건조 기간이 최대 40일까지 소요된다. (동구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서양에서는 이미 고체 화장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동구밭 제품이 기존 고체비누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손으로 직접 만드는 수작업이라 숙성 기간이 길고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보다 노력이 더 들어갑니다. 특히 R&D팀에서 원료 하나하나가 유기농으로 만들어졌는지, 천연성분이 맞는지 검수를 하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료 수급부터 원료배합까지 모두 직접 다 챙기고 있습니다.” 

R&D팀과 생산팀이 고객사와 한 팀이 되어 제품 기획부터 납품까지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납품하고 있는 대표적인 거래처와 동구밭 팩토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올리브영, 쿤달, 톤28, 애터미 등이 있습니다. 경쟁력이라고 하면 글로벌 인증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동구밭 팩토리는 국내 최초 미국 USDA 오가닉 인증과 프랑스 이브 비건 제조사를 동시에 인증 받았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제품 퀄리티를 보장하기 위해서 품질경영시스템인증서나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서, 다양한 자사제품 시험 검사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비누를 만드는 과정에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순서로 제품을 개발해 나갔나요?

“초기에는 경험이 없었기에 특정한 하나를 몰라서라기보다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었습니다.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원료와 공정 하나하나를 철저하게 검증하고 확인하며 조금씩 개선해나갔습니다. 지금도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순간도 우리가 완성된 상태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품은 고객이 원하는 순서대로 개발했습니다. 특히 기존 세제통이나 샴푸통이 전혀 재활용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해당 상품들을 보다 먼저 고체화시키고 싶었습니다.”

액체 화장품이나 세제가 갖는 환경적인 문제는 플라스틱 용기 외에 계면활성제 문제도 있습니다. 동구밭 비누의 경우 사용 후 하수구로 흘러간 이후 어떠한 환경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나요?

“솔직히 저희 비누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도 환경에 100%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는 말하진 못합니다. 샴푸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노 샴푸’에 비하면요. 그렇지만 코코넛에서 추출한 계면활성제를 사용하고 있어 자연에서 분해될 때 화학 성분보다 짧은 기간에 분해된다고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예전에 어르신들이 물가에서 양잿물로 빨래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보면 됩니다. 양잿물과 천연 식물성오일로 비누를 만들어 생성된 세정 기능을 하는 거품은 보통 하루 이내 물과 탄산가스로 분해돼 환경에 영향을 최소한으로 주고 있습니다.”

자연유래 성분의 계면활성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말씀이네요. 동구밭 제품은 보존제나 화학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유래 성분을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착한 성분과 함께 제품 생산 과정에서 지키는 친환경 원칙은 무엇인가요?

“동구밭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라고 얘기하는건 아직 조심스럽습니다만 제품 포장이나 택배에서 발생하는 부자재의 경우 최대한 자연에 해가 덜 가는 소재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도입하고 있습니다. 배송 시 스티로폼을 사용하지 않고 물에 녹는 옥수수 완충제와 종이테이프를 사용하는 방식으로요. 제조 전체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점차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설거지 비누부터 샴푸바, 린스바, 입욕제 등 고체형 제품 중 재구매율이 특히 높은 인기제품은 무엇인가요?

“모두 사랑받고 있는 제품이긴 하지만 특히 설거지비누와 샴푸바, 린스바 재구매율이 높습니다. 처음엔 비누로 설거지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는 것에 생소함과 호기심을 느끼며 구매를 하는데 결과적으로 그동안 익숙했던 액체 상품과 사용감이 다르지 않다는걸 경험하면서 성분도 더 착하고 불필요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동구밭 제품을 다시 구매하는 것 같습니다.”

사용감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보통 고체 화장품의 경우 거품이 덜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구밭 샴푸바의 경우 사용해보니 거품이 많이 나고 부드러워서 놀랐습니다. 이러한 사용감을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비누가 거품이 안 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입니다. 거품의 양이 부족한 것은 대부분 합성 비누이거나 일반 천연비누는 코코넛유보다 가격대가 저렴한 팜유 또는 합성 지방산을 주효하게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코코넛야자오일을 주로 사용하는 제품은 거품이 잘 나고 세정력도 훌륭합니다.”

 

5년 내 제조공정에서도 노플라스틱 실천할 것

 
동구밭은 현재 모든 패키지에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향후 5년 안에 제조공정에서도 노플라스틱을 실천할 계획이다. (동구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동구밭은 현재 모든 패키지에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향후 5년 안에 제조공정에서도 노플라스틱을 실천할 계획이다. (동구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고체 비누가 성분도 좋고 사용감도 좋다면 타 업체들은 왜 고체형 제품을 많이 만들지 않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시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체 타입의 비누가 많이 팔린다고 해도 이미 기성 화장품 시장은 액상이나 젤, 크림 타입 제형으로 중심추가 옮겨간 지 오래니까요. 저희가 제조하는 제품은 일반 비누처럼 기성 베이스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손을 거칩니다. 그 과정이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은 이익을 주지 못하다 보니 모든 작업을 자동공정화로 처리하는 대규모 기성 화장품 업체에서는 기피하는 것 같습니다.”

동구밭 역시 가격경쟁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다른 기업들처럼 가격을 낮추기 위한 기술개발도 진행하고 있나요?

“저희는 제품을 직접 판매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화장품 회사, 호텔, 리조트, 유통기업 등에 납품하고 있어서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많이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만 가격경쟁력을 이유로 환경 또는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원료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철학이라 이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원료를 원 생산지에서 직접 수입해오고 제조공정을 단순화해 반자동화 공정으로 개선시키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동구밭 팩토리는 월 매출이 400만원 증가할 때마다 발달장애인 사원을 1명 더 고용하는 순환 정책으로 유명하다. 영리활동이 고용수단으로 순환되는 고리에 동구밭 팩토리의 존재 가치가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노순호 대표는 새로운 원칙을 전했다. 

“현재는 400만원이 증가할 때마다 발달장애인을 1명 더 고용한다는 기준이 아닌 새로운 원칙을 정했어요. 전체 인원의 50% 이상은 발달장애인 직원으로 고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 아래 현재는 총 50명의 직원 중 26명의 가꿈지기(발달장애인사원)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동구밭은 얼마나 많은 발달장애인을 고용했는가보다 그들이 얼마나 오래 일하느냐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어요. 최대 미션은 발달장애인 근속 년수 해결인 것이죠. 현재 동구밭 가꿈지기는 퇴사율 0%를 유지하고 있는데 기존 제조업과는 다른 분위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보통 제조업은 위계질서가 강한데 동구밭은 위계질서 없이 자유롭고 친밀한 업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이자 환경적 가치를 지켜나가는 기업으로서 보기 드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과 실적, 그 성장을 이끈 힘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2017년도 매출 7억 원, 2018년도 15억 원, 2019년도는 22억 원입니다. 2020년도는 정산이 모두 끝나지 않았지만 55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성장 동력은 동구밭 자사 브랜드 제품 확장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동구밭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동시에 OEM 매출도 성장하고 있고요.”

노 대표는 성장을 이끈 힘을 한 가지로 정의하지 않았다. 다만 동구밭만의 경영 방침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이 성장에 큰 줄기가 되었음을 전했다. 

“발달장애인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 일반 기업의 논리와는 맞지 않는 결정도 많이 합니다. 1000만 원을 벌 수 있는 일의 성공 확률이 50%고, 10만 원을 벌수 있는 일의 성공 확률이 99%라면 동구밭은 10만 원 버는 쪽을 선택합니다. 동구밭이 소비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내부 직원 스스로 내재화하기 위한 노력도 많이 합니다. 환경이나 장애인 관련 직원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동구밭은 영업이익의 10%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동구밭이 성장할 때마다 직원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 중입니다.”

동구밭이 나아가는 방향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단 올해 목표는 매출 100억 원입니다. 보수적으로 잡은 기준이고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매출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고용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어요. 100억 원을 달성하면 장애인 직원도 50여 명로 늘어날 것 같습니다. 환경적으로는 현재 모든 패키지에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제조공정에서는 아직 완전한 노플라스틱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사용을 조금씩 줄여나가 5년 내로 노플라스틱을 실천할 계획입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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